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한숨 배인 건보료... 필수의료 의사가 더 받을 수 없나?
[김용의 헬스앤]
동네의 한 피부·미용 의원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지하철 입구 쪽에 의사의 얼굴 사진까지 내건 광고판도 내걸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피부과 전문의’ 문구는 없다. 전공의 과정을 밟지 않고 의대 졸업 후 곧바로 개업한 일반의다. 환자를 친절하고 정성껏 대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전문의 타이틀은 없지만 치료도 잘 하고 동네 주민들과 소통이 원활하다는 평가가 많다. 힘든 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나름대로 의사로서 성공의 길을 열고 있는 셈이다.
피부·미용·성형 분야로 갈아타는 일반의들... ’전문의 구별법‘은?
피부과 비전문의들이 미용의료 분야로 뛰어드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어려운 전공의 과정을 거친 피부과 전문의들은 위기의식과 함께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지난 12일 대한피부과학회 주관으로 열린 ‘제22회 피부건강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선 피부과 비전문의가 피부과 의사를 표방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반의들의 미용의료 시장 유입은 결국 필수의료 의사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비전문 의사들이 미용의료 분야에 뛰어드는 이유로 필수의료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현행 의료 시스템을 집중 거론했다. 산과(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당초 원했던 전공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수가 인상,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시 정부 지원)이 조성된다면 굳이 낯선 미용의료 분야로 진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수의료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미용의료 유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홈페이지에는 오래전부터 ’전문의 구별법‘이 게시되어 있다. 가장 먼저 “주저하지 말고 ‘성형외과 전문의 인가?’ 물어보라고 했다. 이는 환자의 권리하고 강조했다. 의원 간판에 성형외과 전문의인 경우 ‘OO성형외과의원’으로 표시하지만, 비전문의-일반의인 경우 ‘OO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라고 씌여있다고 제시했다. 성형외과 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의대 졸업생들의 성형 분야 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하고 할 수 있다.
불안감 여전한 환자들... 언제까지 조마조마 해야 하나?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7개월째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지난 추석을 앞두고서는 ”아프지 마세요“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큰 수술을 앞둔 사람이라면 ‘정상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을까? 불안감이 여전하다. 정부와 의사들의 힘겨루기에 애꿎은 우리 국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밤중에 넘어져 머리에서 피가 흐르면 두려운 마음에 응급실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지금은 경증, 중증 여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왜 우리 이웃들이 이런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할까?
은퇴자들의 한숨 배인 건보료... ”왜 수가 항상 문제야?“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들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라도 있으면 매달 30~40만원을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민연금 150만원을 받고 있다면 20~30%에 해당하는 큰 돈이다. 1년에 병원, 한의원 한 번 가지 않는 건강한 사람은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건강보험 지역 가입자의 재산까지 따져 건보료(건강보험료)를 매기는 나라는 세계에서도 드문 편이다. 직장인들은 건보료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지만 은퇴하면 온전히 혼자서 내야 한다. 지역 건보료는 은퇴자들의 한숨이 배인 돈이다.
수십 년 동안 성실하게 건보료를 납부한 소시민들은 의사들이 받는 수가(진료 후 건강보험을 통해 받는 돈) 책정 시스템에 대해 불만이 많다. 의사들의 가장 큰 불만도 수가다. 산부인과 중에서도 산과의 수가는 원가에도 크게 못 미친다. 건강보험 진료에 따른 원가 보전율(100% 기본)이 산부인과는 61%에 불과하다. 방사선종양학과 252%와 차이가 크다. 필수의료인 내과 72%, 소아청소년과 79%, 외과 84% 등도 원가 이하다(국회 보건복지위 김 윤 의원-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아기를 받을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이니 대형 병원들은 산과 의사가 부족해도 증원에 미온적이다.
엄청난 소송 스트레스에...“나도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
어려운 수술을 하는 필수의료 의사들은 ’소송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불가항력적인 사고라도 배상액이 갈수록 늘고 있다. 살던 집을 팔아도 배상액을 맞추기 어렵다. 큰 수술을 하는 일부 필수의료 의사들은 집안이 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마저 느끼고 있다. 소송 스트레스가 정상적인 진료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가족과 휴식 중 한밤중 긴급호출을 받고 달려가도 의료사고가 나면 자신을 이해해준 가족들이 거리로 내몰릴 수도 있다.
전공의들이 왜 돌아오지 않을까? 일주일에 100시간 일해서 전문의가 돼도 비전이 암울하기 때문이다. 특히 필수의료 선배들의 고단한 삶을 보고서 차라리 피부·미용 개원의로서 속 편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다. 과거에는 의대 1등 졸업생들이 생명을 구하는 필수의료로 몰려갔다. 지금은 이른바 ’3D 업종‘이다. 젊은 의사들을 나무랄 수도 없다. 다른 분야도 취업난 속에 3D 업종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 삶을 즐기며 여유있게 살고 싶은 것이 사람의 기본 욕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수없이 지적해온 수가 문제... 건보료 묵묵히 낸 소시민은 답답하다
최근 의대 증원 문제와 맞물려 수가, 필수의료, 지역의료 문제는 수없이 지적되어 왔다. 정부도 공개적으로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이다. 겨울이 되면 혈관이 수축해 심장-뇌혈관질환이 늘고, 신종 감염병이 다시 유행할 수도 있다. 추석 전보다 더 비상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필수의료 수가 문제는 30년 전부터 수없이 지적되어 왔다. 의료 수가는 일부의 ’관계자들‘만 모여 각 분과의 인상액을 결정하는 구조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분과 이해관계가 엇갈려 필수의료 수가만 대폭 인상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왜 이런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려고 하지 않았을까? 시민 참여 수가 결정 회의라도 열어야 할까?
앞으로 필수의료 수가를 ’놀랄만한‘ 수준으로 올릴 수 있을까? 의대 증원이 지속되면 필수의료를 선택하는 의사도 많아질까? 그렇다면 건보료 인상은? 어디서부터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할까? 수십 년 동안 건보료를 묵묵히 내고 있는 소시민은 너무 답답하고 불안하다.
수가가 낮은 비인기과 전문의라도 봉급 수준은 비슷한 기간 동안 연구한 일반 이공계 박사보다 훨씬 많지 않나? 연봉 4억에도 지방병원 응급의로 오지 않는다는 기사가 의미하는 바는 의사들은 지금도 많이 받는데 더 많이 받게 해달라는 말로 들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