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의약품인 ‘미프진’의 국내 도입을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었을 것이라고 18일 밝혔다. 찬반이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일수록 부처에 결정을 미루기보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결론을 내리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직접 결정할 사안과 부처에 맡길 사안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질문에 임신중지 허용 범위와 미프진 도입 문제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7월 도입 검토 지시 뒤 논의 본격화⋯“부처가 결단 못하는 일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처가 하면 되는데, 부처가 결단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며 “대표적으로 낙태를 어느 단위까지 허용할 것이냐, 미프진을 허용할 거냐 말 거냐”라고 말했다.
이어 “결정하는 순간 어느 쪽으로부터 욕을 먹게 돼 있는데 그래서 보통 이런 경우는 아무것도 안 해버린다”며 “저는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프진 도입과 관련해 자신이 직접 지시한 배경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미프진 문제도 제가 직접 지시하지 않으면 제 임기 끝날 때까지 이 상태로 유지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통령은 각 부처의 일상적인 업무에는 가급적 관여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밝혔다. 대신 찬반이 첨예하게 갈려 부처 차원에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는 대통령이 책임지고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제 원칙은 권한은 주고 책임은 확실히 묻는다는 것”이라며 “국정은 워낙 복잡다단해서 제가 다 관여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장기간 결론을 내리지 못한 난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책임하에 결정해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미프진 도입 논의는 지난 7월 이 대통령이 임신중지 의약품의 국내 허용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해외에서 임신중지약을 직접 구매해 복용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임신중지 약물을 의료체계 안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만에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도입 방안이 나온 것이다. 정부는 정식 허가를 거쳐 임신중지 약물을 처방·관리함으로써 음성적인 유통에 따른 안전 문제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은 ‘미프진’ 언급⋯식약처 심사 중인 제품은 ‘미프지미소’
이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미프진’은 현재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심사 중인 의약품과는 엄밀히 구분된다.
프랑스 루셀클라프사가 개발한 미프진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하는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의약품이다. 반면 현대약품이 국내 도입을 추진하는 ‘미프지미소정’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사용하는 콤비팩이다. 미소프로스톨은 자궁을 수축시켜 임신 조직의 배출을 유도한다.
미프지미소정은 미페프리스톤 200mg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μg 4정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을 전제로 식약처의 품목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은 국제적으로 약물적 임신중지에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목록에도 올라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아직 정식 허가된 임신중지 의약품이 없다.
현대약품은 2021년 7월 처음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가 식약처의 자료 보완 요구 이후 신청을 취하했다. 이후 허가를 다시 추진했으며 2024년 12월 미프지미소정의 수입 품목허가를 신청해 현재 심사를 받고 있다. 이번이 세 번째 신청이다.
식약처는 안전성과 유효성, 품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절차가 충실히 이행된다는 전제 아래 내년 1분기 안에 임신중지 의약품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품목허가 이후에도 안전성·품질 검사 등 수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이 절차를 마친 뒤 의료기관에서 처방·조제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