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에 널리 쓰이는 표적치료제 ‘베네토클락스(제품명 벤클렉스타)’가 시간이 지나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가 밝혀졌다. 미국 럿거스대학 연구진은 백혈병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구조를 바꿔 약물로 유도되는 ‘세포 사멸’을 피한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 과정의 핵심 단백질 ‘OPA1’를 겨냥하면 내성을 되돌릴 수 있음을 동물실험에서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근호에 실렸다.
“모양 바꿔 죽음 피한다”…항암제 내성 숨은 트릭
연구팀에 따르면 내성을 얻은 백혈병 세포는 미토콘드리아 내부 주름(크리스타)을 이례적으로 촘촘하게 만들어, 세포 사멸을 촉발하는 신호 단백질 ‘시토크롬c(cytochrome c)’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다. 이 구조 재편의 지휘자가 바로 OPA1이다. 전자현미경 관찰과 유전자 스크리닝 결과, 베네토클락스에 잘 반응하지 않은 환자일수록 OPA1 발현이 높고 크리스타가 더 좁아져 있었다.
사람 AML 세포를 이식한 생쥐에 OPA1 억제제와 베네토클락스를 함께 투여하자, 베네토클락스 단독 요법보다 생존 기간이 최소 2배 늘고 치료 반응도 뚜렷이 회복됐다. 예후가 나쁜 p53 변이 환자군 모델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또 OPA1이 억제된 세포는 영양분 글루타민 의존도가 커지고, 지질 손상으로 유도되는 ‘페롭토시스(철 의존성 세포사)’에도 취약해지는 약점이 드러났다. 실험동물에서 피를 만들어내는 정상 조혈 기능은 크게 손상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미토콘드리아 재단장’이라는 뜻밖의 내성 경로를 겨냥해 AML 치료를 보완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다만 현재 OPA1 억제제는 초기 후보물질 연구 단계로, 용해도 등 약물 특성과 안전성 검증이 뒤따라야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다.
연구진은 “OPA1는 유방암·폐암 등 여러 암에서 과발현과 나쁜 예후와도 연관돼 있어 적용 범위를 넓힐 단서가 될 수 있다”이라고 전망했다.
*논문명: Small-molecule OPA1 inhibitors reverse mitochondrial adaptations to overcome therapy resistance in acute myeloid leukemia, Science Advances(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