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 (금)

“눈이 보내는 경고, 베체트병을 의심하라”

유형곤 하늘안과 망막센터장 "자칫 실명 우려...조기에 염증 잡아 시력 손상 최소화"


유형곤 하늘안과 망막센터장.

#30대 직장인 김모(35) 씨는 수 개월 전부터 눈이 충혈되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증상을 겪었다. 처음엔 단순한 결막염이나 피로 때문이라 여겼지만, 증상이 점점 악화됐다.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양쪽 눈에 심한 포도막염이 진행된 상태였다. 이후 반복적인 구강 궤양과 피부 발진 증상까지 나타나면서 정밀 검사를 받았고, 결국 베체트병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진단을 받기 전까지 병명을 전혀 몰랐다"며 "조금만 더 늦었으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었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베체트병(Behcet's Disease)은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로 전신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희귀병이다. 구강 궤양, 생식기 궤양, 피부 병변, 눈의 포도막염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장천공이나 대동맥류 파열, 실명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비교적 높은 유병률을 보이며, 국내 환자는 약 2만명으로 추정된다.

유형곤 하늘안과의원 망막센터장은 "베체트병은 단일 검사로 확진하기 어려운 질환으로, 반복적인 구강 궤양과 눈 질환, 피부 병변 등의 증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초기 증상이 모호해 다른 질환과 혼동될 수 있어 HLA-B51 유전자 검사, 피부반응 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단이 늦어지면 실명 위험이 커지므로, 조기 발견과 신속한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망막 명의가 말하는 포도막염의 위험성

베체트병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안과 합병증은 포도막염이다. 눈 속 홍채, 섬모체, 맥락막 등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시력 저하, 충혈, 눈부심, 통증을 동반한다. 치료가 늦어지면 망막 손상으로 이어져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유 센터장은 "포도막염은 염증 조절이 핵심이다. 스테로이드 점안제와 면역억제제를 기본으로 치료하지만, 장기 사용 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최근에는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와 같은 생물학적 주사 치료제가 도입돼 기존 치료보다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베체트병 환자의 실명이 불가피하다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시력을 유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유 센터장은 2001~2022년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로 재직하며 망막질환 연구와 치료에 매진해 온 국내 최고 전문가다. 서울대 의대 주임교수와 하버드대 의대 교환교수를 거쳤으며, 2022년부터 일차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하기 위해 하늘안과에 합류했다. 현재 대한베체트병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베체트병과 망막질환 연구를 이끌고 있다.

그는 "베체트병 연구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병의 특정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구강 궤양, 관절통, 신경 증상 등이 주요하게 나타나며, 증상이 어떻게 두드러지는지에 따라 병의 경과와 환자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베체트병은 20~30대 젊은 층에서 주로 발병하는데, 초기에는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점차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유 센터장은 "이 질환은 사망률이 높지는 않지만 실명이나 신경계 침범으로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며 "조기에 진단받고 꾸준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체트병은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환자마다 증상과 병의 진행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치료를 피하고, 개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포도막염, 최신 약물 치료로 실명 위험 줄인다"

베체트병으로 인한 포도막염 치료는 주로 염증을 억제하는 약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기존에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가 치료의 핵심이었지만, 장기간 사용 시 백내장, 녹내장, 간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컸다.

최근 국내에서도 'TNF-α 억제제'(휴미라, 레미케이드) 등 생물학적 제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치료 효과가 크게 향상됐다. 기존 면역억제제보다 빠르게 염증을 조절하면서 부작용이 적어, 특히 심한 포도막염을 동반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되고 있다.

유 센터장은 "생물학적 제제는 기존 치료보다 효과적이고 안전성이 높아지면서 환자의 실명 위험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적제제 복제약)도 도입돼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는 기존 오리지널 약보다 25~50% 저렴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실제 처방 경험에서도 효과 차이가 거의 없고 사용 편의성이 개선된 점도 장점으로 평가된다. 이 시장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아달로체'(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등이 대표적인 대체 옵션으로 꼽힌다.

한편, 국내에서는 베체트병 치료를 위한 생물학적 제제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확대되면서 환자들의 약물 치료 접근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2021년부터 중증 포도막염을 동반한 환자에게 생물학적 제제 사용이 가능해졌고, 일부 환자는 산정특례(희귀질환 환자의 의료비 경감 제도)를 통해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유 센터장은 "베체트병 포도막염 치료의 목표는 조기에 염증을 잡아 시력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현재 국내에서도 치료 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어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시력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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