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7일 (월)

갑자기 식은땀·메스꺼움에 눈앞 흐릿⋯‘이 신호’ 오면 버티지 말고 누워야

서울성모병원 신승용 교수 “미주신경 약해서 생기는 병 아냐”⋯운동 중 실신·흉통 동반 땐 원인 확인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거리에서 한 여성이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을 느끼며 힘들어 하고 있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어지럼증·식은땀·메스꺼움·시야 흐림 같은 전조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식은땀이 난다. 눈앞이 흐려지고 귀가 먹먹해지면서 온몸에 힘이 빠진다. 이때 “조금만 버티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계속 서 있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 일어나기 전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그대로 의식을 잃으면 넘어지면서 머리나 얼굴을 다칠 수 있다. 익숙한 증상이 시작되면 먼저 안전한 곳에 앉거나 눕는 것이 중요하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심뇌혈관병원 순환기내과 신승용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의 특징과 대처법을 7일 소개했다.

‘미주신경이 약해서’ 쓰러지는 건 아니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실신의 가장 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특정 상황에서 자율신경계가 지나치게 반응하면 혈압이 떨어지거나 심장박동이 느려질 수 있다. 그러면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줄고, 결국 의식을 잃게 된다.

대부분 그 자체로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쓰러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상이다. 바닥이나 주변 물체에 머리를 부딪히거나 골절을 입을 수 있다.

흔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미주신경이 약해졌다”고 표현하지만 정확한 설명은 아니다.

신 교수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여러 유발 요인과 개인의 자율신경 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오래 서 있거나 더운 곳에 있을 때, 심한 통증이나 공포를 느낄 때, 채혈이나 주사를 맞을 때 잘 생긴다. 과로나 수면 부족, 스트레스가 이어지는 가운데 식사와 수분 섭취까지 부족하면 실신하기 더 쉬워질 수 있다.

식은땀·하품·시야 흐려짐⋯사람마다 ‘전조’ 달라

신 교수가 특히 강조한 것은 실신 직전 나타나는 ‘전구증상’이다.

어지럼증과 메스꺼움, 식은땀, 창백함, 갑자기 더워지는 느낌 등이 흔하다. 시야가 흐려지거나 좁아지고 귀가 먹먹해지기도 한다. 두근거림이나 하품, 온몸의 힘이 빠지는 느낌으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어지럼증이 먼저 심해지고, 다른 사람은 속이 불편하거나 메스꺼운 느낌부터 시작한다. 막연히 몸이 좋지 않거나 갑자기 힘이 빠지는 정도로 느끼기도 한다.

실신을 여러 번 겪은 사람은 자신에게 먼저 나타나는 특유의 ‘실신 전 신호’를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이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순환기내과 신승용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전조 느꼈다면 ‘참기’보다 먼저 앉거나 눕기

신 교수는 익숙한 전구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선 채로 버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먼저 안전한 곳에 앉고, 가능하면 바로 눕는 것이 좋다.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올리면 뇌로 가는 혈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바로 눕기 어렵고 아직 의식이 또렷하다면 다리를 꼬고 다리 근육에 힘을 주거나, 두 손을 맞잡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당기는 ‘신체 역압 동작’을 해볼 수 있다.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켜 떨어지는 혈압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이런 대처법은 서울성모병원 설명뿐 아니라 국제 응급처치 지침에서도 제시된다. 미국심장협회와 미국적십자사가 공동으로 낸 2024년 응급처치 지침도 창백함·식은땀·어지럼증·시야 변화·무력감 등 실신 직전 증상이 나타나면 먼저 앉거나 누워 넘어지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한다.

의식이 또렷하다면 다리를 꼬거나 근육에 힘을 주는 동작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효과를 직접 살핀 연구도 있다. 반복적인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이 있고 전조증상을 알아차릴 수 있는 환자 223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역압 동작을 배운 환자의 실신 재발률은 31.6%였다. 일반적인 생활수칙만 교육받은 환자는 50.9%였다. 상대적인 재발 위험은 39% 낮았다.

다만 가슴통증이나 뇌졸중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이런 동작으로 버티려 해서는 안 된다. 미국심장협회 지침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의심되는 증상이 동반될 때는 역압 동작보다 즉시 적절한 응급 대처를 하도록 권고한다.

오래 서 있다 쓰러지는 실신, 일어설 때 ‘핑’ 도는 것과 달라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기립성저혈압과도 혼동하기 쉽다.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오래 서 있거나 더위에 노출됐을 때, 피를 보거나 채혈을 받을 때, 심한 통증이나 공포를 느꼈을 때 생기는 경우가 많다. 메스꺼움이나 열감, 식은땀, 시야 변화 같은 전조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반면 기립성저혈압은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혈압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으면서 어지럽거나 실신하는 경우가 흔하다.

둘은 증상이 겹칠 수 있다. 쓰러진 상황만 보고 스스로 원인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운동 중 실신했다면⋯심장 원인부터 살펴야

모든 실신을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으로 봐서는 안 된다. 부정맥이나 심장 구조 이상 때문에 생기는 ‘심장성 실신’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원인을 빨리 찾아야 한다.

특히 운동 중 쓰러졌거나 가슴통증·심한 두근거림과 함께 실신한 경우, 별다른 전구증상 없이 갑자기 의식을 잃은 경우는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이다.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이 쓰러졌거나 실신이 반복되고 이전과 양상이 달라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심장협회는 운동 중 실신, 두근거림을 동반한 실신, 기존 심장질환, 젊은 나이에 돌연사한 가족력 등을 심장성 실신 가능성을 살펴야 할 단서로 제시한다. 유럽심장학회도 운동 중이나 누워 있을 때 발생한 실신, 아무런 전조 없이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 흉통이나 두근거림이 먼저 나타난 경우에는 심장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본다.

신 교수는 “혈관미주신경성 실신은 흔하고 대부분 예후가 좋은 편”이라면서도 “단순히 미주신경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라기보다 탈수나 외부 스트레스, 자율신경 반사에 의해 혈압과 심박수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상황에서 증상이 반복되는 사람은 자신의 전구증상을 기억해야 한다”며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일찍 알아차리고 즉시 앉거나 눕는 것만으로도 실제 실신을 피하거나 낙상과 외상 같은 이차 손상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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