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이들이 약물의 사용 및 효과와 위험성 등 정보를 알기 위해 인공지능(AI)에 지나치게 많이 의존한다는 우려가 크다. AI는 부정확한 정보를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오류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실제 복약과 처방은 반드시 의사의 진료에 따라야 한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다.
미국 럿거스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젊은이 3명 중 1명이 약물에 관한 각종 정보를 얻기 위해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18~29세 남녀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약물과 관련된 정보를 탐색할 때의 생성형 AI 활용 실태를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다.
응답자의 약 32%는 약물 정보를 얻기 위해 생성형 AI 챗봇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은 주로 특정 약물의 위험성과 복용 후 나타날 수 있는 결과에 대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검색했다. 특히 AI를 활용해 약물 정보를 찾는 청년 중 약 50%는 매월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챗봇에 접속해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과 흑인이 AI를 이용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응답자의 다수는 AI 챗봇이 내놓는 답변에 대해 높은 신뢰도와 유용성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약물 남용이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대면 진료에 따르는 사회적 낙인감, 의료 서비스 접근성의 차이 등이 이들 젊은이를 병원 대신 AI 앞으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연구팀이 제시한 주요 원인 세 가지다.
첫째, 사회적 낙인과 익명성 문제 때문이다. 약물이나 알코올, 특정 향정신성 의약품 등의 사용은 병원이나 의사 대면 진료 시 비난이나 처벌, 도덕적 판단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일으킨다. 반면 AI 챗봇은 비대면·익명성이 보장되므로 약물의 복용 위험성, 부작용, 혼합 복용 결과 등 솔직하고 민감한 질문을 심리적 저항 없이 편하게 물어볼 수 있다.
둘째, 의료 접근성의 격차와 비용 장벽이다. 병원 예약의 번거로움, 진료 대기 시간, 진료비 및 보험 유무에 따른 문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면 AI 챗봇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즉각적인 답변을 무료나 값싸게 제공해준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흑인과 남성 집단의 이용률이 높게 나타난 점은 기존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 차이와 의료 불신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셋째, AI에 대한 과도한 신뢰감과 높은 편의성이다. 연구 참가자들은 AI 도구가 제공하는 답변에 대해 높은 수준의 신뢰도, 정확성, 유용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돈되고 전문적인 문체로 즉시 답을 내놓는 생성형 AI의 특성이 의사와 다름없는 전문 지식을 접하고 있다고 이용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의사(pseudo) 전문가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AI가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재생산할 위험이 큰 만큼, 이처럼 높은 의존도는 자칫 위험한 투약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연구팀은 “청년층은 약물 부작용에 가장 취약한 연령대"라며 "AI가 제공하는 잘못된 정보에 의존할 경우 매우 위험한 약물 오남용 행동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Use of Generative AI for Substance-Related Information Among Young Adults (Aged 18-29 Years) in the United States: Cross-Sectional Survey)는 최근 국제 학술지 《의료인터넷연구저널 형성연구(JMIR Formative Research)》에 실렸고 미국과학기술진흥협회 포털 ‘유레카얼럿’이 소개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생성형 AI가 방대한 의학 지식을 요약해 주는 유용한 참고 수단은 될 수 있지만, 결코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개인의 지병(기저질환)이나 체질, 현재 앓고 있는 다른 병, 함께 복용 중인 약물 간의 상호작용 등은 AI가 정확히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답변은 단순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고, 실제 약물의 용량 조절이나 처방, 복용은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야 한다.
럿거스대 연구팀의 분석과 별도로, 그동안 의료 커뮤니케이션 및 환자 경험 분야에서 수행된 선행 연구 결과와 통계적 팩트를 토대로 분석할 수도 있다. 젊은 층을 비롯해 최근 많은 사람이 약물 정보를 인공지능에 지나치게 많이 의존하는 세 가지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간적 제약과 진료실 분위기 때문이다. 특히 ‘3분 진료’로 대표되는 의료시스템에 따른 구조적인 한계와 바쁜 임상 환경 속에서는 환자가 약물의 부작용, 복용 시 주의사항, 일상의 작은 불안감 등을 꼬치꼬치 묻기 어렵다. 《영국 의학저널 오픈(BMJ Open)》에 실린 글로벌 진료 시간 비교 연구 결과(2017년)에 따르면 한국 등 각국의 1차 의료 평균 진료 시간은 2~5분 정도에 그친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사정이 썩 좋아지지 않았다.
