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소년, 엑스터시로 사망"...열 42℃로 장기 하나씩 죽어가, 무슨 일?

영국 이번 주말 대규모 페스티벌 앞두고 MDMA(엑스터시) 경고령...역대 치사량 높은 알약들 발견돼 긴장

왼쪽 사진= 살아 생전 댄의 모습. [출처=영국 일간 더선] 오른쪽 사진 =영국 마약 약물 연구 및 예방 전문 자선단체 더루프(The Loop)가 공개한 엑스터시(MDMA)의 일종인 오렌지 테슬라. 강력한 환각 효과를 일으키는 해당 약물 복용으로 영국에서 현재까지 2명이 사망했다. [출처= 더 루프]
똑,똑,똑,똑
새벽 5시 30분, 런던 크로이든에 사는 피오나와 팀 스파르고-맙스 부부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른 아침 문을 열자, 서있는 사람은 경찰이었다.

"아드님이 댄 맞죠? 16살이죠? 지금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전날 밤 친구들과 놀러 간다고 나간 아이가 병원 중환자실이라니. 부랴부랴 옷을 챙겨입은 부부는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아빠를 알아보지도 못한채 의식없이 누워있는 아들. 댄의 체온은 42℃ 이상을 치솟고 있었다. 불덩이가 된 몸. 장기가 하나씩 죽어가는 상태라고 했다.

파티에 간 댄, 선택한 약봉지에만 치사량 이상의 MDMA 들어 있어...몸이 감당못 할 수준 

평소 밝고 명석하며 유머러스 했던 댄은 11학년 말에 '무도회 왕'으로 뽑힐 정도로 학교에서 인기있는 학생이었다. 학교 밖에서도 성실한 아이였다. 매일 신문 배달을 다녔고, 지역 노인들의 심부름도 곧잘 했다. 가족과 함께 다니는 교회에선 청소년 사역에 참여하기도 했다.

댄은 병원에 실려가기 몇시간 전만해도 열광적으로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2014년 1월 17일, 친구 4명과 함께 힐링던에서 열린 불법 레이브(illegal rave,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서 열리는 댄스파티)에 갔다. 댄은 친구들과 니크엘 피트로라는 18세의 마약 딜러에게서 엑스터시라 불리는 MDMA를 구매했다. 댄이 MDMA를 집어들었을 때 그 봉투에만 치사량 이상의 양이 함유됐다는 것을 알턱이 없었다. 댄은 의식을 잃고 어딘가에서 쓰러졌다.

1월 18일 새벽 4시경, 같이 간 4명의 친구들이 그를 찾으러 다닌지 몇시간 만에 발견된 댄은 온몸이 불덩이었다. 댄의 혈중 MDMA 양은 과거에 사망자를 일으켰던 것보다 12배나 더 강했던 것이었다. 내성이 강한 사람이라면 견뎌낼 수 있었을 테지만, 그 이상의 양을 흡입한 탓에 아이는 버티지 못했다.

치사량이 넘는 MDMA를 복용한 댄의 체온은 42⁰C 이상으로 끓고 있었다. 온몸이 불덩이인 이 체온에서는 신체의 장기가 감당할 수 없어 기능이 정지한다. 죽어가고 있단 뜻이었다. 구급대원들에 의해 응급실에 실려간 댄은 다리도 잔뜩 부어 있었다.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다리를 절개하는 수술이 필요했으며, 그렇지 않으면 절단해야 할 수도 있었다.

부모가 문밖 경찰에게서 댄의 소식을 들은 시간은 18일 새벽 5시 30분. 댄은 킹스 칼리지 병원으로 이송돼 기계가 심장, 폐, 간, 신장, 순환계 기능을 대신하는 장치를 몸에 달고 의식없이 누워있어야 했다. 의료진은 댄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어린 몸은 약물의 영향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틀 뒤 20일 오후 12시 50분, 댄은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마지막 호흡을 거뒀다.

이 사건으로 댄에게 MDMA를 판매한 니크엘 피트로는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고, 마약 공급 혐의로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4년 1월 아들의 잔인한 죽음을 맞이한 후 10년 동안 피오나와 팀은 아들의 이름으로 DSM 재단을 설립하고 부모, 교사,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약과 알코올에 대한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사진=영국 일간 더선: 피오나와 두 아들, 오른쪽 파란셔츠 아이가 댄이다]
10년 전 댄을 떠나 보낸 부모...자신들의 비극 되풀이 않기 위해 마약 올바른 교육 위해 노력 

10년 전의 일이다. 마약으로 댄을 떠나 보낸 부모는 "댄이 마약의 존재를 모를 만큼 순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렇게 마약 때문에 떠나갈 줄은 몰랐다"며 "마약의 위험성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그 이야기가 내 아이가 될 것이라는 상상을 어떻게 할 수 있었겠나"고 한탄했다.

