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웃음가스’로 알려진 아산화질소에 실제 우울증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산화질소(N₂O)는 질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로 이루어진 기체화합물이다. 흡입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나는데, 사람에 따라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웃음가스’라는 별명이 붙었고, 의료 현장에서는 마취나 통증 완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영국 버밍엄대·옥스퍼드대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아산화질소를 우울증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연구팀은 총 247명이 참여한 7개 임상시험을 검토해 아산화질소가 우울증 증상 완화에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분석 결과 주요우울장애나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우울증을 가진 환자에게 50% 농도의 흡입용 임상 아산화질소를 처방했더니 환자들의 우울감 척도가 뚜렷하게 줄었다. ‘해밀턴 우울증 평가 척도(HDRS)’ 검사 기준으로 흡입 2시간 후 환자들의 점수는 평균 2.74점이 감소했으며, 24시간 후에는 3.32점이 감소한 것이다.
HDRS 검사는 0~52점으로 환자의 우울증 심각도를 평가하게 되는데,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는 특정 항우울제가 3점 이상 HDRS를 줄이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증상 완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산화질소의 효과 역시 이 최소 기준을 충족한 셈이다.
이같은 증상 완화 효과는 1주일 내에 사라졌다. 다만 1주일에 2회씩 총 8회 반복 흡입하도록 한 임상에서는 치료 반응률이 91.7%, 관해율(증상이 없어지는 비율)이 75%에 이르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아산화질소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우울증 치료 효과가 있으며, 반복 흡입하면 그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들은 신경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수용체와 과하게 결합해 신경 손상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며 “아산화질소가 글루타메이트 회로의 과활성화를 안정시키고 뇌혈류를 증가시켜 기분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임상 시험을 통해 유의성이 확인된 고농도(50%) 아산화질소는 흡입시 어지럼증이나 구토,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단기간에 아산화질소를 과하게 흡입하면 체내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신경 독성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의료진의 통제 하에 임상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아산화질소를 사용해야 한다. 이에 연구팀은 “안정적인 치료를 위해선 25% 농도가 더 적절할 가능성이 있지만, 보다 장기적인 임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 저널 '란셋'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e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