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당 관리는 단순히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혈당을 적정 범위에서 유지하는 것은 혈관과 심장, 뇌, 신장 등 전신의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당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으면 신체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장기간 혈당이 높게 유지되면 여러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지속적으로 높으면 우선 당뇨병으로 진행할 위험이 커진다.
혈당 관리 잘 하면 여러 만성 질환 위험 줄일 수 있어
혈당을 관리하면 당뇨병 발병 위험을 낮추고, 이미 당뇨병이 있는 경우 합병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만성적인 고혈당은 혈관 내벽을 손상시키고 동맥 경화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혈당을 잘 관리하면 심근 경색과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혈당이 높게 오랫동안 지속되면 신장의 미세 혈관이 손상돼 당뇨병성 신장 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며 망막과 말초 신경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혈당을 잘 관리해야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나 손발 저림 같은 신경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혈당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으면 피로감, 갈증, 집중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안정적인 혈당 관리는 일상생활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요약하면 혈당 관리를 잘하면 에너지와 기분이 좋아지고 여러 만성 질환의 위험이 줄어드는 등 다양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운동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은 혈당 수치를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 감소와 장 건강 개선 같은 추가적인 건강 효과도 제공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혈당을 자연스럽게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이런 방법들을 일상에 꾸준히 실천하면 대사 건강을 지키고 나이가 들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탄수화물 음식 마지막에 먹기
연구에 따르면 채소 섭취 후 탄수화물을 먹으면 식후 혈당 수치를 낮출 수 있다. 한 연구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 16명이 같은 식사를 다른 날에 △탄수화물을 먼저 먹고, 10분 후에 단백질과 채소를 섭취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고, 10분 후에 탄수화물 섭취 △모든 구성 요소를 합친 것 등 다양한 순서로 섭취하게 했다.
연구팀은 식사 직전과 식사 후 최대 3시간 동안 30분 간격으로 혈당, 인슐린 및 기타 지표를 측정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이 식사 시작 시점보다 식사 종료 시점에 탄수화물을 섭취했을 때 혈당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았다.
또 다른 리뷰에 따르면 음식을 먹는 순서가 식사 후 혈당 수치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자들은 음식을 채소 같은 수분 및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고단백 식품→기름과 지방→천천히 소화되는 통곡물 및 복합 탄수화물→단순 탄수화물이나 당분이 많은 음식 순서대로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식사에 수용성 섬유질을 더 많이
섬유질은 혈류로 흡수되지 않는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혈당을 올리지 않는다. 수용성 섬유질은 물에 녹아 소화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이로 인해 탄수화물이 천천히 흡수되고 식사 후 혈당 스파이크가 줄어든다.
수용성 섬유질의 천연 공급원은 △견과류와 씨앗류 △콩, 렌틸콩, 완두콩 △사과, 바나나, 아보카도 같은 과일 △귀리 △방울양배추와 아보카도 등이 있다.
수용성 섬유질의 효과는 5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설탕이 들어 있는 음료에 수용성 섬유질을 첨가하면 총 혈당 수치가 현저히 낮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제2형 당뇨병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칼로리는 같지만 수용성 섬유질 함량이 다른 아침 식사가 식후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이나 보충제를 통해 수용성 섬유질 섭취량이 많은 아침 식사는 식후 혈당 수치를 18%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헐적 단식
간헐적 단식은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혈당 관리 등 다양한 건강상의 이점을 위해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 됐다.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연구에 따르면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대부분의 칼로리를 아침과 점심에 섭취하고, 저녁은 6시 이전에 적게, 그리고 일찍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다른 연구들 역시 건강한 성인이라도 저녁 식사를 늦게 하는 것이 식후 혈당 조절을 악화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 하지만 연구 리뷰에 따르면 간헐적 단식의 구체적인 유형과 상관없이 고혈당 및 고 콜레스테롤인 사람들의 건강 결과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지난 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당화 혈색소 개선이 포함됐다.
정제 곡물보다 통곡물 먹기
모든 탄수화물이 똑같은 것은 아니며, 특히 혈당 수치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다르다. 발표된 연구들을 종합한 분석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들 사이에서 통곡물 섭취가 정제된 탄수화물 식품보다 식후 혈당 수치를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0개의 이전 연구를 종합한 또 다른 리뷰에서는 정제된 곡물에 비해 통곡물이 식후 혈당 수치를 낮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통곡물 섭취량과 제2형 당뇨병 위험 사이의 반비례 관계를 설명해 주는데, 즉 통곡물을 많이 먹을수록 위험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통곡물로는 보리, 현미, 아마란스, 메밀, 기장, 귀리, 퀴노아, 수수 등이 있다.
식사 후 걷기
식사 후 산책을 하면 최근 섭취한 탄수화물을 태워 근육 움직이는데 에너지를 공급해 식후 혈당 수치를 낮춘다. 걷기는 인슐린이 혈액 내 당분을 제거하는 효과도 향상시킨다.
한 연구에서는 건강한 젊은 자원봉사자 21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걷기의 효과를 조사했다. 첫 번째 그룹은 다양한 양의 탄수화물이 포함된 식사 후 30분간의 빠른 걷기를 했다. 또 다른 그룹은 혼합 식사나 고 탄수화물 음료를 섭취한 후 빠르게 30분간 걷기를 완료했다.
