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에서 치료받는다면 어느 나라를 선택할까.
해외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뜻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물었더니 한국을 꼽은 비율이 미국과 일본보다 높았다.
다만 한국 의료를 선호하는 것과 실제 한국을 찾는 것은 달랐다. 한국에 올 생각이 없다는 사람들은 의료기술이나 의료진에 대한 불신보다 비용 부담과 먼 거리를 더 큰 이유로 꼽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한국 의료서비스 해외인식도 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16개국 25개 도시에 사는 만 18세 이상 소비자 71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23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진흥원은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과 의료서비스의 국가브랜드 파워와 해외 경쟁력을 살피기 위해 2021년부터 매년 조사를 하고 있다.
올해는 캐나다·몽골·러시아·영국이 새로 포함되고 인도·우즈베키스탄·독일이 빠지는 등 조사 대상국 일부가 바뀌었다. 전년과 수치를 비교할 때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 37.3%, 미국 33.4%, 일본 30.7%
다른 나라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뜻이 있다고 한 5858명에게 선호 국가를 물었다. 한국이 37.3%로 가장 높았다. 미국은 33.4%, 일본은 30.7%로 그 뒤를 이었다.
국가별 차이도 컸다. 몽골에서는 78.8%가 한국을 선호 국가로 꼽았다. 베트남은 58.3%, 러시아는 53.3%를 기록했다.

한국을 선호 국가 3순위 이내로 꼽은 2187명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41.2%가 ‘의료서비스 수준이 자국보다 높다고 판단해서’라고 응답했다. 한국이나 한국 병원을 신뢰해서라는 답이 35.4%, 주변 사람의 경험이나 추천 때문이라는 답이 27.0%로 뒤를 이었다.
한국을 선택하려는 움직임은 한국 의료 전반에 대한 평가 상승과도 맞물렸다.
바이오헬스 분야별 선도국가를 묻자 한국은 화장품 1위, 의료서비스 3위, 의약품 4위, 의료기기 5위를 기록했다. 의료서비스는 전년 5위에서 두 계단 올랐다. 다만 이는 해외 소비자들이 어느 나라를 선도국으로 인식하는지를 조사한 결과다. 국가별 의료 수준이나 치료 성과를 직접 비교한 세계 순위는 아니다.
한국 의료서비스를 잘 알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70.1%로 전년보다 2.0%포인트 높아졌다. 인도네시아가 90.3%로 가장 높았고 베트남 88.3%, 중국 85.3%, 사우디아라비아 84.5% 순이었다.
의료뿐 아니라 한국 자체에 대한 호감도도 올랐다. 100점 만점에 66.4점으로 전년보다 4.6점 높아지면서 조사 대상 19개국 가운데 10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다만 보고서는 상위 1~9위 국가의 점수 차이가 약 5점에 불과해 작은 점수 변화로도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고 싶지만⋯‘가격·거리’가 발목
의료서비스 이용이나 의료관광을 위해 앞으로 한국을 방문할 뜻이 있다는 응답은 61.2%였다. 2022년 51.0%, 2023년 54.2%, 2024년 59.8%에 이어 계속 높아졌다.
특히 미국의 방한 의향은 1년 새 19.0%포인트 뛰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2.5%포인트, 태국은 12.0%포인트 올랐다.
한국 문화도 의료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전체의 62.9%는 한국 문화가 한국 의료서비스를 이용할지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카자흐스탄은 85.3%, 사우디아라비아 80.3%, 베트남 79.8%, 아랍에미리트(UAE)는 79.5%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한국에 오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무엇을 가장 부담스러워했을까.
방한 의향이 없는 2755명 가운데 60.9%가 가격 부담을 꼽았다. 한국까지 거리가 멀어서라는 답도 57.2%였다. 해외 치료에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49.2%, 자국 의료서비스를 신뢰해서라는 답은 47.3%였다. 한국 의료기술을 믿기 어렵다는 응답은 25.9%, 한국 의료진의 전문성이 낮아서라는 답은 22.2%였다.
