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가까이 복통과 구토에 시달리던 21세 여성의 위와 소장에서 비닐, 병뚜껑, 머리카락 등으로 뭉친 이물질 3.5kg이 발견됐다. 특히 소장을 막고 있던 두 번째 덩어리는 수술 전 영상검사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의료진에 따르면 환자는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경도 지적장애가 있었으며, 음식이 아닌 물질을 반복적으로 먹는 이식증을 진단받은 병력이 있었다.
해당 사례는 멕시코 발렌틴고메즈파리아스 지역병원 의료진이 국제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Giant Mixed-Material Gastric Bezoar With a Synchronous Jejunal Bezoar in a Young Woman With Pica and Autism Spectrum Disorder: A Case Report’라는 제목으로 보고했다.
한 달간 열나고 배 불러…위 내부 이물질로 가득 차
여성은 약 한 달 동안 반복해서 열이 나고 쥐어짜는 듯한 복통을 겪었다. 배가 점차 부풀고 조금만 먹어도 금세 배가 찼으며, 변비와 먹은 음식을 토하는 증상도 나타났다.
의료진이 배를 만졌을 때 윗배와 가운데 부위에서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단단한 덩어리가 느껴졌다. 염증이나 장 천공을 의심할 만한 징후는 없었으며, 혈액검사에서는 백혈구와 호중구 수치가 증가해 있었다.
복부 엑스레이에서는 위가 크게 늘어나 있었으며,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밀도가 서로 다른 고형 물질이 위 내부를 거의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이 관찰됐다. 상부위장관 내시경에서도 거대한 이물질 덩어리가 확인됐다.
이처럼 소화되지 않은 물질이 위나 장에 뭉쳐 있는 것을 ‘위석(胃石)’이라고 한다.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모발위석, 식물성 섬유가 뭉친 식물위석 등이 대표적이다. 위석이 커지면 위나 장을 막아 복통과 구토, 이른 포만감, 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점막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면 궤양이나 출혈이 생기고, 심하면 장벽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위에서 3kg 제거했는데…소장 막고 있는 500g 덩어리 또 발견
의료진은 개복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중 위가 심하게 늘어나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앞쪽 벽을 약 15cm 절개해 내부의 덩어리를 꺼냈다. 위에서 제거된 물질의 무게는 3kg에 달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수술 중 근위부 공장이 늘어나 있는 것이 보였고, 그 안에서 또 다른 덩어리가 만져졌다. 이는 수술 전 CT 검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위석이었다. 공장은 십이지장과 회장 사이의 장을 가리킨다.
의료진은 장간막이 붙어 있지 않은 쪽의 공장 벽을 약 5cm 절개해 무게 500g의 두 번째 위석을 제거했다.
두 덩어리에서는 비닐봉지와 플라스틱병 조각, 플라스틱 뚜껑, 사탕 포장지, 접착테이프, 머리카락, 식물성 섬유, 스테이플러 심 등이 나왔다.
위와 소장에서 제거한 두 개의 덩어리는 서로 이어져 있지 않고 위와 공장에 각각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위에 있는 거대한 위석이 영상에서 두드러지면 그보다 아래쪽에 있는 별개의 덩어리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복적으로 이물질을 삼킨 환자의 위에서 위석이 발견됐다면, 소장 등 아래쪽에도 추가 위석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식 아닌 물질 반복해서 먹는 이식증…장폐색 위험
이식증은 영양가가 없는, 식품이 아닌 물질을 반복적으로 먹는 행동이 최소 한 달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어린아이에게서 비교적 흔히 관찰되며, 지적장애나 자폐스펙트럼장애 등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에게서는 청소년기나 성인기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식증이 생기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철분·아연·칼슘 등의 영양소 결핍, 스트레스와 불안, 임신, 겸상적혈구병, 발달장애나 정신건강 문제 등이 이식 행동과 관련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학대나 방임, 빈곤과 같은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어린이에게 더 흔하다는 보고도 있지만, 이러한 환경이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이식 행동이 스트레스에 대처하거나 관심을 얻기 위한 행동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식증이 있는 사람이 먹는 물질은 흙과 종이, 머리카락, 천, 비누, 얼음, 페인트 조각 등 다양하다. 무엇을 먹었는지에 따라 빈혈, 변비, 전해질 불균형, 기생충 감염, 납중독, 부정맥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삼킨 물질이 소화관 안에서 덩어리로 뭉치면 위석이 만들어지고, 위나 장을 막아 장폐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술 8일 뒤 퇴원…재발 막으려면 행동 원인도 관리해야
의료진은 위와 공장의 절개 부위를 각각 두 겹으로 봉합했다. 여성은 수술 후 5일째부터 물을 비롯한 유동식을 먹기 시작했으며, 누출이나 감염 등 합병증 없이 수술 8일째 퇴원했다. 퇴원 일주일 뒤와 한 달 뒤 추적검사에서도 양호한 회복 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수술로 위석은 제거했어도 이물질을 먹는 원인 행동 자체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재발을 막으려면 이식증을 유발하거나 지속시키는 행동적·정신의학적·환경적 요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 철분 등 영양소 결핍이 있다면 이를 치료하고, 삼킬 수 있는 물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생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환자의 인지 수준에 맞춘 행동치료와 가족·보호자 교육도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위석은 반드시 위에서만 생기나요?
A. 아니다. 위석은 주로 위에서 발견되지만 소장이나 대장에도 생길 수 있다. 크기가 커지면 소화관을 막아 복통과 구토, 복부팽만, 변비 등을 일으킬 수 있다.
Q2. 이식증은 영양소가 부족해서 생기나요?
A. 철분·아연·칼슘 등의 결핍과 이식증의 관련성이 보고됐지만, 영양소 부족만으로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스트레스와 불안, 임신, 발달장애나 정신건강 문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Q3. 위석은 반드시 수술로 제거해야 하나요?
A. 위석의 성분과 크기, 위치, 합병증 여부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일부 식물위석은 용해요법이나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크기가 매우 크거나 플라스틱·금속처럼 분해하기 어려운 물질로 이뤄진 경우, 또는 장폐색을 일으킨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