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9일 (토)

“원래 이렇게 잘생겼나?”⋯ 술 마시면 이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

술 마시면 뇌의 판단 기능 둔해질 수 있어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술을 마시면 판단력이 떨어지면서 상대를 실제보다 더 매력적으로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평소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사람인데 술이 몇 잔 들어가면 갑자기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흔히 하는 농담 같지만 실제로 이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 바로 비어고글(Beer Goggles) 효과다. 맥주 안경을 쓴 것처럼 취하면 상대가 실제보다 더 예뻐 보인다는 뜻이다.

정말 술을 마시면 상대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까? 알코올이 뇌에 어떤 영향을 주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컨트리 노래에서 시작된 연구

이 현상을 처음 학문적으로 들여다본 건 1979년 미국 텍사스대(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연구팀이다. 당시 유행하던 컨트리 가수 미키 길리의 노래 ‘문 닫을 시간이 되면 다들 예뻐 보이지, 다들 영화배우처럼 보이지’라는 가사에서 영감을 얻은 연구팀은 실제 술집 세 곳을 돌며 손님들에게 밤 9시, 10시 30분, 자정 세 차례에 걸쳐 이성 손님들의 매력도를 1~10점으로 매기게 했다. 그 결과 술자리가 길어질수록 이성에 대한 매력도 점수가 꾸준히 올라갔다. 이른바 클로징 타임 이펙트(closing time effect)로 불리는 이 연구는 비어고글 현상을 다룬 최초의 실증 연구로 여겨진다.

취할수록 매력 점수 올라갔다

이후 실제 혈중알코올농도까지 측정해 이 현상을 확인한 연구도 나왔다. 호주 본드대(Bond University) 연구팀이 2011년 국제 학술지 《사회 심리학 저널(Journal of Social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실제 술집과 파티장을 찾은 대학생 음주자 80명을 대상으로, 술을 마시는 동안 이성의 얼굴 사진을 보고 매력도를 평가하게 했다. 동시에 음주측정기로 혈중알코올농도(BAC)도 함께 쟀다. 그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을수록 상대방의 매력도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술을 마시면 판단과 자기통제를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뇌에서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여러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준다. 대표적인 것이 가바(GABA)와 글루타메이트다. 가바는 뇌의 신경 활동을 진정시키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고, 글루타메이트는 신경세포가 활발하게 신호를 주고받도록 돕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다. 알코올은 가바의 작용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루타메이트의 작용을 억제한다.

이런 변화가 생기면 뇌의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지고 주의력과 판단력도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상대의 얼굴을 볼 때 평소라면 무의식적으로 살피던 작은 특징이나 단점을 꼼꼼하게 구분하는 능력이 둔해질 수 있다. 반대로 전체적인 인상이나 긍정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상대를 실제보다 매력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생긴다.

위험한 판단으로 이어질 수도

문제는 이렇게 낮아진 경계심이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연구에서 비어고글 효과가 피임하지 않은 성관계 등 위험한 성적 행동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는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선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술이 주는 콩깍지는 오래가지 않는다. 비어고글 효과는 술이 깨면 대부분 사라진다. 음주 상태의 판단은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과음은 피하고 스스로 마신 양을 인지하면서 술자리를 즐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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