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심장 혈관에 스텐트를 넣었는데 같은 자리가 다시 좁아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의료기기업체 코디스(Cordis)는 스텐트를 넣은 자리가 다시 좁아진 환자를 치료하는 약물방출풍선 ‘셀루션 SLR(SELUTION SLR)’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에서 관상동맥 치료용으로 허가된 첫 시롤리무스(sirolimus) 방식의 약물방출풍선이다.
이 제품은 기존 스텐트 안에 새 금속 스텐트를 덧대는 대신, 풍선으로 혈관을 넓히면서 약물을 전달한 뒤 풍선은 몸 밖으로 빼낸다.
스텐트 넣었는데 왜 다시 좁아질까
관상동맥은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다. 이 혈관이 심하게 좁아지면 풍선으로 넓힌 뒤 그물망 모양의 금속 스텐트를 넣어 혈액이 흐를 공간을 확보한다.
스텐트를 넣으면 혈관은 넓어지지만 시술 과정에서 혈관벽이 자극을 받는다. 몸이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스텐트 안쪽으로 조직이 과도하게 자라거나, 시간이 지나 새 동맥경화가 생기면 혈액이 지나는 통로가 다시 좁아질 수 있다. 의학적으로 ‘스텐트 내 재협착(in-stent restenosis·ISR)’이라고 부른다.
최근 혈관 안쪽 조직이 지나치게 자라지 않도록 약물을 내보내는 ‘약물방출스텐트’를 주로 사용하면서 다시 좁아지는 위험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제학술지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JACC)》에 실린 SELUTION4ISR 연구에 따르면 최신 약물방출스텐트를 사용해도 1년 안에 다시 좁아진 혈관 때문에 재시술이 필요하거나 심근경색이 생기는 경우가 약 4~8%에 이른다.
한국에서도 이런 병변은 심장 혈관 시술 현장에서 계속 발견된다. 관상동맥 시술 등록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2018년 시술 사례 가운데 8.1%에서 기존 스텐트 안이 다시 좁아진 병변이 확인됐다.
다만 스텐트를 넣은 환자 100 명 가운데 약 8 명이 나중에 다시 좁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당시 관상동맥 시술 사례 가운데 스텐트 안이 다시 좁아진 병변을 치료한 경우가 8.1%였다는 의미다.
또 스텐트 넣는 대신⋯약물 전달하고 풍선은 빼내
스텐트를 넣었던 자리가 다시 좁아지면 기존 스텐트 안에 새 약물방출스텐트를 넣어 혈관을 다시 넓힐 수 있다.
같은 부위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새 스텐트를 거듭 넣을수록 혈관 안에 금속층이 두 겹, 세 겹으로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속층이 늘어나면 같은 부위를 다시 치료할 때 시술도 까다로워질 수 있다.

셀루션 SLR은 새 금속 구조물을 남기지 않는 방식이다.
좁아진 부위에서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히면서 시롤리무스를 혈관벽에 전달한다. 시롤리무스는 세포가 자라고 늘어나는 신호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스텐트를 넣은 뒤 혈관 안쪽 조직이 과도하게 자라 통로가 다시 좁아지는 위험을 낮추는 데 쓰인다.
약물은 미세한 저장체에 담겨 풍선 표면에 붙어 있다. 풍선을 부풀리는 동안 혈관벽으로 전달되고, 시술이 끝나면 풍선은 몸 밖으로 꺼낸다.
제품명의 SLR은 ‘Sustained Limus Release’의 약자다. 시롤리무스를 일정 기간 지속해서 방출한다는 뜻이다.
코디스에 따르면 혈관벽으로 전달된 약물은 최대 90일 동안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됐다.
새 금속 안 남기는데⋯효과 괜찮을까
FDA 승인 근거가 된 SELUTION4ISR 임상시험에는 스텐트를 넣은 혈관이 다시 좁아진 환자 418 명이 참여했다. 210 명은 셀루션 SLR로 치료받았고, 208 명은 당시 일반적으로 쓰던 치료를 받았다.
기존 치료군에서는 대부분 기존 스텐트 안에 새 약물방출스텐트를 넣었고 일부는 일반 풍선으로 혈관을 넓혔다.
치료를 계획대로 받고 1년간 추적이 가능했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심장 원인 사망과 치료한 혈관에서 발생한 심근경색, 같은 부위를 다시 치료한 경우를 합친 비율은 셀루션 SLR군 16.2%, 기존 치료군 14.5%였다.
차이는 1.7%포인트였다. 연구진이 임상시험 전에 정해둔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셀루션 SLR의 효과는 기존 치료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약물풍선이 새 스텐트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기존 스텐트가 한 겹 들어 있던 환자만 따로 분석해 셀루션 SLR과 새 약물방출스텐트를 비교하자 심장 원인 사망·심근경색·재치료를 합친 비율은 각각 14.2%, 6.5%였다. 이 비교에서는 셀루션 SLR이 새 약물방출스텐트와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보기 위한 연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번 승인이 기존 스텐트를 약물풍선으로 모두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텐트를 넣은 혈관이 다시 좁아졌을 때 새 금속층을 더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늘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미국에서는 이미 2024년 파클리탁셀이라는 다른 약물을 사용하는 보스턴사이언티픽의 ‘AGENT’ 약물코팅풍선이 같은 목적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셀루션 SLR은 혈관벽 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시롤리무스를 쓰는 방식으로는 미국에서 처음 허가됐다.
치료법은 혈관이 다시 좁아진 원인과 혈관 크기, 좁아진 구간의 길이, 기존 스텐트가 몇 겹인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