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9일 (수)

“6세 아이도 비만주사?”⋯세마글루타이드 3상서 10명 중 4명 비만 기준 아래로

6~11세 비만 아동 165명 중 85% 이상 중증 비만⋯68주 효과 확인, 성장·사춘기 장기 안전성은 과제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6세 아이도 비만주사?”⋯세마글루타이드 3상서 10명 중 4명 비만 기준 아래로
노보노디스크 연구개발 현장. 회사는 6~11세 비만 아동에게 주 1회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3상 임상시험 ‘STEP Young’에서 68주 뒤 치료군의 40.4%가 비만 기준 아래로 내려갔다고 발표했다. 사진=노보노디스크

초등학교에 막 들어갈 나이인 6세부터 비만치료제를 매주 맞는 시대가 올까.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6~11세 비만 아동에게 투여한 임상시험에서 약 10명 중 4명이 68주 뒤 비만 기준 아래로 내려갔다ㅡ.

효과는 눈에 띈다. 하지만 한창 키가 크고 사춘기를 준비하는 아이에게 이런 약을 몇 년씩 써도 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이번 연구 참가자의 85% 이상이 중증 비만이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단순히 살이 조금 찐 아이에게 일찍부터 비만주사를 맞혀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6~11세 165명 임상⋯40.4% 비만 기준 아래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7일(현지시간) 6세 이상 12세 미만 비만 아동 1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시험 ‘STEP Young’의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아이들을 세마글루타이드 주사를 맞는 그룹과 약 성분이 없는 주사를 맞는 그룹으로 무작위로 나눴다.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아이와 연구진 모두 누가 실제 약을 맞는지 알 수 없게 했다. 약 자체가 얼마나 효과를 내는지 최대한 공정하게 비교하기 위한 방법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비만치료제 ‘위고비’ 주사제. 사진=노보노디스크

세마글루타이드 그룹은 처음 몸무게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 최대 1.7mg 또는 2.4mg을 일주일에 한 번 주사로 맞았다. 두 그룹 모두 섭취 열량을 줄이고 신체활동을 늘리는 생활습관 치료를 함께 받았다.

참가 아동의 비만 정도는 상당히 심각했다. 연구를 시작할 당시 85% 이상이 2단계 또는 3단계 중증 비만이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를 성인의 BMI에 빗대면 각각 35 이상, 40 이상에 해당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어린이는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성인처럼 BMI 숫자 하나만으로 비만을 판단하지 않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같은 나이·성별 아이들과 비교한 BMI를 기준으로 95백분위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68주 뒤 세마글루타이드 그룹의 40.4%는 이 비만 기준 아래로 BMI가 내려갔다. 약 성분이 없는 주사를 맞은 그룹에서는 한 명도 없었다. 정상체중이 된 아이뿐 아니라 비만에서 과체중으로 내려간 아이도 포함된 수치다.

다만 40.4%는 실제로 68주 치료를 모두 마친 아이만 세어 계산한 단순 비율은 아니다. 모든 참가자가 계획대로 치료를 계속했다고 가정해 효과를 추정한 결과다. 노보노디스크는 이번 발표에서 연구의 1차 목표였던 평균 BMI 감소율 자체는 공개하지 않았다.

상세 결과는 오는 11월 14~17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내셔널하버에서 열리는 비만학회 ‘ObesityWeek 2026’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 6~11세 5명 중 1명 비만⋯8세부터 처방도 늘어

제약사가 비만치료제 사용 연령을 초등학생까지 낮춰 시험한 배경에는 미국의 심각한 소아비만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의 2021년 8월~2023년 8월 조사에서 6~11세 어린이의 22.1%가 비만이었다. 약 5명 중 1명이다. 2~19세 전체에서는 21.1%가 비만이었고, 이 가운데 7.0%는 중증 비만이었다.

12세 미만에서는 비만 치료 목적의 위고비 사용이 아직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처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미국소아과학회 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에 발표된 연구진은 당뇨병이 없는 8~11세 비만 아동 352만531명의 전자의무기록을 분석했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은 비율은 2019년 0.03%에서 2026년 6월 현재 9.3%로 높아졌다.

