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이 배란기에 눈에 띄는 명품을 더 선호하고 체취도 달라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가 가임기에 이성의 관심을 끌고 짝 선택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 양식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대 경영학과 김애경 교수와 미국 러트거스대, 미네소타대 국제 공동 연구진은 생리 주기와 여성의 소비 패턴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를 ‘가임력은 여성의 과시적 명품 욕구를 높인다(Fertility increases women’s desire for conspicuous luxury)’라는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배란기 전후 여성이 명품을 단순히 더 비싼 물건으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눈에 띄는 신호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는지 살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로고 크기, 명품 구매 의향, 브랜드 상품권 선택 등을 측정하는 세 차례 연구를 진행했다.
첫 번째 연구에는 호르몬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는 여대생 70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참가자가 배란기에 가까운 고가임기와 가임력이 낮은 시기에 각각 소변검사를 받도록 해 황체형성호르몬(LH) 급증 여부를 확인했다. LH는 일반적으로 배란 24~48시간 전에 급격히 증가한다.
참가자들은 구찌, 샤넬, 루이비통 중 하나의 로고를 골라 자신 또는 다른 여성이 사용할 핸드백과 구두 그림에 그려 넣었다. 연구진은 이들이 그린 로고 면적을 측정했다. 그 결과 배란기 전후 참가자들은 자신이 사용할 제품에 가임력이 낮은 시기보다 더 큰 로고를 그렸다. 반면 다른 여성이 사용할 제품에는 상대적으로 더 작은 로고를 그렸다. 연구진은 이를 가임기 여성이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을 통해 타인의 눈에 잘 띄는 신호를 보내려는 경향으로 해석했다.
두 번째 연구에서는 호르몬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는 여성 1486명을 모집한 뒤 월경 시작일과 예상 다음 월경일 등을 바탕으로 가임 가능성을 추정했다. 주기 정보의 정확성 기준을 적용한 최종 분석 대상은 332명이었다.
연구진은 참가자에게 명품 또는 비명품 티셔츠를 사람들 앞에서 입는다는 상황과 집에서만 입는다는 상황을 각각 제시하고 구매 의향을 물었다.
가임력이 높을수록 타인에게 보이는 명품 티셔츠의 구매 의향은 7점 척도에서 3.08점에서 3.80점으로 높아졌다. 반면 집에서만 입는 명품 티셔츠의 구매 의향은 고가임기 1.63점, 저가임기 2.39점으로 오히려 낮았다. 비명품 브랜드의 구매 의향은 가임력과 뚜렷한 관련이 없었다.
세 번째 연구에서는 최근 2년 안에 명품을 구매한 여성 966명을 대상으로, 남성이 여성의 디자이너 의류를 알아본다는 믿음이 선택에 영향을 주는지도 살폈다.
참가자들은 ‘남성은 여성의 옷 브랜드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가상 기사 또는 중립적인 기사를 읽은 뒤, 추첨으로 받을 수 있는 100달러 상당의 폴로 랄프 로렌 또는 올드 네이비 상품권 중 하나를 골랐다.
남성이 브랜드에 주목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읽은 참가자들은 배란기 전후에도 명품 브랜드를 더 많이 고르지 않았다. 다만 월경 주기 정보를 엄격히 확인한 358명 분석에서는 이 차이가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고, 주기 정보가 불확실한 참가자를 포함한 888명 분석에서만 유의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명품이 남성의 눈에 띈다고 믿을 때에만 배란기 전후의 명품 선호가 높아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즉 배란기 전후 자신이 사용하고 타인에게 보일 수 있으며 남성이 알아볼 것이라고 여기는 제품에서 나타나는 전략적 소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잠재적 상대에게 먼저 넓게 주목 받고, 그 다음 상대를 선택한다는 ‘관심 유도 단계’와 ‘선택 단계’의 구분도 제시했다. 눈에 띄는 명품 소비는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며, 이러한 신호가 남성에게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때는 선호 경향도 함께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진은 결과를 모든 여성이나 모든 명품 소비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참여자가 편의 표본이었고, 로고 크기와 브랜드 선호처럼 제한된 소비 맥락을 살폈기 때문이다. 배란과 행동의 관계를 살핀 연구는 엄밀한 의미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논문에 명시했다.
가임기 여성의 생리적 변화, 특정 향기 화합물 분비 증가해 남성에 더 매력적
이와 관련해 일본 도쿄대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 역시 가임기 여성의 생리적 변화가 이성 간의 소통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1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달간 생리 주기 단계별 팔 아래 체취를 수집하고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질량 분석법을 진행했다.
그 결과 임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란기에는 신선하고 달콤한 향을 내는 (E)-제라닐아세톤과 왁스 같은 향을 내는 테트라데칸산 등 특정 화합물의 분비가 증가했다. 남성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남성들은 ‘가임기’ 체취를 더 좋다고 여겼으며 해당 샘플과 연결된 여성의 얼굴을 더 매력적이고 여성스러운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일련의 결과들이 체취 변화와 과시적 소비 모두 남녀 간의 의사소통과 짝 유인을 위한 진화적 행동 양식의 일부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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