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9일 (화)

뇌엔 부족, 몸엔 넘치는 갑상선호르몬⋯FDA, 희귀 유전병 첫 치료제 승인

‘엠시테이트’, MCT8 결핍 성인·소아 말초 갑상선중독증 치료⋯신경 증상 개선은 입증 안 돼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MCT8 결핍증에서 갑상선호르몬(T3)이 뇌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에 쌓이는 과정과 엠시테이트가 혈액의 과잉 T3를 낮추는 원리를 설명한 그림이다. 그래픽=AI

갑상선호르몬은 아기의 뇌가 자라는 데 꼭 필요하다. 만약 이 호르몬이 뇌로 들어가는 ‘문’이 태어날 때부터 고장 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혈액에는 호르몬이 넘치는데, 정작 뇌에는 모자라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역설이 나타나는 희귀 유전병이 ‘MCT8 결핍증’(알란-헌든-더들리 증후군)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8일(현지시간) 스웨덴 에게티스 테라퓨틱스의 ‘엠시테이트(Emcitate·티라트리콜)’를 MCT8 결핍 환자의 말초 갑상선중독증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 질환 치료제로 미국에서 처음 허가된 약이다. 성인과 소아가 대상이다.

다만 뇌·신경 증상 개선을 근거로 승인된 약은 아니다. 치료 대상인 ‘말초 갑상선중독증’은 혈액 속 갑상선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아 심장과 근육 등 몸의 조직에 과도하게 작용하는 상태다.

혼자 앉거나 걷지 못하는 환자도

MCT8은 갑상선호르몬을 세포 안으로, 특히 뇌로 실어 나르는 단백질이다. 이를 만드는 SLC16A2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뇌에는 호르몬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혈액에는 활성형 갑상선호르몬인 T3가 쌓인다. 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어 환자는 대부분 남성이며, 연구 논문들은 남아 약 7만 명당 1명꼴로 추정한다.

FDA에 따르면 환자들은 혼자 앉거나 걷지 못하고 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적장애와 섭식 어려움도 나타날 수 있다.

22개국 47개 의료기관이 환자 151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32명(21.2%)이 추적 기간에 숨졌고, 주요 원인은 폐 감염과 주로 심장성인 돌연사였다. 생존기간 중앙값은 35년으로 추정됐지만 불확실성이 크다.

혈중 T3 63% 낮춰⋯신경발달 개선은 입증 못해

티라트리콜은 T3와 구조가 비슷한 물질이다. MCT8을 거치지 않고 세포 안으로 들어가 혈액 속 과도한 갑상선호르몬을 낮춘다.

소아·성인 46명이 참여한 12개월 임상시험에서 평균 혈중 T3는 323ng/dL에서 118ng/dL로 약 63% 감소했다. 최고혈압(수축기혈압)은 평균 4.1mmHg, 심박수는 분당 8.9회 낮아졌다. 다만 시험의 주된 평가 항목은 아니었고, 약을 먹지 않은 비교군 없이 참가자 전원이 약을 복용한 시험이다.

FDA 승인을 뒷받침한 무작위 시험(ReTRIACt)은 T3가 안정된 환자 15명을 30일간 약을 끊는 군(8명)과 계속 복용하는 군(7명)으로 나눠 비교했다. 약을 끊은 8명은 모두 T3가 올랐고 계속 복용한 군은 평균 변화가 거의 없었다. T3가 오르는 속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신경발달을 개선한다는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30개월 미만 영유아 22명을 96주간 치료한 다른 시험에서는 움직임과 운동발달을 보는 두 가지 1차 지표(GMFM-88, BSID-III 대운동)가 모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혈중 T3는 이 시험에서도 줄었지만, 손상된 신경발달을 회복시킨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

유럽연합은 2025년 2월 먼저 승인했다. 미국에선 에게티스 테라퓨틱스가 FDA와 협의해 추가한 무작위 시험의 결과가 2025년 11월에 나왔고 신청은 2026년 1월 완료됐다. FDA는 우선심사로 약 8개월 만에 승인했다.

먹는 법과 주의할 점

정제를 물에 풀어 하루 한 번 또는 2~3회 나눠 입이나 영양관으로 투여한다. 레보티록신 같은 다른 갑상선 약과는 함께 쓰지 않도록 라벨이 권고하고, 갑자기 끊으면 안 되며 서서히 줄여야 한다.

용량을 올리는 동안 심박수·혈압 상승, 설사, 땀, 불면 같은 갑상선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흔한 이상반응은 설사, 구토, 발진, 땀 과다이며, 체중 감량용이 아니라는 경고문도 붙었다.

한국 남아 9명에서도 확인

한국에서도 환자가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은 알란-헌든-더들리 증후군을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으로 지정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연구진 등이 2021년 소아신경 분야 국제학술지 《Annals of Child Neur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유전자 검사로 확진된 한국인 남아 9명이 포함됐다. 9명 모두 근육 긴장 저하와 경직, 심한 발달지연, 높은 혈중 T3를 보였고, 7명은 독립적으로 걷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했다.

첫 진료는 중앙값 생후 6개월이었지만 첫 갑상선 검사는 중앙값 16개월(8~83개월)에 이뤄졌다. 연구진은 남아에서 심한 발달지연과 근육 긴장 저하, 경직에 높은 T3가 겹치면 이 질환을 의심할 단서가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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