다만 이 숫자만 보고 8~11세 아이 10명 중 1명이 비만약을 먹거나 맞고 있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2019년부터 2026년까지 전체 연구기간을 놓고 보면 GLP-1 계열 약을 한 번이라도 처방받은 아이는 2만282명으로 전체의 0.6%를 기록했다.

처방받은 아이들도 대부분 비만 정도가 심했다. 93.7%가 중증 비만이었고, 65.2%는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 등 비만과 관련된 질환을 하나 이상 갖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단순 과체중 아동보다 비만 정도가 심하거나 이미 건강 문제가 나타난 아이에게 주로 처방되고 있다.

한창 크는 아이⋯체중만 줄면 끝일까

어린이 비만치료가 성인과 다른 가장 큰 이유는 ‘성장’이다.6~11세는 키가 자라고 뼈와 근육이 발달하는 시기다.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호르몬과 몸의 구성도 크게 변한다. 식욕을 낮춰 체중을 줄이는 약을 쓴다면 몸무게뿐 아니라 키 성장과 사춘기 진행, 근육과 뼈, 영양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

덴마크 박스베어드에 있는 노보노디스크 본사. 사진=노보노디스크

노보노디스크는 이번 시험에서 세마글루타이드의 전반적인 안전성이 앞서 진행한 청소년·성인 연구와 비슷했으며, 성장이나 사춘기 발달과 관련해 새롭게 확인된 안전성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장기 안전성까지 확인됐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에 공개된 것은 회사가 발표한 주요 결과다. 성장과 사춘기 발달을 세부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와 전체 이상반응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연구에서는 체성분과 심혈관 위험요인 등 일부 항목을 104주까지 평가하도록 설계했다.

결국 68주 동안 특별한 성장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과, 어린아이가 성장과 사춘기를 거치는 여러 해 동안 약을 계속 써도 안전하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8세부터 약 고려할 수 있지만⋯‘누구에게나’는 아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소아비만을 무조건 생활습관만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8~11세 비만 아동도 약의 사용 조건과 예상되는 이익·위험을 따져 생활습관 치료에 체중감량 약물치료를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특히 비만 정도가 심하거나 건강 문제가 함께 나타난 아이에게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는다. AAP는 12세 미만에서 단지 비만이라는 이유만으로 약물치료를 일반적으로 권고할 만큼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12세 이상 청소년에게 약물치료를 권고하는 것보다 8~11세에 대한 판단이 훨씬 신중한 이유다.

현재 FDA 허가상 위고비 주사제도 비만 치료 목적으로는 12세 이상부터 사용할 수 있다. 12세 미만에서는 체중감량과 장기적인 체중 관리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가 확립되지 않았다.

더 어려운 질문은 ‘몇 살부터’보다 ‘얼마나 오래’

성장기라는 이유만으로 중증 비만 치료를 무조건 미루는 것도 답은 아니다.

중증 소아비만이 지속되면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제2형 당뇨병, 수면무호흡증 같은 건강 문제가 어린 나이부터 나타날 수 있다. 성인이 된 뒤에도 비만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진료에서는 생활습관 치료만으로 충분한지, 비만이 얼마나 심한지, 이미 합병증이 생겼는지, 약으로 얻을 이익이 위험보다 큰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이번 STEP Young 결과도 ‘6세가 되면 위고비를 맞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대부분 중증 비만인 6~11세 아동에게 세마글루타이드와 생활습관 치료를 병행했을 때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첫 3상 결과다.

이제 더 어려운 질문이 남았다. 6세나 8세에 약을 시작하면 언제까지 맞아야 할까. 몇 년 동안 치료해도 키와 뼈, 사춘기 발달에 문제가 없을까. 약을 끊은 뒤 체중은 어떻게 변할까.

6~11세에서도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효과는 확인됐지만, 성장과 사춘기를 거치는 여러 해 동안 얼마나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지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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