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생 김 모(17) 군은 체육 시간에 축구를 하던 중 오른쪽 아랫배를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단순 근육통으로 여겼던 통증은 점차 음낭으로 퍼졌고 급기야 구토 증세까지 나타났다. 급히 병원을 찾은 김 군은 ‘고환 꼬임(염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고환이 회전해 혈관이 꼬이면서 혈류가 차단된 위급 상황이었다. 다행히 증상 발현 4시간 만에 수술대에 오른 김 군은 고환을 무사히 보존할 수 있었다.
고환 꼬임(Testicular Torsion)은 고환에 혈액을 공급하는 줄(정삭)이 꼬이면서 혈류가 막히는 비뇨의학과 응급 질환이다. 혈액 공급이 끊기면 조직 괴사가 빠르게 진행되며, 치료가 늦어질 경우 고환을 절제해야 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격렬한 운동부터 수면 중 뒤척임까지…예고 없는 발병이 큰 문제
고환 꼬임은 주로 축구∙ 농구 등 활동량이 많은 운동을 하다가 발생하기 쉽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몸을 비트는 동작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이사 도중 책장을 옮기다 고환 통증을 느낀 20대 남성이 8시간 이상 방치했다가 결국 한쪽 고환을 제거한 사례도 있다. 심지어 잠을 자다가 고환 꼬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수면 중 자세를 바꿀 때 고환이 회전해 꼬이는 경우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갑작스러운 음낭 통증이 느껴지면 지체 없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해부학적으로는 고환이 음낭 내에서 단단히 고정되지 않고 종처럼 덜렁거리는 ‘벨클래퍼 기형(Bell-clapper deformity)’을 가진 경우 위험도가 높다. 이 밖에 고환이 수평으로 누워 있거나 위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25세 미만 발병률 재조명... “희귀하다고 방심은 금물”
비뇨의학 교과서와 미국비뇨의학회(AUA) 자료 등에 따르면, 전 세계 25세 미만 남성의 고환 꼬임 발병률은 전통적으로 10만 명당 약 25명(4,000명당 1명)으로 추산돼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한국∙ 일본 등의 실제 조사 결과에서는 10만 명당 3.5~5명 수준으로 다소 낮게 보고되는 추세다.
최신 통계 수치가 과거보다 낮아지긴 했으나, 고환 꼬임은 단 한 번의 발생만으로도 고환 기능을 영구적으로 상실할 수 있는 질환이다. 전문가들은 “통계적 확률이 비교적 낮다고 고환 꼬임을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며 “특히 증상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사춘기 자녀를 둔 보호자와 당사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골든 타임은 단 6시간...시간과의 싸움에 남성의 생식 능력 좌우
고환 꼬임은 발병 후 경과 시간에 따라 예후가 극명하게 갈린다. 6시간 안에 수술하면 고환 보존 확률은 90% 이상이다. 하지만 발병 후 12시간이 지나면 보존 확률은 50% 이하로 뚝 떨어진다. 특히 발병 후 24시간이 경과하면 고환을 살릴 가능성 거의 없으며, 이 경우 대부분 고환을 제거해야 한다.
진단을 위해선 혈류를 확인하는 '컬러 도플러 초음파'가 주로 사용된다. 최근 국제학술지 《큐레우스 의학저널(Cureus Journal of Medical Science)》에 소개된 일본 사가대 대학병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신속한 진단을 위해 고환 위치, 통증, 구토 여부 등을 점수화한 체계(TWIST, BAL 점수 등)가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초기 선별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 통증은 무조건 응급 상황…증상 나타나면 즉시 병원 찾아야”
문제는 많은 환자, 특히 사춘기 청소년들이 민감한 부위의 통증을 부모에게 알리길 꺼려 치료 시기를 놓친다는 점이다.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은 “고환 꼬임은 예고 없이 찾아오기에 완전한 예방은 어렵지만 '고환 통증은 응급'이라는 인식만 있어도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환에 통증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고환을 지키는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특별히 다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고환이 꼬일 수 있나요?
A1. 네, 그렇습니다. 일부 남성은 선천적으로 고환이 음낭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벨클래퍼 기형'을 갖고 있어 작은 움직임에도 꼬일 수 있습니다. 격렬한 운동뿐 아니라 자다가 뒤척이는 정도의 움직임으로도 발생할 수 있으니, 외상이 없어도 갑자기 고환이 심하게 아프면 즉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Q2. 고환 꼬임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2. 가장 큰 특징은 ‘갑작스럽고 극심한 통증’입니다. 통증은 아랫배나 허벅지 안쪽까지 퍼지며 구토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육안으로는 고환이 평소보다 위로 올라가 있거나 만졌을 때 단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1분 1초가 급한 상황입니다.
Q3. 예방법은 없나요? 이미 한쪽이 꼬였다면 다른 쪽은 안전한가요?
고환 꼬임은 해부학적 구조 문제라 생활 습관만으로는 완전한 예방이 어렵습니다. 중요한 점은 한쪽 고환에 꼬임이 발생한 경우, 반대쪽 고환도 꼬일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양쪽 모두 벨클래퍼 기형일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수술 시 꼬인 고환을 풀면서, 반대쪽 고환도 꼬이지 않도록 고정해 주는 수술을 함께 받는 것이 유일하고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Q4. 한쪽 고환을 잃으면 아이를 못 낳게 되나요?
A4. 아닙니다. 남성의 고환은 두 개이기 때문에, 한쪽을 잃더라도 반대쪽 고환이 건강하다면 정자 생산과 남성 호르몬 분비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남은 고환이 기능을 대신GO 충분히 자연 임신이 가능하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드물게 손상된 고환의 영향으로 면역 반응이 생겨 남은 고환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므로, 괴사가 의심된다면 지체 없이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