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의 시선이 가는대로 카메라와 로봇팔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인간-인공지능(AI)-로봇 협업 시스템으로 외과의사가 보조인력 없이 단독으로 복강경 담낭 제거 수술에 성공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칠레 산티아고의 의료기관인 ‘클리니카 라스 콘데스’의 리카르도 푼케 박사는 지난 9월 8일 AI 시스템이 이끄는 자율형 카메라와 로봇 시스템을 이용해 수술을 마쳤다.
인간 의사와 AI-로봇의 협업 본격 가동
이 수술 시스템을 개발한 실리콘 밸리의 로봇 의료기기 업체 레비타 마그네틱스(Levita® Magnetics)에 따르면 AI 시스템은 복강경 수술을 진행하는 외과의사의 수술 과정을 스스로 추적했다. 이를 통해 내장 수술 카메라와 수술 로봇의 각도와 움직임을 자율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외과의사에게 최적의 수술보조 업무를 수행했다. AI 유도 카메라와 로봇, 그리고 인간의 협업으로 의사가 보조자 없이 단독 수술을 한 것은 전례가 없다. AI와 로봇의 결합체가 의료인의 새롭고 안전하며 정확한 수술 지원 인력으로 등장한 셈이다. 일반 수술이라면 전문성을 갖춘 다른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집도의와 입체적으로 협업했어야 했다. 이번 수술 성공을 계기로 새로운 AI 수술, AI-로봇 의료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다.
담낭·전립선·대장·탈장·비만 등에 적용 가능성
이 시스템을 개발한 레비타 마그네틱스는 외과의사 알베르토 로드리게스나바로 박사가 사업가 니콜라스 루크시치와 공동으로 미국 실리콘 밸리에 설립한 의료기기 업체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업체는 자석기기를 이용해 절개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마그네틱 수술(Magnetic Surgery®)을 개발했다.
수술 중 복부 내부의 자기적 집게를 제어하는 외부 자석을 피부에 놓아 고통스러운 복부 절개를 최소화한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의료기술이다. 담낭·전립선·대장·탈장·비만 등 다양한 복부 수술에 적용된다. 환자는 이른 시일 안에 일상에 복귀할 수 있고, 의료진에게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 시스템을 제공한다.
증강현실(AR)과도 결합

마그네틱 수술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1000건 이상의 수술을 기록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한 1000번째 수술은 스탠포드 대학병원에서 이뤄졌다.
2023년에는 이를 효율적으로 외과병원에 임상적으로 적용하는 마르스(MARS®) 플랫폼을 출시했다. MARS는 자기보조 로봇 수술(Magnetic-Assisted Robotic Surgery)의 약자다. 마르스 플랫폼은 지난 6월 FDA의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에는 마그네틱 수술과 로봇, 그리고 메타 퀘스트3이라는 증강현실(AR) 헤드셋을 결합한 복부 수술 시스템을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서 처음으로 임상에 적용했다.
AI기술은 부족한 의료 인력·인프라 대체용
칠레는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명목금액 기준 2025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7012달러로 중남미에선 비교적 잘사는 나라다. 하지만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가 OECD 평균(3.6명)보다 적은 2.6명이며, 병상 수도 OECD 평균 4.6개에 한참 못미치는 2.0개에 불과하다. 이러한 의료 인력과 남북으로 4300㎞에 이르는 긴 국토, 인프라 부족 때문에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의료기관마다 대기 환자가 넘치고, 진료나 수술 차례를 기다리다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숨지는 사례도 수시로 발생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번 수술은 이란 보건의료 문제를 AI와 로봇 등 첨단 기술의 도입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