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7일 (화)

“고관절 주사 맞고 안심했는데”⋯6주 만에 뼈 무너진 47세女, 왜?

사타구니 통증에 맞은 관절 주사, 일시적 호전 뒤 보행 불능 빠져 긴급 수술/‘주사 후 뻐근함’ 넘기지 말고 통증 악화 땐 MRI 등 정밀검사 필요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중년 여성이 고관절(엉덩이 관절)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고관절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딱 한 번 맞은 뒤 대퇴골두(허벅지 뼈 머리)에 문제가 생겨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중년 여성의 사례가 보고됐다. 사진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엉덩이 관절(고관절)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딱 한 번 맞은 뒤 6주 만에 허벅지 뼈 머리(대퇴골두)가 거의 파괴돼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40대 여성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평소 고혈압과 불안장애를 앓던 47세 여성은 2개월 전부터 시작된 오른쪽 사타구니 부위 통증으로 병원 통증클리닉을 찾았다. 통증은 날카롭고 욱신거렸고, 관절이 삐걱거리는 느낌과 함께 서 있거나 걸을 때마다 허벅지 앞쪽을 지나 무릎까지 뻗쳤다. 신체 검사에서 다리를 돌릴 때 심한 통증이 나타났고 관절운동의 범위도 좁아져 있었다.

초기의 단순 방사선(X-ray) 검사에서는 대퇴골두 상부가 다소 납작해진 중증 고관절 골관절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뼈가 완전히 주저앉거나 무너진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소염진통제, 근육이완제, 도수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시도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의료진은 X선 투시 유도 하에 고관절 내부로 면역억제·항염증 스테로이드인 트리암시놀론 80mg와 국소마취제를 혼합 투여하는 주사 치료를 시행했다. 주사 직후 통증이 일시적으로 가라앉는 듯했으나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시술 10일 뒤 추적 검사에서는, 사타구니 통증과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찍은 엑스레이에서 대퇴골두의 형태학적 변형이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병증이 나빠지는 속도는 뜻밖에 너무 빨랐다. 주사 후 약 6주가 지나자 환자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스스로 걷기조차 힘들게 됐다. 방사선 및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대퇴골두가 거의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파괴된 상태였다. 관절 안에는 물이 차고 석회화가 폭넓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즉시 환자에게 목발을 짚게 하고 체중이 실리지 않게 조치했다.

통상 관절 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직후에는 감염 위험 등을 고려해 인공관절 치환술을 약 3개월간 미루는 것이 권장된다. 그러나 뼈가 파괴되는 속도가 워낙 빠르고 통증이 심한 이 환자는 서둘러 오른쪽 인공 고관절 전치환술을 받았다. 수술 당시 대퇴골두는 광범위하게 파괴돼 뼈 기둥만 일부 남아 있었다. 다행히 수술 후 약 6주가 지난 시점에 환자의 통증은 크게 호전되고 정상적인 보행 기능을 되찾았다.

미국 플로리다 정형외과 센터와 레이크 이리 정골의대 공동 연구팀은 이 사례 연구 결과(Rapidly Progressive Femoral Head Destruction Following a Single Intra-Articular Corticosteroid Injection)를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환자의 급속한 관절 파괴의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술 전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나 조직병리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스테로이드 주사와 관절 파괴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뼈로 가는 혈류가 막히는 잠복성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미세한 연골하 피로 골절, 관절염이 급격히 악화하는 급속 진행성 골관절염 등을 의심했다.

주사 직후 급격한 악화 탓에 의료 과실을 의심할 수도 있지만, 보존 치료 실패 후 엑스레이 확인을 거쳐 주사한 과정은 임상 표준 지침에 맞는다. 따라서 시술상 잘못이라기보다는 엑스레이에 잡히지 않던 잠복 질환이 진행했거나 여러 병리적 요인이 복합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영상의학(Radiology)》에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 결과를 보면 고관절 스테로이드 주사 후 관절이 일반적인 퇴행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하는 ‘급속 진행성 골관절염’ 발생률은 약 6%로 추정된다. 뼈 괴사 위험도 단일 저용량 주사 때는 매우 낮지만, 고용량을 쓰거나 반복 투여할 때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환자는 연간 1만 4000명 안팎으로 인공관절 수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흔하다. 하지만 이 환자처럼 단 1회 주사 후 짧은 기간 안에 관절 구조가 무너진 것은 매우 예외적이다.

이 사례의 핵심 교훈은 ‘주사 후 완치 착각’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염증과 통증을 일시 차단할 뿐 손상된 관절 조직을 재생하는 치료가 아니다. 통증이 줄었다고 해서 원인 질환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므로 관절에 무리를 주는 활동을 삼가고 경과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통증의 성격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사 후 2~3일간 뻐근한 것은 약물 자극에 따른 일시적이고 흔한 반응이다. 하지만 일주일 넘게 통증이 심해지거나 디딜 때 다리에 힘이 빠진다면 단순 후유증으로 넘겨선 안 된다. 환자는 ‘참으면 낫겠지’라는 자의적 판단을 멈추고 서둘러 담당 의사를 찾아야 한다.

초기 엑스레이에서 뚜렷한 이상이 없더라도 증상이 심하다면 MRI 등 정밀 검사로 조기에 진단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설령 뼈가 무너지더라도 인공 고관절 전치환술을 제때 받으면 통증을 크게 줄이고 보행 기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관절염으로 고관절 주사를 맞은 뒤 통증이 심해지면 무조건 뼈가 파괴된 것인가요?

A1. 아닙니다. 주사 직후 약물 자극이나 일시적인 염증 반응으로 1~2일 정도 일시적 뻐근함이나 묵직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사를 맞고 수일이 지나도 통증이 줄지 않고 점차 악화되거나, 다리를 딛기 힘들 정도의 보행 장애가 동반된다면 상황이 다릅니다. 단순 후유증이 아닌 급속한 관절 손상이나 뼈 괴사의 신호일 수 있으니 즉시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2. 엑스레이 검사만으로는 대퇴골두 손상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나요?

A2. 그렇습니다. 단순 X선 검사는 뼈의 전체적인 윤곽이나 관절 간격의 좁아짐을 확인하는 데 유용합니다. 하지만 뼈 내부에서 혈액 공급이 끊겨 괴사가 시작되는 초기 단계나 미세 골절은 엑스레이에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뼈 붕괴가 진행된 뒤에야 엑스레이로 식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초기 진단의 표준 검사인 MRI 검사를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3. 고관절에 맞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아예 피하는 것이 좋은가요?

A3.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테로이드 관절 강내 주사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극심한 통증을 신속히 완화하는 검증된 치료법입니다. 다만 잦은 주사는 연골과 뼈 구조를 약화시킬 위험이 있으니 의료진과 상의해 최소한의 간격과 적정 용량을 지켜야 합니다. 특히 고관절염이 심한 환자는 주사 전후의 관절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신중하게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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