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젬픽과 위고비 등 비만·당뇨병 치료제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리불순이나 오한, 안면홍조 등 기존 임상시험이나 의약품 정보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약물이 이들 증상을 직접 유발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환자들이 온라인에 자발적으로 남긴 경험담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면 새로운 부작용 가능성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의 과학·의학 온라인 매체 사이언스데일리는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세마글루티드와 티르제파티드 사용 경험이 담긴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 게시물 41만198건을 AI로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헬스(Nature Health)》에 발표했다고 전했다.
세마글루티드는 오젬픽·위고비·리벨서스의 주성분이며 티르제파티드는 마운자로·제프바운드에 사용된다.
5년간 분석한 레딧
연구팀은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 넘게 작성된 게시물을 분석했고 해당 약물을 사용했다고 밝힌 이용자는 6만7008명이었다.
분석 결과 이용자의 43.5%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부작용을 언급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이미 GLP-1 계열 약물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알려진 위장관 증상이었다. 구체적으로 메스꺼움이 36.9%로 가장 많았고 피로 16.7%, 구토 16.3%, 변비 15.3%, 설사 12.6%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이 주목한 건 기존 임상시험이나 의약품 정보에서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증상이다. 그중 생리불순과 과다출혈, 불규칙한 생리주기 등 생식 관련 증상이 눈에 띄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표본에 포함된 이용자의 약 4%가 이 같은 변화를 보고했다.
제1저자인 닐 세갈 컴퓨터정보과학 박사과정 연구원은 “여성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하면 이 비율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오한이나 평소와 다른 추위, 열감, 발열과 유사한 증상 등 체온과 관련된 불편함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로는 임상시험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보고됐지만, 레딧 분석에서는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됐다.
연구진은 생리와 체온 변화가 동시에 포착된 점에도 주목했다.
공동 저자인 제나 쇼 트로니에리 체중·섭식장애센터 선임연구원은 “GLP-1 계열 약물이 식욕뿐 아니라 다양한 호르몬 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시상하부는 식욕과 에너지 대사뿐 아니라 체온과 생식 기능 조절에도 관여한다.
다만 연구진은 이 같은 생물학적 연관성이 GLP-1 약물이 생리불순이나 체온 변화를 일으킨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현상과 생물학적으로 가능한 연결고리가 발견된 만큼 실제 연관성이 있는지를 통제된 임상연구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어떻게 연구했나
연구팀은 환자들이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일상적인 표현을 분석하기 위해 챗GPT, 제미나이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했다. ‘평소보다 춥다’거나 ‘계속 오한이 든다’는 식으로 제각각 표현된 경험을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의학 용어 체계인 ‘규제활동을 위한 의학사전(MedDRA)’에 맞춰 분류했다.
기존에는 수십만 건의 온라인 게시물을 표준 의학용어와 일일이 연결해야 해 대규모 분석에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 LLM을 이용하면서 비정형적인 환자 표현을 빠르게 표준화해 분석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를 ‘컴퓨팅 기반 소셜 리스닝(computational social listening)’이라고 표현했다. 환자들이 병원이나 제약회사, 규제기관에 공식적으로 신고하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공유하는 경험까지 수집해 의약품 안전성 감시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공동 저자인 라일 웅가르 펜실베이니아대 컴퓨터정보과학 교수는 “온라인 환자 커뮤니티는 동네 소문망과 매우 비슷하게 작동한다”며 "환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진료나 공식 보고서에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경험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한계점도 짚었다. 레딧 이용자가 전체 GLP-1 사용자를 대표하지 않는 만큼 온라인에서 발견된 증상의 빈도를 전체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긍정적 효과도 기대했다. 온라인에서 빠르게 유행하는 신약이나 건강·웰빙 제품, 규제가 충분하지 않은 주사형 펩타이드 등의 경우 AI 기반 소셜미디어 분석이 예상하지 못한 건강 문제를 포착하는 일종의 ‘조기 경보장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