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중 눈이 흐릿해지는 증상을 안구건조증으로 여겼던 여성이 기생충이 각막을 침범하는 가시아메바 각막염을 진단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더럼에 사는 에이미 웨더번(30)은 2026년 6월 왼쪽 눈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눈이 자주 건조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눈물이 계속 흐르고 눈이 붓고 충혈되면서 TV를 보거나 햇빛을 마주하기조차 어려워졌다.
에이미에 따르면, 처음 찾은 안과에서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보고 항바이러스 겔과 먹는 약을 처방했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두 달 동안 여러 차례 응급실을 찾았고, 만삭이던 8월 다른 안과 전문의에게 가시아메바 각막염을 진단받았다.
그는 “두 달 동안 어둠 속에 숨어 지냈다”며 “베이비샤워 때도 블라인드를 모두 내리고 선글라스를 써야 했다. 딸이 태어났을 때 얼굴을 보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근무 중 사용한 물 분사 선풍기를 감염 원인으로 의심했다. 수영장이 있는 레저센터에서 일하면서 더위를 견디려고 얼굴에 수시로 물을 뿌렸다는 것이다. 당시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쓰고 있었다. 에이미는 의료진에게서 임신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와 분무한 물이 함께 감염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안약 치료를 시작한 뒤 시력이 조금씩 나아졌고, 8월 23일 딸 엠버를 출산했을 때는 아기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진통 중에도 파트너가 안약을 넣어줘야 했다. 에이미는 “눈에 기생충이 있다는 생각에 무서웠고, 얼마나 더 나빠질지 알 수 없어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현재 왼쪽 눈에는 감염 징후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시력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안약과 스테로이드 치료를 이어가는 그는 "반대쪽 눈보다 여전히 뿌옇고 심하게 부어 있다"고 말했다.
에이미는 “같은 일을 다시 겪을까 걱정된다. 앞으로 각막이식을 받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며 가시아메바 각막염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SNS에 공유하고 있다. 자신의 감염은 콘택트렌즈와 관계없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그는 "렌즈 착용자에게 훨씬 흔한 질환”이라며 “렌즈를 낀 채 수영하거나 샤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렌즈 끼고 샤워하다 감염될 수도…국내에서도 보고되는 ‘가시아메바 각막염’
가시아메바 각막염은 물과 흙 등에 사는 단세포 원생생물인 가시아메바가 눈의 투명한 앞부분인 각막에 침입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흔한 감염은 아니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시력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콘택트렌즈를 낀 채 수영하거나 샤워하는 행동, 수돗물로 렌즈를 세척하거나 보관하는 습관이 감염 위험을 높인다. 렌즈를 사용하지 않아도 각막에 상처가 있으면 감염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가시아메바 각막염은 면역억제 상태와 연관된 질환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가시아메바 각막염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부산대병원 연구에서는 201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콘택트렌즈 관련 가시아메바 각막염 환자 16명(19안)을 분석한 결과가 있고, 2024년 11월 한국콘택트렌즈학회 회원 대상 설문에서는 응답자 132명 중 79명(59.8%)이 가시아메바 각막염에 대해 연간 1건 이상 진료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감염되면 주요 증상은 눈 통증과 충혈, 눈물 흘림, 시야 흐림, 눈부심, 이물감이다. 대개 한쪽 눈에 나타나며, 겉으로 보이는 이상에 비해 통증이 심할 수 있지만 통증이 없는 환자도 있다. 초기에는 헤르페스나 세균성 각막염과 비슷해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각막에서 검체를 채취해 현미경, 배양,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하거나, 각막 내부를 관찰하는 공초점현미경으로 진단을 돕는다. 렌즈 착용 후 통증과 충혈, 시력 저하가 생기면 렌즈를 빼고 신속히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에는 폴리헥사메틸렌비구아니드(PHMB)나 클로르헥시딘 계열 점안제 등을 사용한다. 가시아메바가 약물에 잘 견디는 낭포 형태로 남을 수 있어 치료가 6~12개월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약물치료를 했음에도 각막염이 계속 되면 각막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 안약은 사용 시점에 따라 경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안과 전문의의 판단이 필요하다.
감염을 예방하려면 수영이나 샤워 전에 렌즈를 빼고, 렌즈는 수돗물 대신 전용 관리용액으로 관리해야 한다. 렌즈를 만지기 전에는 손을 씻고 충분히 말리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