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 치료하는 데 395만달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 가운데 하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대상은 어린 시절부터 발달에 문제가 나타나고, 이후 인지·언어·운동 능력을 점차 잃을 수 있는 초희귀 유전질환 ‘산필리포증 A형’이다. 지금까지 이 질환에는 FDA가 승인한 치료제가 없었다.
FDA는 17일(현지시간) 울트라제닉스의 유전자치료제 ‘파유비(Fayuvi·레비수플리진 에티스파르보벡-hopf)’를 정식 승인했다. 신경발달 기능이 아직 보존된 산필리포증 A형 소아 환자의 신경학적 증상을 치료하는 약이다.
부족한 효소 만들도록 유전자 전달⋯한 번 정맥 투여
산필리포증 A형은 ‘SGSH’ 유전자 이상으로 '설파미다제'라는 효소가 부족해 생긴다. 이 효소가 모자라면 헤파란황산이라는 물질이 제대로 분해되지 못하고 뇌와 몸에 쌓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지·언어·운동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파유비는 정상 SGSH 유전자를 아데노연관바이러스 9형(AAV9)에 실어 정맥으로 한 번 투여한다. 몸속 세포가 부족한 설파미다제를 만들게 해 헤파란황산 축적을 줄이는 방식이다.
회사 측 주요 분석에서 24~60개월 사이 인지기능 변화를 비교했을 때 치료군 17명의 ‘베일리-III(Bayley-III)’ 인지 원점수가 자연경과 환자 27명보다 23.5점 높았다. 베일리-III는 영유아의 인지·언어·운동 발달을 평가하는 검사다.
다만 환자를 무작위로 나눠 치료군과 대조군을 비교한 임상시험은 아니다. 치료하지 않은 과거 환자의 자연경과 자료와 비교했다는 점은 결과를 해석할 때 고려해야 한다.
파유비는 지난해 7월에도 FDA 허가를 신청했지만 제조·품질관리와 제조시설 문제가 지적돼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후 관련 자료를 보완해 다시 신청했고, 이번에는 가속승인이 아닌 정식 승인을 받았다.

왜 한 번에 395만달러일까?
울트라제닉스가 정한 파유비의 미국 정가는 1회 395만달러다. 로이터는 이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회사는 산필리포증 A형 환자를 평생 돌보는 데 드는 비용이 800만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유비의 가격 수준은 다른 초고가 유전자치료제와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2024년 FDA 승인을 받은 소아 희귀질환 유전자치료제 ‘렌멜디(Lenmeldy)’의 할인 전 미국 정가는 1회 425만달러다. 2022년 승인된 혈우병 B 유전자치료제 ‘헴제닉스(Hemgenix)’는 350만달러다. 파유비의 395만달러는 렌멜디보다는 낮고 헴제닉스보다는 높다.
파유비처럼 초희귀질환을 겨냥한 유전자치료제는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개발과 생산 과정이 복잡한 데다 치료 대상 환자 수가 매우 적어 연구개발 비용을 분담할 시장 자체가 작다. 여기에 한 번의 치료로 장기간 이어질 의료비와 돌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 가치도 가격 책정에 반영된다.
환자가 395만달러 전액을 직접 내는 것은 아니다. 실제 부담은 민간보험이나 메디케이드 등 보험 종류와 급여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수백만달러가 드는 치료인 만큼 보험 적용 여부와 사전승인이 실제로 치료받을 수 있느냐를 가를 수 있다.
울트라제닉스는 보험 적용 확인과 비용 지원 절차를 돕는 환자지원 프로그램 ‘울트라케어(UltraCare)’를 운영할 계획이다.
파유비를 맞은 뒤에는 간효소 상승, 구역·구토, 발열, 식욕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FDA는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MA) 위험 등에도 주의하도록 했다. 투여 전부터 일정 기간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고, 이후에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