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유행이 지났다고 여겨졌던 로우라이즈 바지와 쨍한 색상의 옷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Y2K 패션은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복고의 범위가 2000년대 중후반까지 넓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2007년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속 한유주의 옷차림을 따라 하는 ‘한유주 코어’와 2010년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속 신민아의 화장법이 다시 화제가 됐다.
과거 유행이 돌아오는 방식은 다양하다. 당시의 옷차림과 화장법을 그대로 재현하며 그 시대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기도 하고, 일부 요소만 가져와 현재의 옷이나 장신구와 조합하기도 한다. 브랜드 역시 과거 제품의 형태는 유지하면서 소재와 색상, 기능을 바꿔 다시 선보인다. 이처럼 유행의 귀환은 과거를 그대로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익숙한 스타일을 현재의 취향과 기술, 문화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익숙해서 끌리지만 너무 자주 보면 싫증
과거 스타일이 다시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노출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떤 대상을 반복해서 접하면 낯선 대상보다 친숙하고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심리 현상이다.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는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나 낯선 문자, 사진 등을 반복해서 보여줬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자주 본 대상을 그렇지 않은 대상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과거 스타일을 직접 입어본 적이 없어도 영화와 광고, 가족사진, 온라인 콘텐츠 등을 통해 반복해서 봤다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 처음에는 촌스럽게 보였던 디자인도 계속 접하다 보면 눈에 익고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많이 볼수록 호감이 계속 커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학술지 《심리학 회보(Psychological Bulletin)》에 발표된 메타분석은 81개 연구에서 나온 268개의 결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반복 노출은 대체로 호감을 높였지만 노출이 과도해지면 호감이 다시 낮아지는 역U자형 경향도 확인됐다.
하나의 스타일이 크게 유행해 어디서나 보이면 사람들은 점차 싫증을 느끼고 다른 디자인을 찾을 수 있다. 이후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스타일이 다시 등장하면 익숙함은 남아 있으면서도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 이처럼 익숙함과 새로움이 동시에 충족되는 시점에 과거 유행이 돌아올 수 있다.
겪어보지 않은 시대도 그리운 이유

과거 유행의 귀환에는 향수도 영향을 미친다. 해당 시대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특정 옷과 음악, 화장법을 보며 학창 시절이나 젊은 날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실제 과거의 모든 순간이 좋았던 것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긍정적인 기억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져 당시 물건과 스타일을 매력적으로 느끼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 시대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도 과거에 향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역사적 향수(historical nostalgia)’ 또는 ‘대리 향수(vicarious nostalgia)’라고 한다.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그리워하는 개인적 향수와 달리, 영화와 음악, 광고, 가족의 이야기와 사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시대를 낭만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Business Research)》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과거를 연상시키는 광고가 대리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이러한 감정이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을 인식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 유행을 직접 조사한 연구는 아니지만,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과거에 대한 감정도 브랜드와 제품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성세대에게 Y2K 패션이 추억이 있다면 젊은 세대에게는 처음 접하는 새로운 스타일일 수 있다. 부모 세대에게 익숙한 옷과 사진, 음악이 자녀 세대에게는 낯설지만 매력적인 빈티지 스타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유행은 따르지만 똑같기는 싫은 심리
패션에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욕구와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함께 작용할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 매릴린 브루어가 1991년 제시한 ‘최적 차별화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집단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와 다른 사람과 구별되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 한다.
최적 차별화 이론이 패션 유행의 반복을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를 패션에 적용하면 유행하는 스타일로 다른 사람들과 흐름을 공유하면서도 색과 소재, 착용법을 달리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 특히 과거 스타일은 이미 알려져 있어 유행에 참여하기 쉬운 동시에, 한동안 보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새롭고 개성 있게 느껴질 수 있다.
SNS에서 발견한 옛 스타일, 새 제품으로 재탄생
과거 스타일에 매력을 느끼는 소비자 심리에 더해, 브랜드가 이러한 관심을 제품에 반영하고 SNS가 이를 확산하면 과거 스타일이 다시 대중적인 유행으로 자리 잡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오래된 잡지나 가족 앨범을 찾아야 볼 수 있었던 스타일을 이제는 SNS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이용자가 빈티지 패션 사진을 저장하고 공유하면 알고리즘이 비슷한 콘텐츠를 계속 추천한다. 특정 시대의 이미지가 반복해서 노출되고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이를 현대적으로 연출하면 과거 스타일이 새로운 유행으로 확산할 수 있다.
실제 영국 패션 브랜드 제이디드 런던은 핀터레스트에서 1990년대 데이비드·빅토리아 베컴이 헐렁한 바지를 입은 사진이 활발하게 공유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패러슈트 팬츠(parachute pants)’를 2022년 출시했다. 제품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으며, 2023년 보도 당시 누적 판매량이 20만 장을 넘어 850만 파운드의 매출을 올렸다.
결국 과거 스타일의 귀환은 한 가지 이유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익숙한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심리와 과거를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향수, 유행에 참여하면서도 다르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함께 작용한다. 여기에 브랜드의 재해석과 SNS의 빠른 확산이 더해지면서 한동안 잊혔던 스타일이 새로운 유행으로 돌아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