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세 여성이 고혈압약을 세 종류나 먹었지만 수축기 혈압이 180까지 치솟았다. 그사이 세 차례 태아를 잃고 뇌혈류 장애까지 겪었지만, 고혈압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5년 만에 다시 검사한 결과, 췌장 뒤쪽에서 뜻밖의 종양이 발견됐다.
시리아 사립대학교 의과대학의 아흐마드 알다라 등 연구진은 이 사례를 국제학술지 《의학 증례보고 저널(Journal of Medical Case Reports)》에 26일 발표했다.
혈압약 세 종류 먹어도 조절 안 돼⋯첫 검사에선 정상
이 여성은 20세 무렵부터 심한 고혈압에 시달렸다. 암로디핀, 발사르탄,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등 세 가지 약을 꾸준히 복용했지만 혈압은 160/100~180/110mmHg에 달했다. 심박수도 분당 130회를 넘었다.
세 약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혈압을 낮추기 때문에 함께 쓰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2009년 발표된 별도의 임상시험에서 고혈압 환자 571명이 같은 세 약을 최대 용량으로 8주간 복용한 결과, 수축기 혈압이 평균 약 40mmHg, 이완기 혈압은 약 25mmHg 떨어졌다.
물론 약효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여러 약을 먹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여성은 임신 후기에 두 차례 태아를 잃었고, 또 한 차례는 임신 7개월째 사산했다. 임신 중에는 전자간증도 나타났다. 진단 약 2년 전에는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막히는 일과성 허혈발작을 겪었지만 후유증은 남지 않았다.
뒷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도 있었다. 의료진은 소변검사와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원인을 조사했지만 종양을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 CT 검사에서는 양쪽 신장 위에 자리하며 혈압 조절 등에 관여하는 호르몬을 만드는 부신에 초점을 맞췄다.
췌장 뒤에서 발견된 4.6cm 종양⋯수술 뒤 혈압 정상
의료진은 검사 전 식단과 복용 약물을 조정하고 검체 채취 조건을 갖춰 다시 검사했다. 이번에는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노르메타네프린 수치가 정상 범위를 크게 웃돌았다.
이어 복부 CT 혈관조영검사를 하자 췌장 뒤쪽, 복부 대동맥 앞쪽에서 약 4.6cm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부신경절종'을 의심했다. 부신 밖 신경조직에서 생기는 희귀 종양이다. 일부는 혈압과 심박수를 높이는 카테콜아민이라는 호르몬을 지나치게 분비해 심한 고혈압과 두통, 가슴 두근거림 등을 일으킨다.
의료진은 수술로 종양을 제거했다. 조직검사 결과도 부신경절종을 뒷받침했다.
수술 후 여성의 혈압은 약을 먹지 않아도 130/80mmHg로 떨어졌다. 이후 8년간 정상 혈압을 유지했으며, 영상검사에서도 종양 재발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세 차례 태아를 잃은 경험이 심리적 부담으로 남아 이후 임신은 미뤘다.
연구진은 첫 검사에서 종양을 발견하지 못한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못했다. 당시 검사 수치와 검체 처리 기록이 충분히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양이 분비한 호르몬이 임신 합병증과 뇌혈류 장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종양이 이들 문제를 직접 일으켰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진은 젊은 나이에 여러 혈압약을 먹어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고 두통이나 두근거림, 얼굴 홍조가 반복된다면 부신경절종 같은 드문 원인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 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의심 증상이 계속되면 추가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