연구팀은 빠르게 걷는 것이 두 그룹 모두에서 식후 혈당 최고치를 크게 낮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가벼운 걷기가 더 효과적이었지만, 식사 후 앉아 있는 것보다 서 있는 것조차도 식후 혈당 수치를 더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력 운동
근육과 힘을 키우는 것 외에도 저항 운동은 혈당 조절을 개선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식사 전에 단 한 번의 저항 운동만으로도 비만과 당뇨 전단계가 있는 10명의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남성의 식후 혈당 수치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또 다른 소규모 연구에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 8명을 대상으로 식사 후 다양한 활동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운동 종류는 연속해서 앉아 있기, 30분 걷기, 30분 걷기와 유산소 운동 병행, 그리고 15분 서킷 저항 운동이었다. 연구팀은 앉아 있기를 제외하고 모든 종류의 운동이 식후 혈당 조절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 많은 콩류를 식단에 포함시키기
콩류에는 모든 종류의 콩, 렌틸콩, 완두콩, 병아리콩이 포함된다. 이 식품군은 항산화 물질과 여러 주요 비타민 및 미네랄이 풍부하며 단백질과 고섬유질 탄수화물이 독특하게 조합돼 있다.
연구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이 있는 사람과 당뇨병이 없는 사람 모두에서 콩류 섭취를 늘리면 식후 혈당과 장기 혈당 조절, 특히 당화 혈색소 수치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콩류 기반 식단이 혈당 조절뿐만 아니라 혈중 지질과 체중 감소에 지속적으로 상당한 개선 효과를 가져왔다고 결론지었다.
콩류를 4분의 3컵에서 1컵 정도 한 번만 섭취해도 식후 혈당 수치가 크게 낮아졌다. 또한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이 일주일에 5컵의 콩류를 섭취하면 당화 혈색소 수치가 개선됐다.
단백질이 풍부한 아침 식사
단백질이 풍부한 아침 식사는 하루 종일 식후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12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 고단백 아침 식사를 한 사람들이 일반적인 저단백 아침 식사를 한 사람들에 비해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 혈당 수치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단백 아침 식사의 칼로리 중 60%가 단백질에서 나왔으며 일반 아침 식사에서는 18%에 불과했다. 단백질을 더 섭취할 때는 식물성 식품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약 8년에 걸쳐 약 7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에서 식물성 식품을 더 많이 섭취한 사람들이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이 혈액 내 당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는 상태)뿐만 아니라 당뇨 전 단계와 제2형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더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발효 음식을 더 많이
발효는 무 산소 상태에서 효모나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을 이용해 탄수화물을 알코올이나 유기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발효 식품에는 김치, 된장, 케피어, 콤부차, 사우어크라우트, 템페, 낫토, 사워도우 빵 등이 있다.
소화 건강을 돕는 것 외에도 연구에 따르면 발효 식품은 탄수화물 흡수를 늦춰 식후 혈당 상승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연구에서 11명의 건강한 성인이 혈당 지수가 높은 식사를 탄산수, 다이어트 레모네이드, 또는 비 살균 콤부차 중 하나와 함께 섭취했다.
그 결과 식후 혈당을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낮춘 것은 콤부차 뿐이었다. 발효 식품은 제2형 당뇨병의 위험 요인인 염증을 줄이는 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첨가당 섭취 줄이기
첨가당은 제조업체가 음식에 단맛을 내기 위해 넣는 당류인 경우와, 커피에 설탕을 넣듯이 직접 넣는 당류를 말한다. 첨가당은 혈류로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 수치가 급격히 올라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과도한 첨가당 섭취는 당뇨병뿐만 아니라 심장병,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비만, 고혈압, 그리고 일부 암의 위험도 높인다. 미국 심장 협회는 여성의 경우 하루 첨가당 섭취량을 25g(6티스푼) 미만으로, 남성의 경우 36g(9티스푼)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장한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총 칼로리 섭취량의 5% 미만으로 첨가당 섭취를 제한하면 당뇨 전 단계와 제2형 당뇨병 유병률이 약 50% 감소한다.
설탕 대체물 줄이기
설탕 대체 감미료는 첨가당처럼 즉각적으로 혈당을 올리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혈당 관리나 당뇨병 위험 감소를 위한 좋은 대안은 아니다. 그 이유는 인공 감미료 등 설탕 대체 감미료가 인슐린 수치를 급격히 올려 결국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혈액 속 당분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체중 조절이나 질병 위험 감소를 위해 비 당류 감미료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과학적 검토를 바탕으로 해당 기관은 장기간 비 당류 감미료를 사용할 경우 제2형 당뇨병과 심장병 위험 증가 등 잠재적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비타민D 섭취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혈당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2022~2023년 한국인의 비타민D 결핍률은 남성은 43.6%, 여성은 39.8%다. 한국 성인 10명 중 4명이 비타민D 결핍 상태인 셈이다.
하지만 비타민D를 과다 섭취하면 혈중 칼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시간이 지나면서 신장(콩팥), 연조직, 뼈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46개의 기존 연구를 검토한 리뷰에 따르면 비타민D 보충제가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비타민D 수치가 낮은 사람들의 혈당 조절을 개선하고 당화 혈색소 수치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비타민D 보충제가 당뇨 전 단계에 있는 사람으로 비타민D 수치가 낮은 사람들에서 당뇨병 발병 위험을 15% 줄이고 혈당 조절 정상화 가능성을 30%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D 수치가 걱정된다면, 보충제를 복용하기 전에 혈액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분 섭취
연구에 따르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성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고 만성 질환 발생률이 낮으며 수명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수분 섭취는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연구 리뷰에 따르면 물 섭취량과 제2형 당뇨병 위험 사이에 역상관관계가 있어, 물을 많이 마실수록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2형 당뇨병이 있는 남성 9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 3일간 물 섭취가 부족하면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긴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제2형 당뇨병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식사 30분 전에 1ℓ의 물을 마신 사람들이 물을 마시지 않은 사람들보다 혈당 조절이 더 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주 후 식사 전에 물을 마신 사람들은 칼로리 섭취량이 줄고 체중이 감소했으며, 허리둘레가 줄었고 중성 지방과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도 낮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