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절 부위가 크거나 뼈가 많이 손실되면 몸의 자연 치유 능력만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이런 손상 부위에 줄기세포를 불러 모으고, 새 뼈가 만들어지도록 돕는 생체소재가 개발됐다.
무엇보다 ‘젖산’이 눈길을 끈다. 운동 뒤 근육 피로와 함께 흔히 떠올리는 물질이지만, 연구진은 젖산이 줄기세포가 뼈세포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은 정형외과 이순철 교수와 김정인 연구교수, 차 의과학대학교 박사과정생 시페시흘레 카산드라 논졸라 연구팀이 줄기세포를 손상 부위로 유도하면서 뼈 형성까지 돕는 골재생용 스캐폴드를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탄수화물 고분자(Carbohydrate Polymers)》에 지난 6월 24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으며, 9월 15일 발행되는 388권에 실린다.
뼈 받치는 ‘발판’ 넘어 줄기세포까지 끌어모아
스캐폴드(scaffold)는 손상된 조직이 다시 자랄 수 있도록 받쳐주는 일종의 ‘발판’이다. 골재생에서는 세포가 붙고 자라면서 새 뼈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뼈가 크게 손실된 경우 단순히 구조물만 넣어주는 것으로는 회복에 한계가 있다. 뼈를 만들 줄기세포가 손상 부위로 모이고, 이 세포가 실제 뼈세포로 바뀌도록 돕는 신호도 필요하다.
연구팀은 두 기능을 하나의 스캐폴드에 담았다.
생체적합성 고분자인 PCL과 셀룰로오스 계열 소재로 섬유를 만든 뒤 화학 처리해 표면에 젖산칼슘이 생기도록 했다. 여기에서 뼈를 만드는 데 필요한 칼슘과 젖산이 방출된다.
여기에 줄기세포를 손상 부위로 끌어들이는 단백질인 ‘SDF-1’도 결합했다. SDF-1은 골수 중간엽줄기세포가 손상된 곳으로 이동하도록 돕는 신호물질이다.
실험에서 SDF-1은 초기에 비교적 많이 나온 뒤에도 28일까지 계속 방출됐다. 젖산은 서서히 공급됐고 칼슘은 7일 안에 방출됐다. 줄기세포를 손상 부위로 불러 모은 뒤 그곳에서 새 뼈를 만드는 과정을 돕도록 만든 셈이다.

젖산 처리했더니 뼈세포 분화 관련 신호 증가
연구팀은 젖산이 줄기세포 안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도 살폈다.
사람 골수 중간엽줄기세포에 젖산을 처리하자 ‘OR5AN1’이라는 수용체의 발현이 늘었다. 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칼슘 신호와 뼈세포 분화와 관련된 표지자도 함께 증가했다.
OR5AN1은 후각수용체 계열이다. 후각수용체는 코에서 냄새를 감지하는 역할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일부는 다른 조직에도 존재하며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젖산이 뼈 재생을 돕는다는 연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선 동물 연구에서도 젖산이 후각수용체 계열을 거쳐 줄기세포의 골분화와 뼈 형성을 촉진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번 연구진은 사람 골수 줄기세포에 젖산을 처리했을 때 OR5AN1 발현과 칼슘 신호, 골분화 관련 지표가 함께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이 원리를 줄기세포 유도 단백질과 젖산칼슘을 결합한 골재생 스캐폴드에 적용했다.
쥐 대퇴골 결손에 적용⋯새 뼈 더 많이 만들어져
연구팀은 세포실험에 이어 쥐의 대퇴골 일부를 손상시킨 동물모델에서도 새 스캐폴드를 시험했다.
젖산칼슘과 SDF-1을 함께 적용한 스캐폴드를 사용한 군에서는 비교군보다 새로운 뼈가 더 많이 만들어졌다. 조직검사와 면역염색에서도 골기질 형성과 조직 성숙이 더 활발하게 나타났다.
다만 아직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사람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실험과 쥐 대퇴골 결손모델에서 효과와 작동 과정을 확인한 단계다. 실제 골절이나 큰 골결손, 인공관절 수술 뒤 골재생에 쓰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이순철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뼈를 단순히 지지하는 소재가 아니라 손상된 부위에 줄기세포를 모으고 스스로 뼈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생체소재를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골절과 골결손, 인공관절 수술 후 골재생 등 다양한 정형외과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낸 사람들(한빛사)’에도 소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