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이기는 백신의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공개됐다.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정균 교수(네오젠로직 대표)는 13일 부산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대한암학회 공동학술대회(AACR-KCA)’에서 AI로 암 백신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B세포 반응성’을 함께 고려한 AI 예측 모델이다.

암 백신은 암세포만이 가진 특이 단백질 조각(네오안티젠)을 인식하도록 면역세포를 훈련시켜 암을 공격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단백질을 정확히 골라내는 일이 어렵다. 실제로 예측된 후보 중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10개 중 한두 개뿐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백신 연구는 암을 직접 공격하는 T세포의 반응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최 교수팀은 여기에 항체를 만들어내는 B세포의 역할을 추가했다. B세포는 단순히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가 아니라, T세포의 활동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이 점에 착안한 연구팀은 B세포가 반응할 수 있는 항원을 함께 고려하면 면역 효과가 훨씬 커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2400건이 넘는 전 세계 항암 백신 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AI 모델 ‘딥네오(DeepNeo)’를 만들었다. 이 모델은 B세포와 T세포가 동시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항원을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분석 결과, B세포 반응을 포함한 모델의 예측 성공률은 기존 방식보다 약 2배 높았다.
최 교수는 “그동안 T세포 중심으로만 연구가 진행됐지만, B세포까지 고려하면 훨씬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며 “AI를 활용하면 환자마다 가장 잘 맞는 백신을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글로벌 제약사인 모더나·머크, 바이오엔텍·제넨텍 등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의 예측 정확도를 검증했다. 그 결과, AI가 제시한 항원이 실제 환자의 면역 반응을 유도한 비율이 60%에 달했다. 특히 mRNA 기반 백신에서는 MHC-II 분자를 통한 면역 반응 예측이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실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의 효능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암 백신의 설계부터 임상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고 평가한다.
최 교수는 KAIST에서 오랫동안 암의 유전적 원인을 연구해왔으며 현재 AI 항암 백신 기업 ‘네오젠로직’의 대표를 맡고 있다. 네오젠로직은 최근 SCL사이언스에 인수돼, AI 기술과 정밀의료 데이터를 결합한 차세대 항암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