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2일 (수)

이스라엘서 사후정자채취 급증한 까닭…생존한 정자 꺼낼 확률은?

가자전쟁 사망 이스라엘 군경 4분의 1인 250명 정자 채취
불임치료 기술 활용…냉동 보관 뒤 배우자·대리모 통해 출산
텔아비브 불임 전문 이칠로프 병원 조사, 높은 성공률 확인
냉동과 해동 뒤 정자 활력 평균 39% 감소…손상 우려도
당국에선 24시간 채취팀 구성하고 정자은행·전담센터 협력
배우자 신청 가능, 부모는 법원허가 필요…전쟁 나자 임시허가
의학적 전망은 밝지만 법률·윤리 문제 일으킬 가능성 많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지난 10월 이스라엘에서 전사한 한 부사관의 장례식에 참석한 가족과 친구들이 슬픔에 잠겨있다. 이스라엘에선 가자전쟁에서 숨진 군인과 보안요원, 민간인의 정자를 사후에 채취해 자식을 얻으려는 배우자와 부모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2023년 10월 7일 가자전쟁(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전 이래 이스라엘에서 생명의학과 관련한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바로 전사한 젊은 군인·경찰·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후 정자 채취(PHSR)와 이를 활용한 사후 시험관 출산이다.

이스라엘 당국은 유가족의 요청에 응하기 위해 24시간 상담전화와 채취 대기팀을 가동하고 있다. 사망자가 영안실에 후송되면 유족들에게 사후 정자 채취를 원하는 지를 묻고 있다. 이들을 위한 전담센터도 운영 중이며, 전국 4개의 정자은행도 완전 가동하고 있다. 잦은 전쟁과 테러 공격에 따라 자녀가 없거나 미혼인 남성이 수시로 사망하는 이스라엘에선 2003년 ‘사후 정자 채취 및 사용’ 관련 지침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배우자·부모 요청으로 이스라엘 전사·사망자 넷 중 하나 사후 채취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10·7 기습 당시와 전쟁 중 발생한 희생자를 포함해 민간인 1005명, 군·경찰 등 보안인력 1087명, 그리고 하마스에 납치됐다가 사망한 인질 8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숨진 젊은 군인·경찰·민간인의 후손을 남기려는 사후 정자 채취가 급증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지 하아레츠가 11월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망자의 배우자와 부모의 요청에 따른 사후 정자 채취와 냉동보관은 하마스 침공으로 2년여 전 가자전쟁이 발발한 직후 급증해 지금까지 250건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숫자는 전체 이스라엘 군경 사망자 4명 중 하나에 해당한다.

하아레츠는 군경 250명 중 193명은 부모, 57명은 배우자의 요청에 따라 채취됐다고 보도했다. 이와는 별개로 10·7 공격 당시 사망한 민간인과 인질로 잡혀있다 탈출 과정에서 오인 사살된 이스라엘인을 포함한 민간인 21명에 대해서도 사후 정자 채취가 이뤄졌다. 이 중 10명은 부모, 11명은 배우자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불임 전문 이칠로프 병원에서 개전 이래 지난해 12월까지 사후 채취 케이스를 조사한 결과 61%는 부모, 39%는 부인을 포함한 파트너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조직 채취해 실험실에서 특수현미경으로 생존 정자 찾아

이칠로프 병원이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발행하는 저널인 ‘인간생식(Human Reproduction)’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사후 정자 채취는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우선 비뇨기과나 불임 전문의가 사망자의 고환조직 일부를 채취한다. 이 조직은 불임클리닉이나 정자은행의 실험실로 이동된다. 실험실에선 특수현미경으로 조직을 검사해 살아있는 정자를 찾는다. 이렇게 발견된 정자 세포나 고환 조직은 액체 질소를 이용해 냉동 보관된다.

이칠로프 병원의 조사 결과 사망 24시간 이내에 채취하면 생존 정자 발견 확률이 75%에 이른다. 72시간 지난 뒤 발견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에 채취한 정자를 통해 아기를 얻으려면 체외수정(IVF)이 필요하다. 문제는 사후 채취 정자는 체외수정·임신·출산율이 생전 채취된 것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특히 냉동 및 해동 후 정자 활력이 평균 39%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자 손상도 우려된다.

불임시술 의료기관에서 난자에 주사바늘로 정자를 주입해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이미지. 사후 채취한 정자는 수정율과 출산율이 낮은 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청 많아 부모에게도 임시 허가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 전쟁 개전 직후부터 사후 정자 채취 안내를 위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철검전쟁: 사후 정자 채취와 보존, 그리고 이용(Swords of Iron War: Posthumous Sperm Retrieval, Preservation and Use)’이라는 이름의 사이트다. 철검전쟁(Swords of Iron War)은 이스라엘에서 가자전쟁을 부르는 용어다.

이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 사후 정자 채취는 원래 사망자의 배우자가 요청할 경우에만 자동으로 허용됐다. 부모가 요청할 경우에는 별도로 법원 허가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선 고인의 생전 의사 표시나 의사를 짐작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야 했다. 아울러 가족 상황이 이렇게 태어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어야 한다. 법원은 이러한 상황을 살피고 아이의 최적 이익을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해왔다.

하지만 이스라엘 보건부·법무무는 가자전쟁 직후부터 사망자의 배우자는 물론 부모의 요청이 급증하자 부모에게 법원의 별도 허가 절차 없이 사후 정자 채취가 가능하도록 임시 명령을 발동하고 이를 매달 갱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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