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자녀가 항생제를 먹고 토하면 단순한 약의 부작용이나 배탈로 넘기기 쉽다. 하지만 약물 복용 1~4시간 뒤 탈수로 이어질 만큼 극심한 구토와 무기력증이 되풀이된다면 장염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면역계 이상으로 장에 급성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생후 8개월인 여아는 폐렴 치료를 위해 페니실린계 항생제 아목시실린을 복용하던 중 8일째에 전신 두드러기 반응을 겪었다. 부모는 환자를 데리고 소아 알레르기 전문 병원을 찾았다. 페니실린계 항생제를 감염병 치료 때 안전하게 다시 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당시 혈액을 통한 일반 알레르기 항체(특이 면역글로불린E) 검사 결과는 정상, 즉 음성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의료진은 실제 약을 투여해보는 약물 유발 시험(DPT)을 진행했다. 환자는 약 복용 2시간 50분 뒤부터 배를 움켜쥐며 멈추지 않는 구토와 극심한 무기력증, 안색 창백 증상을 보였다. 피부 두드러기나 호흡기 이상은 없었다. 혈액 검사상 백혈구(2만 6220/µL)와 호중구(2만 3230/µL), 혈소판(62만 8000/µL) 수치가 치솟았고, 심한 탈수 증상을 보였다. 환자는 정맥 수액 치료를 받은 뒤 가까스로 회복됐다. 이 아이는 현재 3살이 됐다.
알레르기성 비결막염과 천식을 앓던 다른 8세 여아의 사례도 있다. 아목시실린을 먹고 몇 시간 뒤 구토와 창백 증상을 겪은 적이 있었다는 보호자의 말에 따라 의료진은 약물 유발 시험을 했다. 이 환자도 약 복용 2시간 30분 만에 담즙이 섞인 구토를 계속 했고 세 차례의 설사와 심한 무기력 등 증상을 보였다.
이들 두 어린이 환자는 모두 ‘소아 약물 유발성 장염 증후군(DIES)’으로 최종 진단됐다.
포르투갈 산토 안토니오 지역 보건소, 포르투 대학병원 등 공동 연구팀의 이 같은 사례 연구 결과(Drug-Induced Enterocolitis Syndrome in Children: A Report of Two Cases)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페니실린계 광범위 항생제인 아목시실린은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장내 세균총 변화나 위장 자극에 따른 가벼운 설사, 메스꺼움, 소화불량은 대개 일시적이며 식사 직후 복용하면 완화된다. 피부 가려움이나 붉은 반점, 곰팡이균 증식으로 혓바닥에 백태가 끼는 구강 칸디다증(아구창)이 생기기도 한다. 반면 숨이 차고 입술이 붓는 급성 알레르기(아나필락시스)나 혈변을 동반하는 위막성 대장염은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 부작용이다.
약물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장염증후군은 이런 일반적인 이상반응과는 사뭇 다른 희귀 지연형 과민반응이다. 우유나 대두 등에 반응하는 ‘식품 단백질 유발 장염증후군(FPIES)’과 발병 메커니즘이 같다. 혈액 항체(IgE) 검사나 피부 반응 시험에서는 이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면역 세포인 T세포가 장 점막과 반응해 염증을 일으킨다.
일반적인 부작용으로 생기는 메스꺼움이나 묽은 변은 증상이 가볍고 저절로 호전된다. 하지만 이 장염증후군은 약 복용 1~4시간 뒤 담즙 섞인 중증 구토와 설사가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방치하면 급격한 탈수로 쇼크까지 부를 수 있다. 병원에서 정맥 수액과 항구토제를 즉시 투여해야 한다. 단순 배탈로 오인하고 지나치기 쉬우니 환자는 물론 의사도 조심해야 한다.
아목시실린으로 장염증후군을 겪었더라도 화학 구조(측쇄)가 다른 2세대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세푸록심 등)에는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항생제를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알레르기 전문의 진료를 통해 안전한 대체 항생제를 따로 찾아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항생제 복용 후 이 같은 장염증후군 증상이 의심되면 임의로 약을 바꾸거나 계속 먹이지 말고, 응급 처치가 가능한 병원에서 원인 약물을 명확히 규명하고 대체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아이가 항생제를 먹고 토하면 모두 약물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장염증후군인가요?
A1. 아닙니다. 항생제 복용 후 나타나는 가벼운 메스꺼움이나 묽은 변은 장내 미생물 변화나 위장 자극에 의한 흔한 일반 부작용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을 먹고 1~4시간 지나 담즙이 섞인 심한 구토를 반복하고, 아이가 눈에 띄게 처지거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면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장염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Q2. 일반 알레르기 피검사로 이 장염증후군을 미리 진단할 수 있나요?
A2. 일반적인 혈청 특이 면역글로불린E(IgE) 항체 검사나 피부 반응 시험으로는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T세포 등 면역 세포가 장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지연형 메커니즘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확진을 위해서는 약물 복용 경험과 증상 발현 시간을 정밀 분석한 뒤, 안전한 병원 환경에서 감시 하에 시행하는 약물 유발 시험(DPT)을 거쳐야 합니다.
Q3. 아목시실린에 이런 반응이 나타나면 다른 모든 항생제를 쓸 수 없나요?
A3. 그렇지 않습니다. 원인 약물(주로 아목시실린 등 아미노페니실린 계열)의 사용은 중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화학적 측쇄 구조가 다른 세팔로스포린 계열(세푸록심 등)이나 마크로라이드 계열(아지트로마이신 등)은 내약성 확인 후 안전하게 처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차반응 가능성을 고려해 반드시 전문의의 평가를 거쳐 안전한 대체 약제를 확인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