2026년 07월 08일 (수)

감기 주사에 의식불명 빠진 초등생…인근 대학병원들 “인력 없어 수용 못해”

자가 호흡 못해 현재 생사 기로에…소아 응급 인력난에 또 놓친 골든 타임

부산의 한 소아과에서 감기 치료를 받던 10살 초등학생이 주사제 투여 직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구급차로 10분 거리에 대학병원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모두 소아응급 인력이 없다며 수용을 거절했다. 이 초등학생은 1시간 가까이 응급실을 찾다가 스스로 호흡을 하지 못하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버렸다.

서면의 한 종합병원에서 겨우 응급조치를 받고, 이후 인근의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현재, 이 어린이의 생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기 주사에 의식불명 빠진 초등생…인근 대학병원들 “인력 없어 수용 못해”
119 구급차가 응급환자를 살리려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조차 소아응급 전문의가 없어 길에서 뺑뺑이를 도는 안타까운 일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 환자는 15일 오전 10시쯤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한 소아과에서 감기 증상으로 수액 치료(덱사메타손·페니라민·암브록솔)를 받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해당 소아과 의사가 즉시 119구급대를 통해 대학병원 4곳 등 모두 13곳에 SOS를 보냈으나 “소아중환자실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고, 먼 거리의 서면 모 종합병원 응급센터만이 수용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119구급대가 서구 구덕터널을 지날 때 환자는 급격히 의식이 저하됐고 결국 1시간여가 지나 병원 응급실에 도착 직전 심정지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반경 10분 이내에 3개의 대학병원이 있었으나 모두 환자를 받을 수 없었던 상황. 당시 이 환자를 이송했던 구급대원은 “가까운 대학병원까지는 불과 10분 거리인데 수용할 수 없다고 해 지연됐다”며 “그 짧은 시간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도착한 종합병원 응급센터에서 당직 의사와 호흡기알레르기센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즉시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을 투여하고 기관 삽관을 통해 기도를 확보하면서 오전 11시 4분경 자발 순환을 회복시켰다.

그러나 환자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자발 호흡도 불가능했다.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인근의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추정…“응급조치만 제때 됐더라면 생명엔 지장 없어”

이 환자를 첫 응급조치한 종합병원 소아과의사는 “페니라민 주사에 의한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로 추정된다”며 “세계적으로도 보고가 드문 예외적인 약물 부작용 사례”라고 했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음식, 약물, 벌독, 조영제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노출된 뒤 갑자기 전신에서 일어나는 과민면역반응이다.

알레르겐 노출 후 몇 분에서 1시간 이내에 증상이 폭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피부 두드러기, 홍반, 심한 가려움, 입술·눈·혀가 붓는 혈관 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고, 호흡기 증상으로는 목이 조이는 느낌, 쌕쌕 거리는 숨소리, 호흡곤란, 기침 등이 동반된다.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럼, 실신, 심하면 심장기능 정지까지 진행할 수 있다.

국내 통계상 항히스타민제 아나필락시스는 인구 10만 명당 연간 10건 내외, 사망은 100만 명당 0.1명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 의료계에선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있다 하더라도 적절한 응급조치만 바로 해줄 수 있다면, 대개는 치료가 가능하고 생명에도 큰 지장이 없다”고들 한다.

현재 우리의 문제는 이런 예외적 사례조차 환자를 제때 수용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약물 부작용보다 더 심각한 소아응급 인력난과 병상 부족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부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소아응급 전문의 부족 사태가 계속되면서, 야간이나 주말에는 소아응급실을 아예 운영하지 못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응급상황에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건 사회적 재난”(대한종합병원협회 관계자)이라는 지적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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