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4일 (월)

눈물주머니 옆 혹, 약 먹어도 안 낫더니… 살아 있는 ‘이것’ 꿈틀

모기가 옮기는 ‘디로필라리아’ 감염 추정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남성의 눈물주머니 옆 혹 안에서 기생충이 나왔다. 왼쪽 상단은 실제 남성의 혹에서 나온 기생충 사진. 사진=기생충학 연구(Parasitology Research)

눈 옆에 생긴 단단한 혹 때문에 한 달 넘게 치료받던 50대 남성의 충격적인 사례가 전해졌다. 의료진은 암까지 의심해 수술했지만 혹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약 6cm 길이 기생충이 나왔다.

라트비아의 리가 스트라딘시대·AIWA 클리닉 연구진에 따르면 59세 남성이 어느 날 아침 왼쪽 눈 안쪽에 통증이 있는 피부 병변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남성은 해외여행을 한 적은 없었지만, 평소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편이었다.

병원을 찾았을 때 왼쪽 눈물주머니 주변에는 약 2cm 크기의 단단한 혹이 만져졌다. 위아래 눈꺼풀도 부어 있었다. 시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눈물이 빠져나가는 길은 막힌 상태였다. 처음에는 눈물주머니에 염증이 생기는 ‘급성 누낭염’과 비슷해 보였다.

의료진은 항생제와 안약, 코에 뿌리는 약 등을 처방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 증상은 조금밖에 좋아지지 않았다. 한 달 동안 치료해도 큰 변화가 없자 조직검사까지 했다. 의료진은 종양 가능성도 의심했다. 다행히 암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혹 자체를 수술로 제거하기로 했다.

혹 터지자 살아 있는 6cm 기생충 나와

반전은 수술 중 일어났다. 피부 아래에는 단단한 섬유성 주머니가 있었다. 수술 도중 이 주머니가 터지자 액체와 함께 살아 움직이는 선충(가늘고 긴 원통형 기생충)이 밖으로 나왔다. 의료진은 꿈틀거리는 기생충을 끊어지지 않은 상태로 꺼냈다. 길이는 약 6cm였다. 논문에 실린 사진에 수술 직후 기생충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의료진은 기생충을 온전한 상태로 제거하고 주변 조직을 정리한 뒤 상처를 봉합했다.

현미경으로 살펴본 결과 기생충은 ‘디로필라리아 레펜스(Dirofilaria repens)’와 형태가 일치했다. 이 기생충은 주로 개와 다른 육식동물에 감염된다. 모기가 감염된 동물의 피를 빨고 다시 사람을 물면서 사람에게도 옮길 수 있다. 사람 몸에서는 보통 여러 마리가 증식하기보다 한 마리의 기생충이 피부 아래나 눈 주변 등에 자리 잡는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기생충의 종류를 유전자 검사로 최종 확인하지는 않았다. 생김새와 현미경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디로필라리아 레펜스로 추정했다.

해외여행 한 적 없는데 감염…모기가 옮겼을 가능성

연구진은 감염이 라트비아 안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남성은 과거 차우차우 두 마리를 키웠지만, 검사된 그의 개에서는 기생충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라트비아 개들 사이에서는 이 기생충 감염이 꾸준히 확인되고 있었다. 연구진이 2021~2024년 기생충 감염이 의심돼 검사받은 개 1250마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12%에서 디로필라리아 레펜스 감염이 확인됐다. 2008~2011년 조사 당시 3%보다 약 4배 높은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희귀한 감염병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이 부족하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감염은 이번 사례처럼 다른 질환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처음부터 알아채기 쉽지 않다. 연구진은 사람과 동물의 감염 상황을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디로필라리아 레펜스가 개와 모기에서 확인된 적이 있다. 관련 연구는 주로 2000년대 초에 집중돼 있다. 2003~2004년 국내에서 사육된 개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감염이 확인됐다. 이후 국내 전체 개를 대상으로 한 감염률 자료는 거의 없다. 따라서 현재 국내 감염률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알기 어렵다. 다만 국내에서 사람 감염이 흔하게 보고되는 기생충은 아니어서 일반인이 감염될 가능성은 낮은 편으로 볼 수 있다.

이 사례는 최근 국제 학술지 《기생충학 연구(Parasitology Research)》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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