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자살률 30%↓… 더욱 촘촘한 자살예방대책 나온다

백종우 교수 "계획은 이미 완벽... 실행 단계서도 더욱 역량 기울여야"

지난해 8월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주최로 열린 ‘서울 청년의 생명을 살려라’ 100인 토론회 참가자들이 남긴 자살 예방 응원 메시지 모습. [사진=뉴스1]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30% 끌어내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 정신건강 관리, 자살 위험군 발굴에서부터 자살위기 관리, 응급구조대의 위기 개입까지 촘촘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개최했다. 내년부터 2027년까지 시행 예정인 해당 계획안은 이날 나온 의견을 보완한 후 국무총리 주재 자살예방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복지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계획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사회경제적 변화로 증가할 수 있는 자살 위험에 대비하려는 것”이라면서 “향후 5년간 국민이 체감할 정책으로 실질적인 자살 사망자 수를 감소시키는 게 목표”라고 이번 계획안을 소개했다.

◆ “2011년 31.7명→2021명 26.0명→2027년 18.2명”

복지부는 향후 5년간 국내 자살률을 30% 낮춘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우리나라에선 2021년 한 해 동안 1만 335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자살률)로 따지면 26.0명에 달한다. 이를 2027년에는 18.2명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악의 수준이다. 인구 10만명당 20명 이상의 자살률을 기록한 곳은 우리나라를 제외하곤 리투아니아(20.3명)가 유일하다.

OECD 국가 자살률 비교 [자료=보건복지부]
높은 자살률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역시 막대하다. 1명의 자살사고가 평균 6명의 유족과 주변인에 트라우마를 남겨 자살사고 악순환을 촉발했고 1인당 4억 900만 원, 사회 전체적으론 5조 4000억 원의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초래했다.

복지부는 이런 이유에서 더욱 적극적인 자살예방대책을 통해 국내 자살률을 긴급히 끌어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2011년부터 5년간 23.3%의 자살률을 낮췄던 경험을 되살릴 예정이다.

당시 국내 자살률이 31.7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충격에 정부는 자살예방법 제정과 고독성 농약 판매 취소 등의 적극적 정책 개입을 단행했고, 이 결과 2017년 자살률은 24.3명까지 낮아졌다.

◆ ‘자살 안전 사회’ 대책, 더욱 촘촘해진다

정부는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을 비전으로 자살예방·관리 전 단계에서 촘촘한 대책을 마련했다.

△다양한 자살예방 수단 마련

우선 국가 정신건강검진 체계를 강화해 개인의 정신건강이 악화하는 상황을 미리 관리한다. 이를 위해 현행 10년 주기를 일반검진과 같은 2년 주기로 단축하며 대상 질환도 우울증에서 조현병, 조울증을 추가한다. 사후관리 연계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 국가 복지서비스와 연계해 자살 위험군 발굴 노력도 확대한다. 국내 자살률이 실업률, 상대적 빈곤율 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특성을 감안했을 때 자살 위험군 예측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번개탄 생산을 금지하고 신규 수면제나 진정제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자살위해수단 관리에도 만전을 기한다

문화 수단을 활용한 자살예방 시도도 도입한다. 생명존중안심마을을 조성하고 생명지킴이를 양성하는 등 지역사회에 자살예방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처음 시도된다. 이 외에 언론과 미디어의 자살예방 보도 노력을 더욱 확산하고 다양한 사회분야가 참여한 민관협의체를 결성해 생명중시문화도 확립하겠다는 방안도 나왔다.

정부의 주요 자살예방정책 흐름과 자살률 변화 추이 [자료=보건복지부]
△자살위기 관리·대응 역량 강화

국가 정신건강의료 서비스 체계와 인프라 전반을 재정비해 관련 역량 전반을 강화한다. 전국자살예방센터 네트워크와 재난 트라우마 대응 체계(2년간 고위험군 모니터링 등) 등을 고도화하고 자살유족 원스톱 지원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자살시도자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방안이 대표적이다.

자살위기 대응 역량 전반도 재정비한다. 우선 자살사고 위기 상황에서 본인의 동의가 없어 응급구조대가 개입하지 못했던 제도적 한계를 개선한다. 자살 위험군을 발굴할 경우 선제적으로 응급구조 동의를 확보하는 등의 방안이다.

향후 경찰과 소방이 합동해 정신 응급상황을 전담하는 위기개입팀도 구성하는 등 ‘정신응급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앞서 2007년 더욱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응급사고를 구조하기 위해 도입된 ‘재난의료지원팀(DMAT)’과 같은 역할이다. 위기 구조 후에는 지자체와 의료기관과의 후속 치료 연계도 더욱 강화한다.

◆ “계획은 이미 완벽… 실행 전략도 초점 맞춰야”

정신건강의학계에선 그간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과 노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이젠 계획 수립을 넘어 정책 실행에도 더욱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살예방과 재난 트라우마 전문가인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4차 계획 때부터 세계적인 수준의 완벽한 계획을 보유한 상황이지만, 좋은 계획이 현장에서 잘 작동하는지는 다른 문제”라며 “중간에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환경을 맞기도 했지만, 좋은 계획을 실행할 만큼 충분한 인프라를 준비했는지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4차 기본계획으로 시행된 자살 유가족 대상 사후관리 서비스가 지목됐다. 정신건강의학계와 시민사회가 여러차례 요청한 끝에 제도적으로 도입한 결실이었다.

실제 시행 과정에선 많은 유가족이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받지 못하거나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도움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태원 사태 당시에도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이 원스톱지원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례가 상당했다.

이에 백 교수는 “정부에선 자살예방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실제로 투입할 예산과 인력 부분을 구체적으로 산출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언론과 시민은 정부가 계획뿐 아니라 실제로 계획을 실행할 만큼의 인력과 예산을 투여하는지 여부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의 비전 및 주요 목표 [자료=보건복지부]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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