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9일 (수)

“먹고 먹히며 미세플라스틱 쌓였다”…인하대 세계 첫 확인, 사람은 괜찮나?

김태원 교수 연구팀, 81개체 채집해 분석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바지락·굴·홍합처럼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먹는 조개류는 먹을 때 미세플라스틱에 함께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다로 흘러든 미세플라스틱이 갯벌 생물 먹이사슬을 따라 이동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꽃게 같은 포식자에서는 먹이생물보다 미세플라스틱이 최대 9.6배 많이 쌓이기도 했다.

18일 인하대에 따르면 해양과학과 김태원 교수 연구팀은 인천 무의도와 자월도 갯벌에서 해수와 퇴적물, 해조류 2종, 저서생물 19종 등 총 81개체를 채집해 분석했다.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빨대와 병뚜껑 등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 비닐봉지와 포장재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 완충재와 스티로폼 등에 쓰이는 폴리스타이렌(PS)이 주를 이뤘다. 65%는 20~100㎛ 크기였다. 머리카락 한 올 굵기와 비슷하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ACS) 국제학술지 ≪인바이런멘털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실렸다.

먹고 먹히자 미세플라스틱도 따라갔다

먹이를 먹는 방식에 따라 축적량도 달랐다. 바닷물을 걸러 먹는 바지락·대합 등에서는 생물 1g당 평균 0.87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먹이생물을 잡아먹는 꽃게·대수리 등 포식자에서는 평균 3.63개로 약 4배 많았다.

일부 먹이 관계에서는 포식자에게 쌓인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생물보다 최대 9.6배 많았다. 갯벌에 머물던 미세플라스틱이 먹고 먹히며 함께 이동한다는 의미다.

먹이사슬 위로 갈수록 무조건 많이 쌓이는 건 아니었다. 바닥 유기물을 먹는 새우·망둑어에서는 1g당 평균 26.69개가 발견됐다. 해조류(11.62개)보다 2배 넘게 많았다. 먹이사슬에서 어디에 있느냐뿐 아니라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먹느냐도 축적량을 좌우했다.

바닥 유기물을 먹는 새우·망둑어에서 미세플라스틱이 1g당 평균 26.69개가 발견됐다. 해조류(11.62개)보다 2배 넘게 많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꽃게·바지락 먹는 사람은 괜찮을까?

갯벌 먹이사슬 끝에는 사람도 있다. 특히 바지락·굴·홍합처럼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먹는 조개류는 먹을 때 미세플라스틱에 함께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건강 영향을 우려하는 연구도 잇따르고 있다. 2024년 국제학술지 ≪인바이런멘털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된 연구는 기존 연구를 종합 분석해 미세플라스틱 노출이 생식계와 소화계, 호흡기 건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사람 혈관에서도 미세·나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2024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따르면 경동맥 수술 환자 257명 중 150명(58.4%)의 혈관 벽에 쌓인 지방·콜레스테롤 덩어리에서 비닐 등에 쓰이는 폴리에틸렌이 검출됐다.

하지만 인체에서 미세·나노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곧바로 건강에 해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사람이 실제 얼마나 섭취하는지, 장기간 노출되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번 인하대 연구는 갯벌로 흘러든 미세플라스틱이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먹이사슬을 따라 이동하고 축적될 수 있음을 실제 생태계에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작은 생물이 삼킨 미세플라스틱을 더 큰 생물이 다시 먹으면서 우리가 먹는 수산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먹이사슬을 타고 이동한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에게 얼마나 유입되고,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할 차례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았다. 작아졌을 뿐이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