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넥타이를 매고 자리에 앉은 크리스찬 로드세스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티브 메디슨(J&J IM) 북아시아 총괄은 올해를 “환자에서 시작해 환자로 끝난 시간”으로 정의했다. “한국 폐암 환우와 직접 악수하며 우리가 하는 일이 삶을 바꿀 수 있음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한국 취임 1년,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혁신 신약을 한국에 더 빨리 들여오겠다.”
로드세스 총괄은 최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에서 확인한 정부의 정책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은 반도체·자동차·조선에서 세계를 이끌어온 나라입니다. 보건의료도 큰 발전을 이뤘고, 헬스케어에서도 글로벌 리더가 될 잠재력이 큽니다.” 다만 신약 접근 속도는 여전히 숙제라고 지적했다.
“혁신 가치는 현재 경제 수준에 맞게 평가해야”
한국은 신약 허가 후 건강보험 급여 적용까지 평균 23개월이 걸린다. 그는 “환자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에 출시된 신약 중 급여 등재 비중은 약 20%에 그치며, J&J의 글로벌 혁신 의약품 가운데 한국 출시 비율도 27%로 미국(87%)과 큰 격차가 있다. “결국 우리의 혁신 치료제 중 약 70%가 아직 한국에서 쓰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법으로 그는 평가 틀의 현실화를 꼽았다. “신약 평가에 쓰이는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는 2007년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설계됐습니다. 그 사이 한국 GDP는 두 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최신 경제 수준을 반영하지 않으면 혁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혁신 의약품 투자가 GDP 대비 0.09%로 낮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은 0.78% 수준입니다.”
그는 “보건의료에 1달러를 투자하면 2~4달러의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다”며 접근성 개선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 “ICER 현실화, 허가·급여 절차의 신속화, 심사 예측 가능성이 갖춰지면 한국이 임상·출시의 선도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혁신 도입은 환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입니다. 제도 개선이 ‘그때의 결정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는 평가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J&J IM이 한국·대만·홍콩 지사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 시장은 경제 수준이 높지만 혁신 치료에 접근하기까지 20~40개월이 걸린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권역 통합으로 접근성을 가속화할 계획입니다.” 한국얀센에서 J&J IM 코리아로의 사명 변경 역시 이 전략을 재확인하는 조치다.
“종양·면역·정신건강에서 속도 높이겠다”
그가 한국에서 먼저 속도를 내고 싶은 파이프라인은 종양·면역질환·정신건강으로 압축된다. 종양 분야에선 다발골수종 치료제 ‘다잘렉스’의 급여 확대를 발판으로 이중특이항체(텍클리스타맙·탈케타맙)와 CAR-T(카빅티) 등 차세대 옵션의 접근성을 넓힌다. 폐암에선 EGFR 엑손20 삽입 변이를 표적하는 ‘리브리반트’, 요로상피암에선 FGFR 표적 치료제 ‘발베사’를 강조했다.
면역질환에선 ‘트렘피어’로 건선·건선성 관절염의 장기 치료 표준을 강화하고, 크론병·궤양성 대장염으로 적응증을 넓힌다. 정신건강 분야에선 치료저항성 우울증 치료제 ‘스프라바토’(비강 분무)와 조현병 장기지속형 주사제(인베가 서스티나·트린자·하피에라)로 복약 순응도와 재발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로드세스 총괄은 의료 현장과의 접점을 넓히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의료진에 최신 지견을 제공하는 교육을 확대하고, 특히 정신건강에서는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살률은 매우 높은 편입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우울증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을 1조 달러로 추산합니다. 예방 가능한 질환은 막고, 치료가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인천 백신 제조소 운영 종료와 관련해선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에 따른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공급 차질 최소화, 국내 규정의 철저한 준수, 임직원에 대한 공정한 절차”를 원칙으로 단계적 실행을 예고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잠재력을 다시 강조했다. “한국은 실행력이 탁월합니다. 혁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환자에게 더 빨리 닿게 한다면 헬스케어에서도 충분히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