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와 관련된 타우단백질이 주변 뇌세포로 퍼지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의 역할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비정상적인 타우단백질의 확산이 치매 진행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타우단백질이 주변 뇌세포로 이동하도록 촉진하는 단백질 ‘FAM84B’의 역할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염증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뉴로인플러메이션(Journal of Neuroinflammation)》에 지난달 2일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타우는 뇌 신경세포의 구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변형된 타우가 뇌에 쌓이면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비정상적인 타우가 주변 신경세포로 퍼지는 현상은 질병의 진행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촉진하는 단백질과 작용 과정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국립보건연구원 연구진은 알츠하이머병 등 타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환자의 뇌조직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신경세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환자의 뇌조직과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줄기세포로 만든 신경세포에서는 질환이 없는 대조군보다 FAM84B 단백질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FAM84B가 타우단백질의 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포실험을 진행했다. 신경세포에서 FAM84B의 양을 늘리자 세포 밖으로 방출되는 타우단백질이 증가했고, 이를 전달받는 주변 세포도 많아졌다. FAM84B가 타우단백질이 다른 세포로 퍼지는 과정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뇌의 염증 반응도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신경세포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인 ‘인터루킨-6(IL-6)’를 처리하자 FAM84B의 양과 타우단백질의 세포 간 이동이 모두 증가했다.
이 과정에는 세포 안에서 칼슘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호 체계가 관여했다. 실제로 칼슘 신호를 억제하는 약물인 ‘단트롤렌’을 처리했을 때는 타우단백질을 전달받는 주변 세포의 수가 감소했다.
연구책임자인 조철만 연구관은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염증이 타우전이에 영향을 주는 과정에 FAM84B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힌 성과”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이 경로가 실제 질환 진행에 미치는 영향과 치료 표적으로서의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원호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치매 극복을 위해서는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생물학적 기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체 유래 자원과 줄기세포 기반 연구를 연계해 신경퇴행성 질환의 기전을 규명하고, 후속 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