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은 뼈가 약하다. 골다공증 환자의 척추에 나사못을 박는 고정술이 까다로운 이유다. 뼈가 나사못을 단단히 붙잡지 못해 느슨해지거나, 주변 척추뼈가 다시 골절될 위험도 커진다. 실제 연구에서도 낮은 골밀도는 나사못 이완 등 척추고정술의 기계적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수술을 피할 수만도 없다. 척추뼈가 심하게 부서져 척추가 불안정해지거나 신경을 압박하면 척추를 고정하며 치료를 해야만 하는 환자도 있기 때문이다.
그 경계에서 시작된 분쟁이 있다. 부산성모병원은 골다공증 환자에게 척추고정술을 시행했다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급여비용 716만258원을 감액 당했다(2019년 9월 18일).
병원 측은 “해당 환자의 골절 상태로 볼 때 수술이 필요했다”며 처분에 불복했고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1심과 2심은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심평원이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올해 3월 12일 상고를 기각했다. 감액 처분에서 대법 최종 확정까지 무려 6년 6개월이 걸렸다.
판결이 나온 지도 반년이 지났다. 그런데 의료현장에서는 골다공증성 척추골절 환자의 고정술을 어떤 기준으로 심사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핵심 질문은 하나다. 뼈가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척추가 심하게 무너진 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의 급여기준까지 달라져야 할까?
‘주저앉은 뼈’와 ‘부서진 뼈’는 다르다
고령층에서 흔한 골다공증성 척추골절은 척추뼈가 눌려 주저앉는 압박골절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이나 보조기 등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 고려하고, 필요한 경우 척추뼈 안에 의료용 시멘트를 넣는 척추성형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하지만 척추뼈가 부서지면서 뼛조각이 여러 방향으로 밀려나는 ‘방출성 골절’(burst fracture)은 사정이 다르다. 뼛조각이 척추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 신경을 압박하거나 척추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건강보험 기준은 ‘골다공증 때문에 뼈가 주저앉은 골절’과 ‘척추가 심하게 부서져 불안정해진 골절’을 서로 다르게 본다. 문제는 두 조건이 한 환자에게 동시에 나타날 때다.
이번 환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심평원은 골다공증성 골절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고, 병원은 실제 골절 상태가 불안정하다면 불안정성 골절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맞섰던 것이다.
“골다공증이라고 불안정성 골절 기준 배제할 근거 없다”
부산고등법원은 병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골다공증성 골절을 불안정성 척추골절 기준에서 배제한다고 볼 만한 명시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해당 환자는 일반적인 골다공증성 골절과 골절 형태·양상이 다른 ‘골다공증성 방출성 척추골절’ 환자라는 점도 고려했다. 따라서 불안정성 척추골절 항목에 있는 방출성 골절의 급여기준에 따라 수술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심평원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이 지난 3월 상고를 기각하면서 부산고법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물론 이번 판결이 골다공증 환자의 척추고정술을 모두 인정하라는 뜻은 아니다. 골다공증 환자의 수술 합병증 위험은 실제 존재한다.
다만 ‘골다공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안정성 척추골절 급여기준의 적용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번 판결에서 확인된 핵심이다.
대법 판결 후 반년…의료현장의 ‘숙제’는 남았다
이제 관심은 심평원이 이번 판결을 실제 급여 심사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쏠린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건강보험 급여기준 자체가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골다공증성 방출성 척추골절에도 불안정성 척추골절의 급여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 하급심 판단이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확정된 만큼, 유사한 환자의 심사에서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번 소송을 진행했던 부산성모병원 안성준 과장(대한요추연구학회 회장)은 28일 “최근 관련 의사들이 모이는 학술 모임에서도 골다공증성 골절 환자의 고정술 삭감 문제를 호소하는 의료진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는 올겨울 정기학회에서 이번 소송과 대법원 확정 사례를 회원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안 과장은 “골다공증이 있더라도 척추가 불안정해져 고정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며 “이런 환자들이 적절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급여기준도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