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세 명의 과학자가 연구해온 ‘금속유기 골격체(MOF: Metal Organic Framework)’는 사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오랫동안 주목받아온 연구 주제다. 지난 8일 2025년 노벨화학상 발표 직후 MOF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분자 구조”로 주로 소개됐다. 하지만 사실 MOF는 의약품의 효율을 높이는 ‘약물전달체계(DDS: Drug Delivery System)’ 개발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분자 구조이다.
효과적인 약물 전달, 분해조절 위한 DDS
DDS는 약물을 필요한 양만큼, 원하는 시간에, 효과적으로 표적에 전달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제형을 설계하는 것을 가리킨다. 제형(劑形)은 약물을 사용 목적이나 용도에 맞게 적절한 형태로 만든 것을 말한다. DDS 분야에서 MOF는 약물의 효용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해 환자의 치료 효과를 높이고 의료진의 선택 범위를 확대하며 의료경제적인 효율도 증대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월 8일 2025년 노벨화학상을 요르단 출생의 팔레스타인인 오마르 야기(60)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일본 출신의 기타가와 스스무(74) 교토대 특임교수, 영국 태생의 리처드 롭슨(88) 호주 멜버른대 교수가 받게 됐다고 발표했다. 세 명의 수상자가 연구해온 MOF는 철·아연·마그네슘·지르코늄(Zr)과 같은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가 결합해 형성된 다공성 물질이다. 유기 리간드는 유기 분자가 금속 이온과 결합해 형성하는 복합체를 가리킨다. 생물학적 목적을 위해 생체 분자와 복합체를 형성한 것이 리간드다.

DDS 측면에서 MOF는 혁신적인 물질이다. 높은 다공성(물질을 조성하는 분자와 분자 사이에 틈이 많은 성질)과 넓은 표면적을 지녀 사용자가 필요한대로 다공성이나 구성 요소, 구조 등을 제어하고 조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합성이 쉬운 것은 물론 필요한 기능을 갖도록 분자를 디자인하고 조정하는 것도 용이하다.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고 나중에 효소 등에 의해 쉽게 생분해돼 인체와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특성도 있다.
이 때문에 기후 해결에 도움이 되는 물질 개발에는 물론, DDS 분야에서도 연구돼 왔다. 다양한 약물을 인체 내에서 다량으로 필요한 지점으로 운반하고, 방출을 원하는 대로 제어하고 생체이용률을 높일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이다. 예로 지르코늄을 기반으로 하는 MOF는 수분 안정성이 높아 약물 전달 등 생물학적 응용에 유망한 것으로 평가받으며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돼왔다.

항암제 등 일반세포 보호하면서 표적에만 작용시켜
MOF에서는 화학구조나 약물과 MOF 사이의 상호작용 조건을 바꾸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약물 방출 속도와 조건을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약물이 특정 부위나 환경 아래에서만 방출되거나 작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물론 건강한 세포에선 작용하지 않도록 막는 작용도 한다. 아울러 생체 내에서 약물 안정성을 높이고, 약물이 지나치게 일찍 분해돼 약효가 떨어지거나 배설되는 것도 방지해준다.
아직 연구 중이지만 최종적으로는 원하는 분위에서만 항암제 등 약물이 분해돼 작용하는 표적성, 건강한 주변 세포를 해치지 않는 보호성이 기대된다. 이를 통해 약물의 지속 방출도 더욱 효율적으로 가능해져 약물을 복용 주기가 더욱 길어질 수도 있다. 약물의 제형도 다양해져 주사제를 먹는 약이나 뿌리는 약으로 바꿀 수 있는 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합제 개발도 더욱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소염진통제 중 이부프로펜은 물과 쉽게 결합하지 못하는 소수성이고, 아스피린은 쉽게 결합하는 친수성인데 MOF를 이용하면 이렇게 상반되는 두 가지 물성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그리고 MOF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화학적으로 완전 분해된다. 이를 통해 약물의 생체 잔류성을 최소화해 안전성 등을 더욱 증대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야기 교수는 팔레스타인계
주목할 점은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게 된 오마르 야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요르단 암만의 팔레스타인 난민 집안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1993년 팔레스타인 자치에 합의한 오슬로협정으로 1994년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과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한 야세르 아라파트 이후 팔레스타인계의 두 번째 노벨상이다.
야기는 아버지의 권유로 영어도 서툰 상태에서 10대에 도미해 허드슨 커뮤니티대에 다니다 올바니 뉴욕대를 졸업하고 어바나샴페인 일리노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팔레스타인, 요르단,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의 4중 국적을 갖고 있는데, 사우디아라비아는 군주 칙령으로 국적을 부여했다고 한다. 야기 교수의 연구실은 한국인 학자도 여러 명 배출했다.
야기 교수가 태어나고 자랐던 요르단은 전체 인구의 60-70%가 팔레스타인계로 ‘이웃 난민을 품은 나라’다. 현재 요르단 국왕인 압둘라 2세의 배우자인 라니아 왕비도 팔레스타인계이다.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4차례 전쟁을 치렀지만 1994년 평화조약을 맺고 수교했다. 아랍세계에선 1979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 이후 이스라엘과 수교한 이집트에 이어 두 번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