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별다른 질환 없이 건강했다. 최근 그(남, 65)는 술에 취한 채 잠을 자다 가슴이 심하게 아파 부산 온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가슴이 눌리는 듯 아프고 숨쉬기 힘들어졌던 것이다.
응급실에선 혈관을 넓히기 위해 환자 혀 밑에 니트로글리세린을 밀어 넣었다. 가슴 통증은 이내 사라졌고, 심전도 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관상동맥조영술을 해보니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심장에 피를 보내는 주요 혈관인 좌주간동맥이 정상 위치에 있지 않고 오른쪽 발살바동(sinus of Valsalva)에 치우쳐 있었다. 게다가 혈관이 일시적으로 심하게 좁아지는 혈관 연축(경련)도 나타났다. 최대 80% 정도 세기였다.

이것은 아주 드문 케이스. 믿기지 않았던 심혈관센터 장경태 과장은 다시 검사를 해 좌주간동맥이 실제로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확인했다.
좌주간동맥은 심장에 혈류를 공급하는 메인 혈관으로 이 부위의 연축(경련)은 심정지나 급사로 이어질 수 있다. 치명적인 상황이 온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주치의는 즉시 혈관에 니트로글리세린을 투여해 경련을 멈추게 했다. 장 과장은 “혈관이 막히지 않았더라도 일시적 수축으로 혈류가 차단되면 심근경색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변이형협심증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말했다.
치료 후 환자는 수술 없이 약물 치료만으로 회복됐다. 다만, 퇴원 후 다중검출전산화단층촬영(MDCT)을 해보니 좌주간동맥이 대동맥과 우심실 사이 좁은 통로를 지나가는 아주 드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구조를 가진 사람은 협심증이나 심장 돌연사 위험이 더 높다.
장 과장은 “이 환자는 혈관 모양이 비정상적인 데다 경련까지 동시에 생긴 복합 위험 구조였다”며 “이런 경우는 인구 1만 명당 한두 명 정도의 매우 드문 사례”라고 했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여서 장 과장은 이를 국제학술지(Cardiovascular Imaging Asia 2025년 2호)에 게재했다. 좌주간동맥 경련의 실제 영상 자료를 세계 최초로 제시하고, 이런 복합 구조의 진단과 치료 방법을 정리한 연구로 평가됐다.
부산 온병원 심혈관센터 이현국 센터장은 22일 “국내 의료진이 단독으로 세계 희귀 심혈관 질환을 규명한 연구로, 향후 관련 분야 치료 지침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