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7일 (목)

약국 간판에 '창고'·'공장' 못 쓴다

약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동네약사 '오남용 명칭부터 막아야' vs 소비자 '싸면서도 안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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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왼쪽 세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영훈(네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13일 인천 인하대병원에서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 노사발전재단, 한국고용노동교육원과 함께 '일하고 싶은 안전한 병원 만들기'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약국 간판에 '창고'나 '공장'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쓸 수 없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제438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약국 개설자가 의약품의 과다 소비를 유도해 남용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표시를 약국 고유 명칭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최근 늘어난 이른바 '창고형 약국'을 겨냥한 조치다.

왜 약국 이름까지 규제하나

넓은 매장에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대량으로 진열해 놓고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하면서 구매하도록 하는 대형 약국이 최근 1년여 사이 전국 여러 곳에 등장했다.

저렴한 가격과 대량 구매를 앞세워 기존 동네 약국과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의약품을 일반 공산품처럼 인식하게 만들어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복지부는 소비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나 약사의 복약지도보다 가격을 우선해 약을 고르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개정 배경으로 들었다.

영업 방식 아니라 '이름' 겨냥
개정안이 손댄 것은 영업 형태가 아니라 '이름과 표시'다.

개정 약사법 제24조제1항제5호에는 모두 다섯 가지 금지 유형이 담긴다.

①의약품 도매상이나 품목허가권자의 영업소로 오인하게 하는 표시 ②특정 의약품이나 특정 질병과 관련된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고 암시하는 표시 ③의료기관으로 혼동되거나 질병명과 유사한 표시 ④소재지 반경 1㎞ 이내 의료기관과 같은 이름을 써서 그 의료기관과 특수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표시까지 네 가지는 기존 약사법 시행규칙(제44조제2항)의 제한을 법률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⑤약국의 기능을 왜곡하거나 소비자 오인 또는 의약품의 과다 소비를 유도해 남용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가 이번에 신설됐다.

다만 이 법이 창고형 약국이라는 영업 형태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대형 매장을 운영하거나 다양한 의약품을 진열하는 방식은 계속 허용된다.

약사들이 먼저 문제 제기
법 개정을 가장 앞장서 요구해 온 쪽은 약사 단체였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창고형, 공장형, 마트형, 할인 등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기는 명칭과 표시 광고를 금지하도록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의약품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국민건강을 위한 필수재"라며 약사의 복약지도와 건강상담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약사 사회의 우려는 분명하다. 대형 매장에서 가격표만 보고 약을 골라 담다 보면, 정작 복용 전 필요한 상담과 지도가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하위법령에서는 '창고형'·'공장형' 외에 '마트형', '성지', '특가', '할인'처럼 다른 약국보다 제품이 다양하거나 가격이 유리하다는 인상을 주는 표현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최고'·'최초'·'제일 큰' 같은 배타적 표현까지 제한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약을 사는 소비자들은 어떻게 볼까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87.6%가 창고형 약국을 알고 있었고, 58.9%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 이유로는 '가격이 합리적일 것 같아서'(71.5%), '선택권이 넓어질 것 같아서'(54.8%), '여러 상품을 비교하며 고를 수 있어서'(52.0%) 순이었다.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은 '의약품 오남용이 늘어날 것 같다'(65.4%), '약이 일반 상품처럼 취급되는 것 같다'(44.2%), '복용법이나 부작용 안내가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42.3%) 순으로 답변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안전 인식이다. 같은 조사에서 소비자 10명 중 8명은 안전장치가 마련된다면 창고형 약국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약준모)의 조사에서는 최근 3개월 이내 창고형 약국 방문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 가운데 45.3%가 계획하지 않았던 품목을 추가로 구매했다고 답변했고, 이용 이후 집에 쌓인 의약품·건강기능식품 양이 늘었다는 응답도 62.2%에 달했다.

다른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26.3%, 비슷한 효능의 제품을 중복 구매한 경험이 49.0%였다. 창고형 약국 등에서 산 약의 복용법을 몰라 동네 약국에 문의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64.4%에 이르렀다. 그 결과 '가계 지출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39.4%)이 '도움이 된다'(29.8%)는 응답보다 많았다.

구체적인 시행 일정은 정해져 있다. 개정 약사법은 국무회의 상정·의결과 공포 절차를 거쳐 공포 후 3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복지부는 시행 전까지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약국을 새로 열려는 사람이 명칭 관련 규정을 미리 알고 지킬 수 있도록 시장·군수·구청장을 통해 안내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미 금지 대상 이름을 쓰는 약국에는 법 시행일부터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정은경 장관은 이번 개정의 의미를 창고형 약국발 부작용 방지에서 찾았다. 정 장관은 "이번 약사법 개정은 최근 창고형 약국으로 인한 의약품 남용 우려 등 사회적 부작용 문제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 "국민의 의약품 구매와 약국 방문 기준에 과도한 상업적 영향을 받지 않는 건전한 약국 판매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관심은 두 가지로 옮겨간다. 하위법령에 어떤 표현이 구체적으로 담길지, 명칭이 바뀐 뒤에도 복약지도 같은 실질적 안전장치가 함께 강화될지다.

소비자 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많은 이들이 원하는 것은 낮은 가격 자체가 아니라 가격과 안전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약국이다. 이번 명칭 규제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는 하위법령 실효성과 현장의 실질적인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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