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9일 (토)

모처럼 국제선 비행기 탄 20대男⋯사타구니통증·고열에 실신까지, 왜?

12시간 장거리 비행으로 다리·배에 혈전(피떡) 생겨/정맥혈전색전증, 심근경색·뇌졸중과 함께 주요 혈관병으로 사망률 높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비행기 이코노미석에서 승객이 기내식을 하고 있다. 장거리 여행 때는 틈틈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내 복도를 걷거나 앉은 채 목 어깨 발목을 돌리는 등 스트레칭을 가볍게 하는 게 좋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소 건강한 20대 미국 남성이 12시간 동안 국제선 비행기를 탄 뒤 뜻밖에 극심한 통증에 정신까지 잃는 위기를 겪었다. 이 환자는 여행 4일 후 오른쪽 사타구니에 불편감을 느꼈고 이어 양측 사타구니의 심각한 통증, 간헐적인 발열, 갑작스러운 실신 증상을 보였다.

병원 응급실을 찾아 복부 및 골반 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한 결과,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왔으나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다시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하대정맥(배 속을 지나 심장으로 피를 돌려보내는 큰 정맥)과 양쪽 장골정맥(골반에서 다리와 골반의 혈액을 모아 심장으로 올려보내는 혈관), 우측 신장정맥까지 막힌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진은 이 21세 환자에게 광범위한 '장골정맥-대정맥 혈전증'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또한 항응고 치료를 서둘렀고 카테터(관)를 이용한 기계적 혈전제거술과 풍선 정맥성형술을 병행했다. 환자는 퇴원 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항응고 요법과 철저한 외래 추적 관찰을 받고 있다.

미국 리치먼드대 병원, 뉴욕공대 정골의대 공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의 사례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발표했다.

이 사례 속 환자가 진단받은 '장골정맥-대정맥 혈전증'은 다리의 깊은 정맥에 생긴 혈전(피떡)이 위로 올라와 골반과 복부의 큰 정맥인 장골정맥과 하대정맥까지 막는 병이다. 정맥혈전색전증이라고도 하는 이 병은 전체 심부정맥혈전증의 5% 미만으로 드문 편이다. 하지만 온몸의 혈류를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통로가 막히기 때문에 폐색전증, 만성 정맥기능부전, 혈전후증후군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시간 비행이나 움직임 제한은 정맥 혈류를 정체시켜 혈전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다만 이 환자는 혈액이 쉽게 굳는 유전적 결함인 '제5인자 라이덴(Factor V Leiden, FVL) 돌연변이'를 부모 양쪽으로부터 물려받은 동형접합 보균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유전자 변이는 활성화된 단백질 C가 혈전 형성을 억제하는 기능을 방해해 일반인보다 혈전 위험을 수십 배 이상 치솟게 만든다. 여기에 12시간이 넘는 비행 중 좁은 좌석에 오래 앉아 있던 정맥 정체 요인이 더해져, 젊고 건강했지만 대혈관이 막혀 혈전증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관련 보건 통계를 보면 국내 정맥혈전색전증 환자 수는 매년 수만 명 단위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연간 관련 진료 인원은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평소 무증상으로 지내다가 장시간 비행, 수술, 장기 입원 때나 유전적 소인이 겹칠 때 갑자기 정맥혈전색전증이 발병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정맥혈전색전증은 전 세계적으로 심근경색, 뇌졸중과 함께 사망률을 높이는 주요 혈관병 중 하나다. 식습관의 서구화, 고령화, 장거리 여행과 수술·외상 증가 등으로 아시아권에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젊고 건강해도 장거리 비행기 여행이나 신체적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혈전증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가족 중에 혈전증 병력이 있거나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은 장시간 비행 때 자주 수분을 섭취하고 다리를 움직여 주는 등 철저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 단순 근육통이나 피로로 보기 힘든 극심한 부종, 원인 모를 발열과 통증,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장거리 비행을 할 때 다리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1. 비행 중에는 최소 1~2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내 복도를 걷거나,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발목을 위아래로 젖히고 돌리는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충분한 물을 마시되 탈수를 일으키는 알코올이나 카페인 음료는 피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입니다.

Q2. 다리 통증이나 부종 외에 혈전증을 의심해 볼 수 있는 다른 비전형적인 증상에는 무엇이 있나요?

A2. 이번 사례처럼 뚜렷한 원인이 없는 간헐적 발열, 설명하기 힘든 실신,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들 증상은 단순 감기나 피로 증상으로 오인하기 쉽기 때문에, 큰 수술이나 장거리 여행 등 위험 요소가 있었다면 반드시 혈관 문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Q3. 장거리 비행 외에 평소 일상생활에서 혈전증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에는 무엇이 있나요?

A3. 장기 입원이나 큰 수술, 심한 외상 등으로 신체 움직임이 오랜 시간 제한될 때 정맥 혈류가 정체되면서 혈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가족 중에 유전적 혈전증 병력이 있거나 본인이 암과 같은 병을 앓는 경우, 일상적인 환경에서도 혈전증이 발병할 위험이 커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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