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7일 (금)

고령男 ‘정자의 변신’은 유죄?… 나이 들어 자녀 낳으면 유전병 위험 높아진다

영국 연구팀 "나이 먹을수록 해로운 DNA 변이가 선택되기 때문인 듯"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남성이 고령에 자녀를 낳으면 자녀의 유전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 락그룹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는 73세 때인 2016년 아들을 낳은 것으로 알려진다. 1930년생인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1996년 66세 때 딸을 얻었다고 한다. 흔치는 않지만 이처럼 노년에 접어든 남성이 자녀를 갖는 소식이 전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세간에선 어마어마한 노익장을 과시했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우곤 한다.

이 정도까지 늦은 나이는 아니더라도 40대 중후반, 50대 남성의 득남·득녀 사례를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중장년 이후에 자녀를 가졌거나 가질 계획이 있는 남성들의 시선을 모을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이 고령에 자녀를 낳으면 그 자녀의 유전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를 먹을수록 정자에 해로운 유전자(DNA) 변이가 증가해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삐뚤게 변하는 유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운영하는 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는 영국 웰컴 생어 연구소(Wellcome Sanger Institute)와 킹스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 공동 연구팀이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10월 8일 발표한 논문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남성의 나이가 들면서 정자세포 전체 유전체(genome)에서 해로운 유전자 변이가 어떻게 증가하는지 정밀 분석했다. 이를 위해 24~75세의 건강한 남성 81명의 정자를 26~42세, 43~58세, 59~74세 등 3개 그룹으로 나눴다. 정자 샘플은 영국 최대 성인 쌍둥이 등록 프로그램인 킹스칼리지 런런 ‘트윈스영국(TwinsUK)’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분석을 위해 웰컴 생어 연구소가 개발한 초정밀 DNA 염기 서열 분석기술인 '나노섹(NanoSeq)'을 사용했다.

연구 결과, 30대 초반 남성의 정자 중 약 2%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다. 43~58세 그룹과 59~74세 그룹에서는 그 비율이 3~5%로 높아졌다. 특히 70세 남성의 정자 중 약 4.5%가 질병 관련 돌연변이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버지의 나이가 많을수록 자녀의 유전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특히 이같은 위험은 단순히 유전자 변이가 나이 들면서 쌓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정자 생성 과정에서 일부 돌연변이가 선택적으로 이득을 얻는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연구진은 밝혀냈다. 즉, 일부 돌연변이가 환경에 더 적합한 특성을 지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해지는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자 생성 과정에서 특정 돌연변이가 선호되는 유전자 40개를 확인했다. 이 중에는 아동 신경발달장애 및 유전성 암 위험과 관련된 유전자도 포함돼 있었다.

다만 고령층에서 해로운 변이를 가진 정자의 비율이 증가하더라도, 이 변이들이 모두 수정이나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일부는 수정 과정이나 배아 발달을 방해하거나, 유산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자 돌연변이 증가로 자녀가 어떤 건강 영향을 받는지 추가적 연구가 필요한 지점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이 생식 위험 평가 기술을 개선하는 한편 생활 방식과 환경 요인이 자녀 세대에 어떤 유전적 영향을 미치는지 새롭게 탐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논문에 참여한 맷 헐스 웰컴 생어 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는 아버지의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숨은 유전적 위험을 밝혀냈다”며 “늦은 나이에 자녀를 가지는 남성은 자신도 모르게 해로운 돌연변이를 자녀에게 물려줄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영국 웰컴재단(Wellcome Trust)의 자금 지원으로 이뤄졌다. 1936년 설립된 이 재단은 모든 사람이 직면한 긴급한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웰컴 생어 연구소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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