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7일 (화)

“동네 의원으로 몰린 거야?”…의욕 넘치던 의사과학자 어디로 갔나?

[김용의 헬스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기대를 안고 출범했던 의전원은 실패했다. 의사과학자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서울-수도권 동네 의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환자가 줄어 거액의 병원 인테리어 비용마저 날릴 상황인 곳도 있다. 지방은 의사가 없어 난리인데, 서울은 동네 의원이 너무 많아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24년 의정 갈등 이후 젊은 의사들이 전문의를 포기하고 피부·미용으로 몰리면서 경쟁이 더 심해졌다. 생명을 살리는 전공은 포기하고 돈 많이 벌고 의료분쟁이 적은 분야로 몰리고 있다.

의사과학자 육성이 큰 목적이었는데…의전원 정책 사실상 실패

동네 의원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출신이 가세한 영향도 있다. 정부가 의대와 별도로 의전원을 만든 것은 의사과학자 육성이 큰 목적이었다. 화학, 생물 등 다양한 학문배경을 가진 의사 겸 과학자를 양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실제로 대학에서 기초과학을 전공한 의전원 출신들이 연구에 몰두해 면역항암제 개발에 기여했다. 지금도 신약 개발을 위해 연구실에서 밤을 새는 의사과학자들이 많다. 진작에 의사과학자들을 육성했더라면 코로나19 유행 당시 외국 제품에 뒤지지 않는 코로나 백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큰 기대를 안고 출범했던 한국의 의전원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전국의 의전원은 현재 한 곳 정도만 제외하곤 사라졌다. 의사과학자의 꿈을 가졌던 의전원 졸업생은 동네 의원 의사가 된 경우가 많다. 돈을 더 벌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의사 겸 과학자의 길이 가시밭길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듯 하다. 정부의 관심이 사라진 데다 의사과학자로 살다간 시간만 낭비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중년의 나이에 잘리면 사실상 갈 곳이 없다. 진료 경험이 짧아 큰 병원 취업은 어렵다. 결국 직접 동네 의원을 차릴 수밖에 없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50%가 의사이면서 과학자

최근 10년간 노벨 생리의학상 중 의사과학자가 포함된 것이 10건 중 5건이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50%가 의사이면서 과학자였다. 아시아에선 일본과 중국이 총 7명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일본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6명 중 3명이 의사과학자였다(남인순 국회의원-보건산업진흥원 자료). 반면에 한국은 2027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서 질병 원인을 규명하고 신약 개발에 기여할 글로벌 의사과학자 양성사업 예산이 16.7% 삭감됐다.

일본-중국은 크게 앞서가는 데, 한국은 오히려 뒷걸음질

일본과 중국은 의사과학자 분야에서 저 만치 앞서가는데, 한국은 오히려 거꾸고 가고 있다. 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와 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하고 새로운 치료법 등을 연구하는 융합형 전문가이다. 신약 개발과 기초의학, 제약·바이오헬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수인데, 오히려 지원이 후퇴한 것이다. 일본, 중국처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은커녕, 또 다시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나타나면 미국, 유럽 등 외국 제약사 백신에 의존해야 할 상황이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연구 경력 분석 결과, 첫 연구에서 핵심 연구 성과 도출까지 20년 정도가 걸렸다. 노벨상 수상까진 30년 이상이 소요되었다.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는 의사과학자가 진료와 연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연구 시간 보장, 연구비에서 인건비 보장, 대체인력 지원 등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연구가 중단되지 않도록 연구 단계 별 연구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30년 연구 기다려 줄 곳 있나…예산 삭감에 군 복무 문제까지

한국은 20~30년 연구를 묵묵히 기다려 줄 곳이 거의 없다. 매출에만 매달리는 사기업은 물론, 내가 낸 세금을 쓰는 정부도 성급하다. 한국의 의사과학자가 20~30년을 연구만 하다간 잘리기 십상이다. 경영-경제 등 문과 출신이 즐비한 기업 최고위층들이 의사과학자의 연구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어느 글로벌 기업의 회계 담당자는 초등학생 수준의 쉬운 연구 계획서를 요구, 세계의 개발 트렌드에서 뒤처지는 실책을 범하기도 했다.

일본은 의사과학자의 연구를 오래 시간 기다린 끝에 노벨상 수상을 일궈냈다.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일본 오사카대 사가구치 시몬 교수는 면역학·자가면역 분야 권위자로, 1979년에 T세포 관련 연구를 시작, 1995년 조절 T세포 규명, 2003년 노벨상과 관련된 핵심 연구를 확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시간 연구에만 매달렸지만, 그를 성급하게 재촉한 곳은 없었다. 의과학 분야에선 오래 기다려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국가 지원을 받는 의사과학자 대학원생 10명 중 7명 이상이 군 입대 문제로 연구 중단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전진숙 국회의원-보건복지부 자료). 이들은 군 전문연구요원 편입이 제한돼 병역 이행 과정에서 연구 경력이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산 삭감에 군복무 문제까지…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젊은 의사과학자들이 사라지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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