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의 새들은 여자를 더 싫어한다는 뜻일까.
여성이 다가올 때 도시의 새들은 남성보다 더 먼 거리에서 날아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녀의 키와 옷차림을 맞춰도 결과는 비슷했다. 새들이 무엇을 보고 다르게 반응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제 공동연구진이 최근 도시의 새들이 접근하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를 영국생태학회 학술지 《사람과 자연(People and Nature)》에 발표했다. 연구엔 체코 프라하 생명과학대 야니나 베네데티 박사,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대니얼 블럼스타인 교수, 이탈리아 토리노대 페데리코 모렐리 박사 등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체코, 프랑스, 독일, 폴란드, 스페인 등 유럽 5개국의 도시공원과 녹지에서 새 37종을 대상으로 총 2701건의 관찰 자료를 수집했다. 조사 대상에는 박새와 집참새, 대륙검은지빠귀, 까치, 비둘기 등이 포함됐다.
실험에서는 키와 옷차림을 맞춘 남녀 참여자가 새를 향해 곧장 걸어갔다. 연구진은 새가 날아오르는 순간 사람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측정했다. 이 거리를 ‘도피 개시 거리(flight initiation distance)’라고 하며, 거리가 길수록 사람이 더 멀리 있을 때 새가 달아났다는 뜻이다.
분석 결과, 남성은 여성보다 평균 약 1m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여성이 다가가면 새가 그만큼 더 먼 거리에서 날아간 것이다. 이런 경향은 조사한 5개국과 37종 전반에서 나타났다. 쉽게 놀라는 까치뿐 아니라 사람이 가까이 다가와도 잘 피하지 않는 비둘기에서도 같은 양상이 관찰됐다.
블럼스타인 교수는 “최첨단 비교분석 기법을 사용해 도시와 종이 달라도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도시의 새들이 다가오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는 결과를 신뢰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새들이 남녀를 구별하는 단서를 감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페로몬 같은 화학적 신호와 체형, 걸음걸이의 차이 등이 후보로 제시됐다. 다만 어느 요인이 실제 반응을 이끌어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후속 실험이 필요한 가설이다.
모렐리 박사는 “하나의 현상을 확인했지만 왜 그런지는 모른다는 점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일 것”이라며 “이번 결과는 새들이 주변 환경을 정교하게 평가하는 능력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은 동물 행동을 관찰하는 연구 방식에도 질문을 던진다. 관찰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동물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베네데티 박사는 “현장에서 연구하는 여성으로서 새들이 우리에게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많은 행동 연구는 인간 관찰자를 중립적인 존재로 가정하지만, 이번 연구의 도시 새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움직임과 냄새, 신체적 특징을 각각 나눠 시험하면 새들이 감지하는 구체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베네데티 박사는 “이런 요인을 관찰자의 성별이라는 범주로 묶기보다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