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보는 ‘내시경’, 만성통증환자 고통의 구원군

[APOA 수부상지학회 스토리 #1]

 

농사일을 하는 A씨(59)는 3년 전 두번 넘어지면서 왼쪽 손목 골절상을 입고 보존 치료를 받은 분으로 치료 후 손목 통증이 계속되어 내원하였다. 최근에는 잠잘 때도 아프고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아프다고 하였다. 손목관절경 결과 손목뼈 사이 인대가 완전 파열되어 있었고, 척골두 부위 관절의 관절염이 심하게 진행돼 있어서 인대를 다시 만들어 주는 수술과 관절재건 수술을 받고 완치 되었다.

A씨 수술 전 방사선 사진(왼쪽)과 수술 1년 후 방사선 사진(오른쪽).

퇴직 공무원 B씨(66)는 4~5년 전부터 시작된 왼쪽 손목의 통증 및 부종으로 내원하였다. 다른 병원에서 주사 및 약물 치료를 받았으나 그때 뿐 호전되지 않았다고 하였다. MRI 검사상 결핵성 관절염, 염증성 관절염 등이 의심될 정도로 관절내 심한 염증소견이 확인되었다. 손목관절 내시경을 통한 염증조직 제거 수술 후 2년째 재발 없이 잘 지내고 계신다.

우리 몸의 손목은 해부학적으로 손과 상지(팔)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부위이며, 손과 함께 대뇌 피질의 넓은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통증 등의 원인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팔 전체의 기능을 못하게 되는 장해가 유발될 수 있으며, 손으로 전하는 따뜻한 마음을 전달할 수 없어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인 문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손목의 기능 회복은 단순히 손목 자체만의 문제가 아닌 팔 전체, 심리적, 정신적 문제를 회복시켜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손목에 발생하는 만성통증이란 일반적으로 꾸준한 치료를 했는데도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하지만 A씨의 경우와 같이 손목골절, 인대 파열 등의 심한 외상이 있었던 경우라면 손상된 조직이 회복 후 충분한 시간, 대개 1년이 지났는데도 지속되면 만성통증이 있다고 판단한다.

만성통증의 주요 원인으로는 외상 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아 손목관절의 활액막염이 생긴 경우가 가장 흔하다. 그 외에 인대 손상, 관절연골 손상, 손목뼈 골절 및 불유합, 삼각섬유연골 복합체 손상 등이 있다. 손목관절은 3개의 큰 관절, 8개의 수근골, 또한 이들 사이의 관절, 삼각섬유연골복합체 그리고 27개나 되는 인대로 구성되어 있는 복잡한 구조물이어서 다쳤을 경우 어느 한 부위가 다쳤다고 딱히 집어 말하기 어렵다. 질환으로 인한 원인으로는 B씨의 경우와 같은 비특이성 만성 염증에 의한 활액막염, 류마티스나 통풍성 관절염에 의한 활액막염, 손목을 지나가는 굴곡건이나 신전건에 발생하는 건초염, 결절종, 지속적인 뼈들의 충돌로 인한 관절염, 수근골의 무혈성괴사증 등이 있다.

대부분의 만성 손목통증은 주로 이학적 검사 및 방사선 사진을 통해 어느 정도 대략적인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만성 통증의 원인이 되는 질환의 감별은 방사선 사진 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고, MRI 등의 특수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감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심한 외상의 경우나 관절연골 손상, 인대 손상 등은 이마저도 진단 및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손목 관절경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속이 쓰리면 위내시경을 받듯, 손목에 2mm 정도의 작은 구멍 몇 개를 내서 1~2mm 정도 크기의 내시경으로 관절 속을 직접 들여다 보는 손목관절 내시경은 현재 만성 손목통증 진단에 있어 가장 정확한 검사이다. 또한 진단의 영역을 넘어 다양한 범위에서 치료법이 개발돼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손목관절 내시경을 넣을 부위(왼쪽 사진 손목 위 점)와 손목에 사용되는 관절경 모습.

만성통증은 보존치료를 통해 해결되는 경우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염증성 질환에 의한 활액막 염증의 경우 과거에는 절개를 통해 활액막 절제술을 하였지만 현재는 관절내시경을 통해 활액막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절개술로 인한 인대 손상, 통증 및 관절강직 등의 합병증이 적고 빠른 회복을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손목관절은 무릎이나 발목관절처럼 몸무게를 지탱하는 관절이 아니기 때문에 방사선 사진 상 관절 파괴가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에도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활액막 절제술을 시행 받는 경우, 더 이상의 관절 파괴의 진행을 막고, 통증 감소 및 손목관절 기능회복에 효과가 있다.

외상 후 만성통증의 경우 어느 하나의 문제보다는 복합적인 구조물들의 손상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관절 속을 전체적으로 보다 정확하게 진단 가능한 관절내시경을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른 맟춤형 치료 즉 인대 손상에 대해는 봉합이나 재건술, 활액막 염증에 대해서는 염증제거술, 연골 손상에 대해서는 변연절제술, 불유합에 대해서는 골이식술 등을 시행 받음으로써 만성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다.

-큰 손상이 아닌 경우는 RICE요법…

손목관절 부위를 다쳤을 경우 간과하지 말고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방사선 사진촬영 등 간단한 검사 및 진료를 받기 권한다. 이때 큰 손상이 아닌 경우 일반적인 치료로 RICE (라이스)요법을 권한다. 즉 R (Rest, 휴식)은 아픈 부위를 사용하지 말고 쉬어주라는 뜻이다. I (Ice, 얼음)는 냉찜질을 해주라는 뜻이다. 냉찜질을 하게 되면 부상 초기에 다친 부위로의 혈액순환을 감소시켜 부종 및 통증을 경감시켜 준다. 하지만 대개 2~3일 정도로 제한하고 있으며 그 후에는 온찜질을 하게 된다. C (Compression, 압박)는 압박 붕대나 깁스 등으로 고정을 해주라는 뜻이 되겠다. 그리고 마지막 E (Elevation, 거상)는 부상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해주어 부종을 빼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소염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다. 위와 같이 하게 되면 대개 1~2주면 손상된 조직이 회복되어 통증이 완화되고 부종도 내리면서 관절운동도 회복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였는데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복잡한 구조물들이 있는 부위인 만큼 전문가들도 가끔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목 골절이나 인대 손상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골 조직 및 인대 조직이 회복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동안 손목관절 사용을 금해야 한다. 너무 빠른 관절 운동은 인대 조직의 회복을 방해해 만성통증으로 진행되고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손목 사용이 많은 분들은 적절한 휴식시간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한 시간 일한 후 10분 정도 손목 사용을 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일을 마친 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따뜻한 물찜질과 바르는 소염제를 이용해 마사지를 해준다면 통증감소와 근육 이완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포츠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운동 중 가능하면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하며, 특히 보호 장구가 필요한 운동시에는 반드시 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한다.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도 지속적으로 같은 자세는 피해야 할 것이며, 운동전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은 필수다. 그리고 본인이 느끼기에 약간의 이상 징후가 있다면 더 이상 같은 자세를 피하고 위에서 말한 RICE 요법을 집에서 하면 도움이 된다.

건강한 손목으로 행복하게 원하는 일과 운동을 오랜 기간 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손목통증일 지라도 치료를 받고, 만성통증이 지속된다면 수부외과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아 더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이영근 교수(APOA 수부상지학회 학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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