방한을 늘리기 위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느냐는 질문에서도 가격 수준이 48.2%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의료기술·치료효과 29.4%, 이동거리·접근성 27.8%보다 높았다.
한국 방문을 막는 장벽은 의료 수준 자체보다 가격과 거리에 가까웠던 셈이다.
K-의료는 아는데 어느 병원 갈지는 모른다
실제로 한국 의료기관을 이용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자국에 진출한 한국 의료기관 이용자 1921명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75.3점이었다. 자국 의료서비스 만족도 69.5점보다 5.8점 높았다.
대기시간은 한국 의료기관이 75.2점으로 자국 의료서비스보다 14.7점 높았고, 가격·비용에서도 10.0점 차이가 났다. 조사한 모든 세부 항목에서 한국 의료기관의 만족도가 자국 의료서비스보다 높았다.
하지만 ‘K-의료’라는 국가 브랜드와 개별 병원 인지도 사이에는 간극이 컸다.
한국 의료서비스를 안다는 비율은 70.1%, 자국에 한국 의료기관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비율은 59.0%였다. 반면 특정 한국 의료기관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28.8%에 그쳤다. 자국에 진출한 한국 의료기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도 32.6%였다.
한국 의료의 이름은 알려졌지만, 실제 어느 병원에서 어떤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까지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환자 200만명 넘어도⋯‘오고 싶은 나라’와 실제 시장은 달라
이 같은 관심 증가와 맞물려 한국을 찾는 외국인환자도 크게 늘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서 2025년 한국 의료기관을 이용한 외국인환자는 201만1822명으로, 2009년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 200만명을 넘어섰다.
다만 환자가 모든 진료 분야와 지역에 고르게 퍼진 것은 아니었다. 진료과별로는 피부과가 131만2700명으로 62.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성형외과는 11.2%, 내과통합 9.2%, 검진센터는 3.1%였다. 진료과별 환자 수는 한 환자가 여러 진료과를 이용하면 중복 집계될 수 있다. 지역별로는 전체 외국인환자의 87.2%인 175만5002명이 서울을 찾았다.
이번 인식도 조사 대상 16개국만 따로 보면 2025년 외국인환자는 185만4099명이었다. 중국 61만8973명, 일본 60만9명, 대만 18만5715명으로 세 나라가 16개국 환자의 75.8%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가별로 들여다보면 ‘한국에 오고 싶다는 나라’와 ‘실제로 많이 오는 나라’가 달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방한 의향이 90.8%, 인도네시아 89.5%, UAE 82.5%였다. 영국과 카자흐스탄까지 더한 5개국 모두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그런데 이들 국가에서 실제 한국을 찾은 환자는 5만2082명으로 조사 대상 16개국 환자의 2.8%에 그쳤다.
반대 사례도 있다. 중국·일본·대만은 이미 환자 규모가 큰 핵심 시장이지만 방한 의향은 전체 평균 61.2%보다 낮았다. 특히 중국은 60.1%로 전년보다 7.7%포인트 떨어졌다.
진흥원은 기존 핵심 시장에서는 한국 의료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는 한편, 관심은 높지만 실제 환자 유치가 적은 나라에서는 현지 네트워크를 넓혀 잠재 수요를 실제 방문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고상백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발간사에서 2025년 외국인환자 200만명 유치를 한국 의료의 우수성과 국제적 신뢰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했다. 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케어 확산으로 해외 소비자가 의료정보를 찾고 병원을 선택하는 방식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며, 국가별 특성과 수요를 계속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동우 진흥원 국제의료본부장은 “앞으로 한국 의료서비스의 우수성을 치료 성과와 전문 의료 분야 등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알리는 한편, 국가별 시장 특성과 정보 이용 행태를 고려한 맞춤형 홍보를 강화해 해외 소비자의 높은 관심이 실제 이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