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을 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고 불과 몇 달 사이 부쩍 나이 들어 보이는 모습을 보면 흔히 “마음고생해서 확 늙었다”고 말한다.
사람을 늙게 하는 건 세월만이 아니다. 외로움과 우울, 스트레스도 몸의 시계를 앞당길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연구에서도 외로움과 우울,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실제 나이와 별개로 몸이 늙어가는 속도와도 관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피부만 신경 쓰다 놓친다…‘감정’도 관리해야
올해 8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병 예방 저널(The Journal of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에 발표된 연구에서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 등은 기존 연구 22편을 종합 분석했다. 그 결과 외로움과 우울,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후성유전학적 노화’가 빠른 경향을 보였다.
쉽게 말해 주민등록상 나이와 별개로 ‘몸이 얼마나 늙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연구진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DNA의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일종의 몸속 나이테처럼 활용해 생물학적 나이와 노화 속도를 추정했다. 같은 50세라도 변화가 더 많이 진행됐다면 몸은 또래보다 빠르게 늙고 있다고 보는 식이다.
연구팀은 외로움, 우울,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노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정적인 감정이 실제 신체 노화와도 연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음이 힘든데 왜 몸까지 늙을까?
마음의 고통이 신체 노화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스트레스 반응이 중요한 연결고리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이나 우울감, 스트레스가 오래 이어지면 몸도 덩달아 긴장한다. 우리 몸은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한다. 마음은 지쳤는데 몸이 계속 비상 모드인 상태가 지속되면 면역계의 염증 반응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런 부담이 쌓이면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DNA 손상이나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등 세포 수준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운동량이 줄고 식습관까지 흐트러지면 노화가 더욱 촉진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겉모습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물학적 노화가 빠를수록 각종 노화 관련 질환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어, 같은 나이라도 노년기 건강 상태에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먹고 사랑하고 노래하라
마음이 몸을 늙게 한다면, 반대로 마음을 즐겁게 하는 일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맛있는 것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기분 전환’이라고 부르는 행동들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뇌의 보상 체계에서 도파민이 작동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포옹하고 교감할 때는 애착과 유대에 관여하는 옥시토신 분비가 촉진될 수 있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래는 엔도르핀 등 체내 오피오이드 체계와 관련이 있고, 노래를 부른 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