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0일 (화)

“서울 의사가 움직이니 상하이 로봇팔이 수술”⋯870km 거리 뛰어넘었다

고대 안암병원 강석호 교수, 한중 원격 로봇수술 실증 성공⋯의료취약지 넘어 우주수술 가능성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강석호 교수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78차 대한비뇨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약 870km 떨어진 중국 상하이의 수술로봇을 원격 조작해 실험동물을 수술했다. 사진은 강 교수가 수술로봇 조종 장치(콘솔)를 조작하는 모습.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서울에 있는 의사가 수술 장비를 조작하자 약 870km 떨어진 중국 상하이의 수술로봇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팔은 의사의 손동작에 맞춰 돼지의 방광 일부를 절제하고 봉합하는 수술을 수행했다.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78차 대한비뇨의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강석호 교수가 한국과 중국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원격 로봇수술을 실증한 장면이다.

이번 실증은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와 수술 대상이 서로 다른 나라에 있어도 통신망을 통해 수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국내 의료진이 상용 수술로봇을 이용해 국가 간 원격수술을 구현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이번 수술에 중국 마이크로포트 메드봇(MicroPort MedBot)이 개발한 수술로봇 '투마이(Toumai)'가 사용됐다고 19일 전했다. 강 교수는 서울에 설치된 수술 조종 장치(콘솔)를 통해 상하이에 있는 로봇팔을 원격으로 제어했다.

원격수술은 의사가 환자와 떨어진 곳에서 통신망을 이용해 수술로봇을 조작하는 기술이다. 숙련된 전문의가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수술에 참여할 수 있어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의 의료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재난지역이나 전장, 해상 등 의료진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원격 로봇수술이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2001년 미국 뉴욕의 의료진이 대서양 건너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환자의 담낭을 원격으로 제거한 '린드버그 수술(Operation Lindbergh)'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의 대륙 간 원격 로봇수술로, 장거리에서도 실제 환자를 수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후 수술로봇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장거리 원격수술의 임상 적용은 오랫동안 제한적이었다. 최근에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광섬유 통신망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통신 지연이 줄고 연결 안정성이 개선되면서 원격수술의 활용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연구 범위는 지구 밖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지상 의료진이 우주에 있는 소형 수술로봇을 원격 조작하는 모의 수술 실험도 진행됐다. 장기적으로 우주나 극지처럼 의료진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수술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다.

다만 이번 한중 원격수술은 실제 환자가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실증이다.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통신 지연이나 장애가 발생했을 때 수술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국가 간 의료행위에 대한 규제와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환자 개인정보 보호, 비용과 보험체계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강 교수는 "이번 실증은 한국과 중국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 실제 수술 환경에서 원격수술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환자 안전과 제도적 기반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기반이 갖춰진다면 전문 의료진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수술적 치료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해상이나 극지뿐 아니라 우주와 같은 극한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