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9일 (수)

필수의료 사고 형사특례 8개월여 뒤 시행⋯‘중대한 과실’ 어디까지?

의협 의료배상공제조합·여야 의원 16일 국회 공청회⋯모호한 조항·현장 적용 문제 시행 전 점검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사진=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 대의원회

필수의료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의료인의 형사책임을 줄이는 제도가 내년 5월 시행된다. 법 시행까지 8개월여 남았다.

개정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 큰 틀은 이미 확정됐다. 다만 ‘고위험 필수의료’의 범위와 형사특례를 배제하는 ‘중대한 과실’의 판단 기준은 시행 전 더 구체화해야 할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의료계와 여야 국회의원들이 법 시행에 앞서 이런 쟁점을 다시 들여다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 대의원회와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은 오는 16일 오후 3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연다고 9일 밝혔다.

주최 측은 의료현장과 맞지 않거나 해석이 모호하다고 보는 조항을 공론화하고, 필요하면 향후 법 개정에 반영하기 위해 이번 공청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필수의료 사고 형 감면·공소 제한 길 열어

개정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은 지난 5월 26일 공포됐으며 2027년 5월 27일부터 시행된다. 환자 피해구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의료사고에 따른 필수의료 의료진의 형사 부담을 줄이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가 고위험 필수의료에 대한 형사특례다.

법은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필수의료 가운데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생길 수 있고 신속한 의료 개입이 필요하거나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증·응급·분만 진료라고 해서 모두 자동으로 특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범위는 하위법령에서 정해진다.

이런 고위험 필수의료 과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하더라도 법원은 사정을 고려해 형을 줄이거나 면제할 수 있다.

또 확정된 손해배상금 전액을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경우에는 일정 조건 아래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특례에는 예외가 있다.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거나 법에서 정한 의료사고 설명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 책임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에는 형 감면이나 공소 제한을 받을 수 없다.

법에 명시된 ‘중대한 과실’ 12가지⋯현장 판단은 어떻게

이번 공청회에서 관심이 쏠리는 부분도 ‘중대한 과실’을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다.

개정법은 중대한 과실이 있는 의료행위를 12개 유형으로 규정했다. 다른 환자나 다른 부위를 수술하거나 잘못된 혈액을 수혈한 경우처럼 비교적 판단이 분명한 사례가 포함됐다.

반면 ‘의학적 진료지침 또는 통상적으로 수용되는 진료에서 현저히 벗어난 의료행위’처럼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느 수준부터 중대한 과실로 볼지를 판단해야 하는 조항도 있다.

법이 모든 경우를 똑같이 다루는 것은 아니다. 통상적인 진료에서 현저히 벗어난 의료행위, 1회용 의료기구 재사용이나 변질된 의약품 사용, 잘못된 투약 등 일부 유형은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신체 손상을 입은 경우에 한해 ‘중대한 과실’로 본다.

새로 만드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이런 판단을 지원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운영하는 20명 규모 위원회는 해당 사고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서 발생했는지,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는지를 심의해 의료사고 수사를 지원한다.

환자 설명·피해구제도 함께 강화

개정법을 의료인의 형사책임 완화만을 위한 법으로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은 사고 사실을 안 날부터 7일 안에 환자나 보호자에게 사고 내용과 경위, 사후조치 등을 설명해야 한다. 설명 과정에서 의료진이 위로나 공감, 유감을 표시한 내용은 민형사 재판에서 책임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고위험 필수의료 사고는 환자가 별도로 동의하지 않아도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시작되는 대상에 추가된다. 의료사고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환자와 의료진 등을 지원하는 의료사고트라우마센터 설치 근거도 마련됐다.

법의 취지는 환자는 보다 신속하게 설명과 배상을 받고, 의료인은 불가피한 의료사고 때문에 과도한 형사책임을 지는 위험을 줄이자는 데 있다.

관건은 이런 취지가 실제 진료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시행 전 기준을 얼마나 명확하게 다듬느냐다.

복지부·법무부·법원·환자단체도 토론 참여

16일 공청회에서는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서종희 교수가 ‘개정 의료분쟁조정법 개선방안 모색과 실천적 조정’을 주제로 발제한다.

토론에는 어은경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와 배장환 좋은삼선병원 순환기내과 심혈관중재시술연구소장을 비롯해 보건복지부, 법무부, 법원, 언론계, 환자단체 관계자가 참여한다.

양동호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 대의원회 의장은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점을 공론화해 추후 법안 개정 시 반영될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제조합 대의원회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추가 법 개정이나 제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응할 방침이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