2014년 1월 아들의 허망한 죽음을 맞이한 후 10년 동안 피오나와 팀은 아들의 이름으로 DSM 재단을 설립하고 부모, 교사, 아이들을 대상으로 마약과 알코올에 대한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MDMA(3,4-메틸렌디옥시메탐페타민)는 일명 '엑스터시(Ecstasy)' 또는 '몰리(Molly)'로 알려진 합성 약물이다. 주로 파티 약물로 사용되는 환각제다. MDMA는 암페타민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증가시켜 환각에 이르게 한다.

특히 세로토닌이 폭발하면서 신체 에너지가 증가하고, 동공 확장, 심박수와 혈압, 체온이 상승하는 등의 신체적 변화가 일어난다. 타인과의 연결감이나 감정적 친밀감이 강화되는 것도 약의 효과 중 하나다. 빛, 소리, 촉각 등의 감각 경험도 증폭된다. 이러한 환각 효과 때문에 MDMA는 주로 클럽, 파티, 레이브 등에서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과다 복용하면 댄의 사례처럼 체온의 급격한 증가로 장기 기능이 멈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영국 이번 주말 대규모 페스티벌 앞두고 MDMA 경고령 

아들을 갑자기 잃은 피오나 부부는 지금 신경이 곤두서있다. 이번 주말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모여드는 가운데, MDMA가 함유된 초강력 엑스터시 약이 젊은 아이들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와 주의를 촉구하는 중이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은 해마다 20만명이 모여드는 영국 최대 규모의 음악 축제다. 댄의 생명을 앗아간 MDMA 성분이 다량 포함된 엑스터시 알약이 영국에서 5년 만에 다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마약류 경고령도 떨어졌다.

영국 브리스톨에 본사를 둔 자선단체 더루프(The Loop, 마약 약물 연구 및 예방 전문)는 최근 맨체스터에서 열린 파크라이프 음악 축제에서 약물 검사를 실시했다. 경찰이 압수했거나 쓰레기통에 버려진 녹색, 보라색, 회색의 엑스터시 정제 샘플을 테스트했다. 작년에 테스트한 알약의 MDMA 평균 함유량은 약 140㎎였던데 비해 올해는 평균 함유량이 180㎎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엑스터시 알약의 평균 강도가 증가했고, 일반 성인 복용량의 약 3배에 달하는 300mg이상의 MDMA가 함유된 알약도 다수 발견됐다.

영국이 팬데믹 이전부터 이 정도 양의 MDMA가 함유된 약을 검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 4년 동안 저강도 약물을 복용하는 데 익숙해져 있던 젊은이들이 새로운 초강력 약물을 모르고 복용할 경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에서 엑스터시는 헤로인, 코카인 등과 함께 A급 마약으로 분류되며 공급 또는 생산할 경우 최대 종신형 또는 무제한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관련 약물을 소지만 하더라도 최대 7년 이하 또는 상한선이 없는 벌금형이 내려진다.

영국 뿐 아니라 MDMA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법 약물로 분류되고 있다.  소지, 판매, 제조 시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 미국에서는 연방 정부에 의해 가장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스케쥴I (Schedule I) 약물로 분류돼 있다. 의료적 용도가 없이 남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약물임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MDMA는 A급 마약으로 분류되며, 소지 및 사용 시 엄격한 법적 처벌을 받는다.

전국 하수장에서 마약성분 검출...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 아냐 

국내도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미 전국 하수구에 MDMA를 비롯한 다수의 마약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얼마 전에 발표됐다.

지난 5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0년부터 매년 실시해 온 ‘하수역학 기반 불법마약류 사용행태’에 대한 2023년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불법 마약류 성분인 필로폰(메트암페타민)·암페타민·엑스터시(MDMA)·코카인 등이 검출됐다.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불법마약류인 필로폰(메트암페타민)은 4년 연속으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됐다.

코카인은 전국 평균 사용추정량이 증가했다. 또 그간 서울 지역에서 주로 검출된 코카인이 지난해에는 세종에서도 처음으로 검출됐다. 지역별 사용추정량을 보면 필로폰은 경기 시화·인천이 높았고 암페타민은 청주·광주, MDMA(엑스터시)는 경기 시화·목포, 코카인은 서울과 세종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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