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하얗게 보이던 손톱 뿌리의 반달 모양 부분인 조반월이 붉게 변했다면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러한 변화가 양손의 여러 손톱에서 나타날 경우 심부전이나 간경변,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전신질환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반월은 속손톱이라고도 불린다.
미국 럿거스 뉴저지 의과대학 연구진은 1954년 이후 보고된 ‘붉은 조반월’ 증례와 관련 연구를 종합해 국제학술지 《미국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the Medical Science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붉은 조반월은 드물지만 임상적으로 주목할 만한 소견”이라며 “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신질환의 활동 상태나 손톱 아래 종양 같은 국소적인 문제를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톱 아래 하얀 반달 모양, ‘조반월’이란?
조반월은 손톱 뿌리에서 보이는 희거나 투명한 반달 모양 부분으로, 손톱을 만들어내는 조직인 ‘손발톱바탕질’ 가운데 눈으로 볼 수 있는 부분에 해당한다. 손발톱바탕질에서는 새로운 손톱 세포가 만들어지는데, 이 세포들이 케라틴을 만들고 앞으로 밀려 나오면서 단단한 손톱판을 형성한다.
조반월은 일반적으로 엄지손가락과 엄지발가락에서 가장 크고 뚜렷하게 보인다. 사람에 따라 다른 손가락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기도 하고, 나이가 들면서 작아지기도 한다. 손톱 뿌리의 피부 아래 가려질 수도 있어 조반월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건강 이상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건강한 조반월은 대체로 흰색이나 옅은 색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희미한 분홍빛을 띠지만, 주변 손톱바닥보다 색이 옅어 흰색처럼 보일 수 있다.
붉은 조반월, 심부전·간경변·자가면역질환 등에서 보고
연구진에 따르면, 붉은 조반월과 전신질환의 연관성은 1954년 영국 의사 리처드 테리가 심장질환 환자들에게서 이 같은 손톱 변화를 관찰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당시 붉은 조반월이 확인된 환자 23명 가운데 14명, 약 61%가 심부전을 앓고 있었다. 나머지 환자에게서는 폐기종과 만성기관지염, 적혈구증가증, 영양실조, 간경변, 림프종, 골수성 백혈병 등이 확인됐다.
이후 발표된 증례와 연구에서도 붉은 조반월은 울혈성 심부전과 간경변을 비롯한 여러 전신질환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류마티스관절염과 전신홍반루푸스, 피부근염, 쇼그렌증후군 같은 자가면역·류마티스질환은 물론 원형탈모증, 건선, 림프종,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에게서 나타난 사례도 보고됐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축적된 문헌을 종합했을 때 특히 심혈관질환과 자가면역질환, 류마티스질환이 붉은 조반월과 비교적 자주 함께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뚜렷한 이유 없이 조반월이 붉게 변했다면 단순한 손톱 색깔 변화로 넘기기보다 심장이나 간을 포함한 전신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단서로 삼을 수 있다.
다만 붉은 조반월은 특정 질환을 확진하는 증상이 아니라 추가적인 진찰과 검사를 고려하게 하는 임상적 신호다. 조반월이 붉다고 해서 반드시 심장이나 간에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며, 해당 질환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이러한 손톱 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여러 손톱에서 대칭적으로 나타나는지 살펴야
붉은 조반월이 전신질환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판단할 때는 변화가 나타난 손톱의 개수와 분포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전신질환 환자에게서 보고된 붉은 조반월은 양손의 여러 손톱에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으며, 특히 엄지손가락에서 가장 뚜렷하게 관찰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붉은색이 손톱 하나에만 나타났다면 손톱바닥 감염이나 손톱 아래 출혈·종양처럼 해당 손톱에 국한된 문제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손톱판 전체가 붉게 변했거나 붉은색이 조반월의 경계를 넘어 퍼져 있을 때도 논문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붉은 조반월과 구분해야 한다.
붉은 부위를 눌렀을 때 색이 일시적으로 옅어지는지도 원인을 살피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조반월 아래의 미세혈관이 넓어지고 혈류가 증가하면서 붉은색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혈관 확장이 원인이라면 압력을 가했을 때 해당 부위가 잠시 하얗게 보일 수 있다.
색이나 크기만으로 질환 판단하면 안 돼
조반월은 붉은색 외에도 여러 색으로 변할 수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에 따르면 푸른색 조반월은 윌슨병이나 당뇨병, 은 중독과 관련해 보고됐으며 갈색은 만성콩팥병이나 신부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노란색은 테트라사이클린계 약물 복용이나 황색손발톱증후군에서 나타날 수 있다. 조반월의 크기가 작아지는 변화는 빈혈이나 영양실조와 관련될 수 있다.
그러나 조반월의 크기와 선명도에는 개인차가 크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작아지기도 하기 때문에 손톱 색이 일시적으로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심각한 질환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손톱을 보고 심부전이나 간경변 같은 질환을 스스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다만 특별한 이유 없이 붉은색이 지속되거나 여러 손톱에서 같은 변화가 나타난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숨이 차거나 몸이 붓는 증상, 심한 피로, 관절 통증, 황달, 원인 모를 체중 감소 등이 함께 나타날 때도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붉은 조반월의 진단적 의미가 간과되기 쉽다”며 “의료진은 이러한 변화를 발견했을 때 전신질환이나 피부질환과의 관련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주 묻는 질문]
Q1. 손톱의 하얀 반달이 보이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A. 그렇지 않다. 조반월은 모든 사람에게 있지만 큐티클 아래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손가락마다 크기가 다르고 나이가 들면서 작아지는 것도 일반적인 변화다.
Q2. 조반월이 붉으면 심부전이나 간경변이라는 뜻인가요?
A. 아니다. 붉은 조반월이 이들 질환에서 보고된 것은 맞지만, 손톱 변화만으로 질환을 진단할 수는 없다. 여러 손톱에서 변화가 지속되거나 다른 증상이 동반될 때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Q3. 손톱 하나의 조반월만 붉게 변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한 손톱에만 나타난 변화는 외상이나 손톱 아래 출혈·감염·종양 등 국소적인 원인일 가능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통증이나 부기, 검붉은 반점, 색의 확대가 있거나 변화가 사라지지 않으면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