《일반내과학저널(JGIM)》 등에 발표된 미국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의사가 환자의 말을 듣다가 끊기까지 걸리는 평균 시간이 11초에 그친다는 통계도 있다. 환자는 진료실에 들어서는 순간, 촉박한 시간의 압박을 받으면서 모니터를 보며 처방전을 입력하는 의사 앞에서 부작용이나 복용법에 대한 세부 질문을 포기한다. 특히 의사가 모니터만 응시하거나 질문을 자르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면 환자는 크게 위축되게 마련이다. 반면 생성형 AI는 아무리 사소하거나 긴 질문을 수십 번 던져도 지치거나 면박을 주지 않고 친절하게 응대해준다.
둘째, 환자의 질문에 대한 ‘심리적 안전감’의 부재다. 《미국의사협회 내과학 저널(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대규모 연구 결과를 보면 환자의 약 60~80%가 의사에게 중요한 의학적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고 숨긴다고 답변했다. 처방 약을 제때 안 먹었거나, 민간요법을 병행했거나, 약을 왜 복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경우에도 의사에게 제대로 말을 못한다. 환자들이 이를 숨기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에게 핀잔이나 엉뚱한 판단을 받을까 두렵거나 귀찮은 환자로 보이기 싫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약물의 오남용이나 부작용, 생활 습관과 얽힌 민감한 문제는 의사에게 털어놓았을 때 “그런 걸 왜 먹었느냐”라거나 “인터넷 보고 아는 척하지 마라”는 식의 핀잔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불친절하거나 비판적인 피드백을 피하고 싶은 환자 입장에서는 비난이나 감정적 마찰 없이 객관적인 문답만 주고받을 수 있는 AI가 훨씬 더 편안하다.
셋째, 설명의 눈높이 차이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LM)과 보건의료 연구기관의 건강 문해력(Health Literacy)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가 말로 설명한 내용의 40~80%는 환자가 진료실 문을 나서는 즉시 잊어버리거나 잘못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진료실에서 쓰는 전문 용어의 장벽 때문에 환자가 질문 내용 자체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진료실에서 전문 의학 용어로 짧게 툭 던져지는 설명은 일반 환자가 온전히 소화하기 어렵다. 되물으면 면박을 받을까 봐 질문을 하지 못한 환자는 집으로 돌아와 AI에게 “이 약이 왜 처방됐고 무슨 작용을 하는지 쉽게 설명해줘”라고 묻는 식의 현상이 일상화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청년들이 의사 대신 AI 챗봇에 약물 정보를 묻는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진료실에서 약물 복용이나 남용 위험에 대해 털어놓을 때 느끼는 사회적 낙인감과 부담감 때문입니다. AI 챗봇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시간과 비용 부담 없이 즉각 답변을 얻을 수 있어 심리적 문턱이 낮습니다.
Q2. 약을 복용할 때 AI가 알려준 지침을 그대로 따라도 괜찮을까요?
A2. 절대 안 됩니다. 생성형 AI는 그럴듯하지만 완전히 왜곡된 정보(환각 현상)를 사실처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를 AI 환각(AI Hallucination)이라고 합니다. 개인의 신체 상태나 지병(기저질환), 다른 약물과의 복합 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자가 투약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약 처방과 복용법은 반드시 의사의 진단에 따라야 합니다.
Q3. 의료 정보를 탐색할 때 AI를 가장 안전하게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A3. AI는 증상이나 약물에 대해 기본적인 의학 상식을 확인하고 진료실에서 의사에게 질문할 내용을 정리하는 ‘참고 도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약 복용 여부와 용량 조절 등 치료에 관한 최종 결정은 전문 의료진의 상담 후 내려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