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5일 (수)

편견 이긴 세계 수준 학회, 왜 벼랑 끝 섰나?

[Voice of Academy 22-학회열전] 대한방사선종양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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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의사를 한다더니, 웬 방사선…?”

“방사선 다루면 대 끊긴다는데…”

“암 걸리면 어쩌려고….”

서구에선 1960년대에 방사선 항암치료가 항암약물요법보다 먼저 치료 기틀이 마련됐지만,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까지 방사선에 대한 편견과 미신이 지배했다. 의사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이 ‘첨단학문’을 경험하고 전공으로 삼으려면 주변의 벽부터 넘어야 했다. 1982년 10월 서울대병원 박찬일, 한양대병원 김정진, 세브란스병원 노준규 김귀언 교수 등, 미래의 눈으로 이런 편견과 맞서던 의학자들이 모여 대한치료방사선학회를 설립했다.

국내에서 방사선치료는 1922년 일제강점기 세브란스병원에서 육종암에 걸린 여성에게 외과 수술과 함께 시행한 것이 시초였지만 일부 의사들이 극소수 병에 대해 엑스선을 활용, 국소적으로 치료하는 정도였다. 1963년 원자력병원에서 코발트-60 원격치료기가 도입돼 ‘근대적 방사선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방사선치료 영역이 확대되면서 1979년 서울대병원과 한양대병원에 치료방사선과가 잇따라 생겼다.

1982년 의료법이 개정돼 기존 방사선과가 진단방사선과(현 영상의학과), 치료방사선과, 핵의학과로 나눠졌고, 대한치료방사선학회가 1945년 설립된 대한방사선학회에서 떨어져나가 독립했다.

학회 초기엔 황무지나 다름 없었다. 전국에 방사선치료실이 있는 병원은 12곳. 선각자들은 세 가지를 해결해야 했다.

첫째, 서구에서 사용되고 있던 장비를 구입하기 위해 정부와 병원을 설득해야 했다. 다행히 해외 차관을 통해 당시로선 첨단 장비들이 들어왔고 정부가 설립한 병원들도 방사선치료장비들을 잇따라 도입했다.

둘째, 치료법을 확립해 치료 성공률을 올리는 것. 일부 병원에 고가 장비가 도입돼 환자가 몰렸지만, 치료 인프라가 열악해서 부작용이 적지 않았고 이로 인해 방사선치료에 대해 부정적 인식도 번져 이를 극복하는 것도 숙제였다. 학회 회원들이 ‘올빼미’처럼 밤을 새며 연구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었다.

셋째, 편견 속에서 뛰어난 인재를 확보해야 했다. 개척자들은 잠재력과 실력은 있지만 ‘인기 과 교수’가 되기 힘들어 보였던 인재들을 설득했다. 당시 많은 병원에 남아있던 여성에 대한 벽은 거꾸로 뛰어난 여의사들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 고려대 최명선, 영남대 김명세, 연세대 서창옥 성진실, 이화여대 서현숙, 아주대 전미선, 울산대(서울아산병원) 최은경 교수 등 여의사들이 방사선종양학을 전공으로 삼아 때로 경쟁하고 협력하며 학회를 세계적 수준으로 이끄는 데 기여했다.

1994년 세브란스병원을 필두로 서울아산병원, 강남성모병원(현 서울성모병원) 등에서 3차원 입체조형치료가 도입됐고, 21세기 들어오면서 대형병원끼리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 영상유도방사선치료, 호흡연동방사선치료 등이 도입돼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에서 양성자치료기, 세브란스병원에서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해 국내 방사선 치료 환경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이처럼 방사선치료가 나날이 발전하며 암의 3대 표준치료법의 하나로 정착하면서 진료과 이름이 치료방사선과에서 방사선종양학과로 바뀌었고, 2004년 학회 이름도 지금의 대한방사선종양학과로 새로워졌다.

국내 방사선종양학 전문의들의 논문 발표 수와 질은 세계 6강 수준으로 성장했다. 2011년 《대한방사선종양학회지》에서 영문으로 바꾼 학술지 《Radiation Oncology Journal》는 eSCI에 등재됐고 SCIe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학회와 전문의들은 위기 의식에 긴장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이 미래의학을 전공으로 삼는 데 주저하고 있기 때문. 현재 전국 100여개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가 이뤄지고 있고 학회 회원이 311명이지만 전공의는 전국 모든 병원을 합쳐 12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언제 나갈 줄 몰라 스승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양성자, 중입자 치료 등 방사선 종양치료는 첨단치료로 각광받고 있고 앞으로 수요가 더 늘 수밖에 없어요. 관련 산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어요. 그러나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되면 계속 어려운 공부를 해야 하고 2교대 근무를 해야 합니다. 거기 더해 개원을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말리지요. 삶의 막바지에 몰린 환자들을 살리는 기쁨, 나날이 발전하는 미래의학이라는 자부심만 가지고 어려운 길을 선택한 전공의들을 응원하고 지원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 박희철 대한방사선종양학회 회장(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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