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 물병과 생선, 소금, 심지어 수돗물에서도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장내 미생물 균형을 교란시켜 우울증 발병과 연관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아직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경고하면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장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의학전문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의생명 연구기관인 CBmed와 그라츠의과대학 연구진은 주위 환경에서 흔히 발견되는 다섯 가지 유형의 미세플라스틱이 장내 미생물군(gut microbiome)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소화기학회(United European Gastroenterology, UEG) 주간’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5명의 건강한 성인으로부터 채취한 대변 샘플을 이용해 장내 미생물 배양체를 실험실에서 배양한 뒤, 여기에 △폴리스티렌(polystyrene)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저밀도 폴리에틸렌(low-density polyethylene) △폴리(메틸 메타크릴레이트)(poly(methyl methacrylate))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 등 다섯 가지 미세플라스틱을 노출시켰다.
분석 결과, 일부 미세플라스틱은 미생물군의 구성을 변화시켰으며, 이러한 변화 양상은 우울증 및 대장암 환자에게서 보고된 장내 미생물 패턴과 유사했다. 미세플라스틱이 노출된 배양체에서는 Lachnospiraceae, Oscillospiraceae, Enterobacteriaceae, Ruminococcaceae 등 여러 세균 과(family)에서 균수의 증감이 확인됐다.
미생물군 변화의 대부분은 소화기 건강에 핵심적인 Bacillota 문(phylum)에 속한 세균에서 나타났으며, 이와 함께 세균이 생산하는 화학물질과 산도(pH)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반적으로 장내 환경의 산성도가 유의하게 높아지는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티안 파허-도이취 박사는 “이 결과가 미세플라스틱이 우울증을 직접 유발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미세플라스틱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일상에서의 광범위한 노출을 감안하면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세플라스틱은 생선, 소금, 생수, 수돗물 등 다양한 경로로 인체에 유입되며, 대부분의 사람은 매일 섭취·흡입·피부 접촉을 통해 노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허-도이취 박사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경로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미세플라스틱이 물리적 또는 화학적 환경을 변화시켜 특정 세균의 증식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예를 들어 미세플라스틱 표면에 형성되는 바이오필름이 새로운 미생물 서식지가 되어 일부 세균이 빠르게 군집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히 세균 구성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균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을 운반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로 인해 장내 산도 변화가 일어나고, 세균이 이를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식해 대사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피드백 루프를 통해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장기적으로 교란할 수 있다.
파허-도이취 박사는 “장내 미생물군은 소화와 면역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깊은 관련이 있다”며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가능한 한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고 중요한 예방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한 초기 단계의 연구로, 향후 더 큰 규모의 임상 및 기전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