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에 좋다는 비살균 염소젖을 먹은 생후 17개월 아기가 대장균에 감염돼 세 차례 심정지를 겪은 사연이 전해졌다.
미국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와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 사는 에밀리 매리스는 48세에 셋째 아이 브루클린 매리스를 낳았다. 브루클린은 예정일보다 7주 일찍 태어나 출생체중이 낮았고, 폐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으며, 생후 첫 한 달을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보내야 했다.
에밀리는 이후 만성 통증으로 복용한 약이 모유로 전달될 수 있어 수유를 대신할 방법을 찾았다. 유기농 분유에는 첨가물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고, 시중 우유를 먹이면 아이에게 변비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에 에밀리는 페이스북 그룹에서 비살균 염소젖이 좋다는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집에서 약 16㎞ 떨어진 농장을 소개받았다. 그날 사 온 염소젖은 손으로 만졌을 때 아직 따뜻했다. 브루클린이 잘 먹고 배변도 더 규칙적으로 하자 약 6개월 동안 계속 먹였다.
그러다 어느날 차에서 구토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틀 동안 노란색 담즙에 이어 청록색 담즙까지 토했고, 응급실을 거쳐 약 113㎞ 떨어진 어린이병원으로 옮겨졌다.
의료진은 브루클린의 대장균 감염을 확인했으며, 아이에게는 혈관 손상과 혈전으로 신장 등 장기가 손상되는 용혈성요독증후군도 발생했다. 브루클린은 인공호흡기를 달고 여러 날 투석 치료를 받았으며, 세 차례 심정지 끝에 살아났다. 그러나 아프기 전까지 보였던 발달이 멈췄고, 걸을 때 약간 절뚝거리거나 밤에 깊이 자지 못했다. 의료진은 장기적으로 신장 문제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가족에게 설명했다.
브루클린이 아프기 시작한 지 며칠 후 같은 농장의 우유를 마신 6세 아이도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두 가족은 농장주와 해당 사업체가 오염된 비살균 우유를 사람이 먹기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판매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농장주는 반려동물용으로 판매하고 광고했다는 입장이며, 소송에서 원고들의 주장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에밀리는 “아이에게 그걸 준 사람이 바로 나”라며 다른 부모들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살균 안 한 우유가 더 좋을까?…영양 차이 작고 일부 사람들에겐 감염 위험 높아
비살균 우유와 살균 우유의 가장 큰 차이는 병원체를 없애는 가열 처리를 거쳤는지다. 비살균 우유는 소나 염소 등에서 짠 젖을 살균하지 않은 것으로, 사연 속 아이가 마신 비살균 염소젖도 여기에 해당한다.
살균 우유는 정해진 온도와 시간에 맞춰 가열해 유해한 미생물을 제거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농장에서 위생 관리를 잘해도 비살균 우유의 병원체 오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갓 짠 젖이거나 건강한 동물에게서 얻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비살균 우유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가공하지 않았다는 점과 맛을 장점으로 꼽지만, 살균 우유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살균 과정은 우유의 전반적인 영양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칼슘 함량과 체내 이용률에도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
비살균 우유가 유당불내증을 개선한다는 주장도 아직 근거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두 우유 모두 유당을 함유하며, 비살균 우유를 유익균이 검증된 발효유와 같은 식품으로 볼 수도 없다.
비살균 우유의 가장 큰 단점은 감염 위험이다. 대장균, 살모넬라균, 캄필로박터, 리스테리아균 등에 오염될 수 있으며, 이를 마시면 설사와 복통, 구토가 생길 수 있다. 일부 병원성 대장균 감염은 사연 속 아이가 겪은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이어져 급성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CDC는 5세 미만 어린이와 65세 이상 고령자, 임신부,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이러한 감염으로 심하게 앓을 위험이 높다고 안내하고 있다.
살균 우유의 장점은 영양상 이점을 대부분 유지하면서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춘다는 점이다. 가열에 민감한 비타민 일부가 줄어들 수 있지만, FDA는 이러한 변화가 우유의 전체 영양가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고 설명한다.
살균 우유에도 한계는 있다. 일반 냉장 살균 우유는 부패를 일으키는 미생물이 남을 수 있어 냉장 보관이 필요하며, 살균으로 유당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단백질이 제거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유당불내증이나 우유 알레르기 문제까지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